새들의 기동성에 대해서는 수백 년 동안 밝혀진 게 거의 없었어. 그런데 최근 그 비밀이 밝혀졌대!
크리스티나 하비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새들이 기동성을 갖기 위해 언제, 어떻게 날개 모양을 바꾸는지를 연구해 그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3월 9일자에 발표했어요. 22종의 조류 사체 36구를 모아 날개를 수동으로 펴고 수축하면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날개의 움직임에 따른 역학을 예측하는 수학 모형을 만들었지요.
이 수학 모형은 새의 날개에 있는 팔꿈치와 손목 각도에 따라 새가 회전축을 기준으로 어떤 방향으로 회전할지와 ‘중립점’, 무게 중심을 계산해 종합적으로 새의 비행 특성을 보여줘요. 중립점은 물체가 뜨려는 힘인 ‘양력’이 날개에 작용하는 지점인 ‘압력 중심’인 동시에 비행 안정성과 관련 있는 ‘공력 중심’인 점을 말해요. 여기서 공력은 물체가 공기 중에서 운동할 때 작용하는 힘이에요.
연구 결과 새가 지면에 수평하게 날 때를 기준으로 새가 날아가는 방향을 x축, 날개를 완전히 펼쳤을 때 날개의 방향을 y축, 중력 방향을 z축이라고 하면 새의 비행 자세, 즉 날개 모양은 y축과 관련한 회전에 가장 영향을 많이 줬어요. 또한 새가 날개를 퍼덕일 때 무게 중심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고 중립점에만 영향을 크게 미쳤지요.
새는 안정성과 불안정성을 동시에!
연구팀은 수학 모형으로 무게 중심과 중립점의 위치를 구한 뒤 새의 비행에서 안정성을 결정하는 지표인 ‘정적 여유’를 계산했어요. 정적 여유가 0보다 큰지 작은지에 따라 안정성이 달라지는데, 정적 여유 계산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새의 정적 여유를 분석한 결과, 꿩과 조류인 백한은 불안정한 상태, 수리갈매기와 펠리칸을 포함한 4종은 안정한 상태를 유지하고, 나머지 17종은 날개를 접었다 폈다 함에 따라 안정한 상태와 불안정한 상태를 오고 갈 수 있었어요. 즉 새들이 진화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비행과 방향 전환을 빠르게 하는 비행을 둘 다 선택한다는 거예요. 이러한 특성은 새들이 날개 모양을 바꾸면서 여객기처럼 안정적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방식에서 전투기처럼 자유자재로 방향을 바꾸는 비행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해요.
하비 교수는 독특하게도 학부에서는 기계 공학을 전공하고, 동물학에서 석사 학위를, 항공우주공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어요. 석사 시절 우연히 갈매기의 날개를 연구하다가 새의 비행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해요. 하비 교수에게 이번 연구에서 수학의 중요성을 묻자, “수학은 제 모든 연구의 근본적인 도구”라며, “공학과 생물학의 문제 해결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기술”이라고 말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