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똑, 여기가 ‘동대문 수학 클럽’ 맞나요?”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비가 쏟아지던 8월 9일 오전 10시, 기자와 <;수학동아>; 독자 3명은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고등과학원 ‘수학난제연구센터’를 찾았어요. 바로 이곳에서 김민형 교수님과 함께 자유롭게 수학 이야기를 나눈다는 동대문 수학 클럽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서였습니다!
동대문 수학 클럽이 뭐냐고요? 김민형 교수님과 온갖 수학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랍니다. 2021년 여름, 김 교수님과 10대 학생 2명, 출판사 ‘인플루엔셜’ 이보람 편집자가 모여 첫 모임을 시작했어요. 총 7번 모임을 진행했고, 그 이야기를 담은 책 <;어서오세요, 이야기 수학 클럽에>;가 8월 25일(목) 출간됐어요.
김 교수님은 “2011년 대중 강연을 시작했을 때부터 학생들을 위한 수학책을 만들어달라는 요구를 많이 받았는데, 이제야 쓰게 됐다”고 책에 대해 설명했어요. 독자들이 수학 내용을 편하게 읽었으면 하는 마음에 대화체로 글을 썼다고 해요.
김 교수님에 따르면 수학자들은 연구할 때 많은 대화를 한다고 해요. 수학은 연구 분야가 다양하고, 다루는 내용도 제각기 달라서 같은 분야가 아니면 상대방의 논문을 읽고 완전히 이해하기가 어렵거든요. 때문에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논문의 핵심 내용을 공유한대요. 어떤 문제는 여러 수학 분야의 이론을 적용해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대화가 문제를 푸는 실마리가 되고 공동연구 하는 계기가 된다네요.
김 교수님은 학생들과 대화하는 것을 즐기는데요. 학생들의 질문은 종종 교수님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내용일 때가 많대요. 교수님에게 새로운 생각의 접근 방식을 알려주기 때문에 학생들과의 대화 시간이 너무 소중하대요.
왜 수학을 해야 하냐는 질문에 김 교수님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라고 답했어요. 정치, 과학 등 여러 분야에서는 수학을 이용해 정량적으로 이해하는 과정이 꼭 필요해요. 선거에서 누가 당선될지 예측하고, 실험 결과를 분석할 때 모두 수학이 쓰이거든요. 김 교수님은 “수학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면 ‘필요 없는 불안’이 사라진다”고 덧붙였어요.
“인류가 현재 세상을 이해하고 있는 건 0%정도예요. 세상을 더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거겠지요? 숙제가 많은 건 좋은 거예요. 세상에 더 질문하게 되니까요. 여러분 모두 동대문 수학 클럽에 들어와 세상을 함께 이해해 보지 않을래요?”
동대문 수학 클럽 엿보기
모양은 다르지만 우리는 친구
동대문 수학 클럽에 대한 설명을 들은 기자와 <;수학동아>; 독자 3명은 그 자리에서 클럽에 가입했어요! 김민형 교수님과 클럽원들이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잠깐 살펴볼까요?
김민형 (빨대 하나를 들면서) ‘빨대의 구멍은 몇 개일까요?’라는 질문을 들어봤어요? 몇 년 전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던 내용인데요.
고도형 못 들어봤어요. 그런데 1개 아닐까요? 이렇게 길쭉하면 1개인지 2개인지 모를 수도 있는데, 빨대를 굉장히 얇게 자르면 1개가 될 것 같아요.
김민형 빨대를 조금 부풀린다고 생각해 봐요. 최대한 공처럼요. 몇 개 같아요?
전준혁 송곳으로 위도 뚫고 아래도 뚫을 수 있으니까. 2개 같아요!
김민형 언제부터 구멍이 1개에서 2개로 바뀐 거지요? 언제부터인지 기준을 정할 수 없지요?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고도형 혹시 구멍이 정확히 정의되지 않았다는 의미인가요?
김민형 오, 맞아요! 구멍이 잘 정의된 개념이 아니라는 거예요. 그래서 이렇게 보면 1개인 것 같고, 저렇게 보면 2개인 것 같은 거지요. 따라서 답은 ‘정해지지 않았다’라고 할 수 있답니다. 구멍의 개수라는 특성은 자꾸 바뀌어요. 반면 물건을 약간 움직여서 천천히 변형시킬 때 보존되는 특성들이 있어요. 이를 종합해서 물건의 위상이라고 불러요.
김재하 네…?
김민형 하하, 단어가 어렵죠? 어떤 물건이 부드러운 고무로 만들어져서 마음껏 조물거려 모양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 봐요. 이제 정사면체, 정육면체 모양 풍선에 천천히 바람을 불어넣는다고 가정해요. 점점 구 모양으로 변하겠죠? 계속 이렇게 모양을 바꿀 수 있지만 찢거나 붙이는 건 안 돼요. 이렇게 모양을 바꿔서 서로 똑같이 만들 수 있으면 둘의 위상이….
김재하 같아요! 구와 정사면체의 위상이 같은 건가요?
김민형 맞아요. 그리고 이렇게 여러 도형의 위상을 연구하는 것이 위상수학이에요. 정확한 정의를 배우지 않았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되는지 직관적으로 알면 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