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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앵무조개의 비밀

마왕의 탑 8화





“사이클로이드 곡선의 길이랑 상관없이 굴렁쇠가 한 바퀴 돌았으니 굴렁쇠 둘레의 길이가 답이지요. 반지름이 3이니, 굴렁쇠 둘레의 길이는 6π네요!”

그 순간 호수를 둘러싼 바위 한 편이 갈라지더니 파스칼이 타고 있는 쳇바퀴가 호수 밖으로 빠르게 굴러나갔다. 단도 재빨리 쳇바퀴가 굴러가는 쪽으로 따라나섰다. 하지만 물이 흐르는 속도까지 더해져 빠르게 굴러가는 쳇바퀴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곧 시야에서 파스칼이 사라졌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 채 단은 물속에 덩그러니 서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맑은 파도소리가 들렸다. 단은 소리가 나는 곳을 향했다.

앵무조개 동굴

소리가 나는 곳에는 나뭇가지 모양의 돌기들이 빽빽하게 나 있었다. 단은 수풀처럼 얽혀 있는 돌기를 헤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쪽으로 들어서자 사방이 진주 광택으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오목하게 파인 내부는 수십 개의 벽으로 나뉘어 있었다. 단이 눈부실 정도로 찬란하고 화려한 광경에 푹 빠져 한 칸, 한 칸씩 더 깊이 들어가고 있을 때였다.

“누구신가요?”

깜짝 놀라서 소리가 난 곳을 보니 한 남자가 방에 갇혀 있었다.

“전 단이에요. 조금 전에 파스칼을 탈출시켰지요. 그러다 맑고 청아한 파도소리가 들려 소리를 따라가다가 이 아름다운 동굴을 발견했어요! 이 동굴은 어딘가요? 정말 멋져 제 마음에 쏙 들어요!”

단의 말에 남자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곳이 맘에 든다고요? 여기에 한번 들어오면 나갈 수 없다고 해도요?”

남자의 말에 단은 동굴 입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무슨 말씀이에요. 저기 입구로 나가면….”

다시 입구를 돌아본 순간 단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입구가 수많은 돌기로 꽉 막혀 있었기 때문이다. 돌기 사이에는 이상한 수식이 적혀 있었다.

“으아악! 이게 무슨 일이에요. 여기가 어디인가요?”

“수수께끼 하나를 내지요. ‘살아 있는 화석’이라는 별명을 가진 연체동물은 무엇일까요?”

“음…. 앵무조개요? 아니, 지금 이 상황에 수수께끼라니요!”

“지금 우리는 앵무조개 몸속에 들어와 있는 거예요.”

“네?!”

입구에 있던 나뭇가지 모양의 돌기들은 앵무조개의 촉수였고, 나선 모양으로 말려있는 관에서 공명이 일어나 파도소리가 들렸던 것이다. 진주 광택은 앵무조개 내부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광택이었다.

“그럼 아저씨도 탑에 갇혀 있는 수학자인가요?”



네이피어의 수

“네. 저는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의 수학자 존 네이피어예요.”

“어쩌다가 앵무조개에 먹혀버린 거지요?”

“문제를 하나 더 내볼게요. 5×3×3×3의 답이 뭘까요?”

“너무 쉽잖아요. 음…, 135이지요.”

“그럼 3×3×3×3×3×3×3×3×3×3×3×3×3×3×3×3×3×3×3×3×3×3×3×3×3×5×5×5×5×5×5×5×5×5는요?”

“네? 네이피어 아저씨, 너무하신 거 아니에요? 그렇게 큰 수를 암산으로 어떻게 구해요. 계산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단은 터무니없이 복잡한 계산문제를 내는 네이피어의 행동이 황당하기만 했다.

“하하. 저는 이것보다 더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계산을 정확하고 빠르게 할 수 있게 했지요. ‘로그(log)’를 만들어서요.”

네이피어가 로그를 만든 1600년대는 천문학이 발전하던 시기였다. 천문학에서는 큰 수를 계산할 일이 많았다. 온종일 계산해도 결과를 낼 수 없을 정도로 큰 수의 계산이 수두룩했다. 그래서 큰 수의 계산은 천문학자들의 골칫거리였다. 네이피어는 이런 큰 수도 간단하게 계산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냈고, 그 결과 로그를 발명하게 됐다. 로그를 이용하면 곱셈과 나눗셈을 각각 덧셈과 뺄셈으로 바꿔 계산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로그를 이용하면 제가 냈던 문제는 금방 풀 수 있어요.” “큰 수의 계산을 쉽게 하려고 인위적으로 수를 만든 거군요!”

“그런 셈이죠. 그래서 처음에는 ‘인공수’라고 불렀는데, 나중에는 비율을 나타내는 수라는 뜻의 ‘로가리듬’을 줄여 로그라고 부르게 된 거죠.”

로그는 계산기나 컴퓨터가 없던 시절, 사람들이 긴 시간 동안 해야 하는 계산에 시달리지 않도록 해준 놀라운 발명이었다.

“그런데 대체 로그와 앵무조개는 무슨 관련이 있는 거지요?”

“앵무조개 껍데기는 나선형 모양으로 돼 있어요. 이 나선 모양이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고 있지요. 이렇게 일정한 비율로 간격이 증가하는 나선을 로그 나선이라고 합니다. 물론 제가 앵무조개를 로그 나선으로 만든 건 아니고, 우연히 자연에서 찾게 된 발견이지요. 그런데 왜 저를 가둬놨는지, 참….”

순간 단은 앵무조개의 촉수 사이에 써 있는 게 로그를 포함한 수식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저 식을 풀어내면 탈출할 수 있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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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8월 수학동아 정보

  • 조혜인 기자
  • 일러스트

    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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