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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논리적인 수학과 섬세한 베이킹의 만남, 조한빛 파티시에

 

‘옥스퍼드대 수학과 출신 파티시에?’

기삿거리를 찾던 기자의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수학과 베이킹 사이에 공통점이 있는 걸까’ 하는 호기심 반, ‘인터뷰 중 달콤한 디저트를 맛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반으로 당장 인터뷰 일정을 잡았습니다.

예상과 달리 슈가레인 베이킹 스튜디오에는 만든 지 1주일이 넘은 사진 촬영용 타르트밖에 없어 눈으로만 맛봤지만,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열정 부자!’

 

이 한 문장으로 조한빛 파티시에를 요약할 수 있어요. 공식적인 이력 외에도 포장마차 운영, 강남 스타일을 패러디한 ‘런던 스타일’ 뮤직비디오 제작, 피아노 연주 앨범 발매 등 다양한 경험을 했거든요. 그런 그의 어릴 적 꿈이 무엇이었을까요? 신기하게도 수학자도, 파티시에도 아니라네요.

 

“사실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쭉 우주 공학자가 꿈이었어요. 로켓, 비행기 같은 걸 좋아하고 라디오를 조립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지요. 대학도 처음엔 공과대학교에 진학하려고 했어요.”

 

수학과에 진학하게 된 계기는 생각보다 단순했습니다. 고등학교 수학 선생님이 수학과를 강력하게 추천하셨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들어간 곳이 영국 옥스퍼드대 수학과였어요. 그의 수학과 생활은 어땠을까요?

 

“수학적 재능을 타고난 것처럼 보이는 친구들이 과에 너무 많았어요. 저는 고등학교 때 수학을 잘하긴 했지만, 노력파에 속했기 때문에 대학 생활 내내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았어요. 그리고 미래에 대한 걱정도 많았지요.”

 

그렇게 대학을 졸업하고 2011년 다들 선망하는 스위스계 투자은행에 입사합니다. 투자은행에서 만든 상품을 판매하는 영업 업무였는데, 상품의 이자율, 수익률 등을 잘 알아야 해서 수학과 전공한 사람이 유리한 일이었지요. 3년 후 기업들의 프로젝트를 조금 더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의견을 제시하는 전략 컨설팅 회사로 이직합니다. 사업을 하고 싶다는 열망이 생겨 이 같은 결정을 했다고 해요.

 

“저는 회사를 계속 다닐 마음이 없었어요. 회사는 사업을 하는 데 필요한 능력을 키우는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주중에는 회사에서 일하며 사업에 필요한 전략 컨설팅을 배우고, 주말에는 영국 런던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조그만 포장마차를 운영했어요. 제가 먹는 걸 좋아해서 요식업이 눈에 들어왔거든요. 불고기 버거와 퓨전 제육볶음을 팔았는데 정말 잘됐어요.”

 

 

 

Q&A 파티시에로 진로를 바꾼 수학도!

 

Q. 베이킹을 배우게 된 계기가 있나요?

 

병역을 이행하기 위해 전문 연구 요원으로 한국을 들어오면서 어쩔 수 없이 포장마차를 그만뒀어요. 이전에 하던 요식업에 저의 섬세한 성격까지 살릴 수 있는 게 없을까 고민하다가 디저트 사업이 떠올랐어요. 마침 저희 어머니가 홈 베이킹을 취미로 하셨었지요. 그래서 어머니와 함께 베이킹을 본격적으로 배우고 디저트 카페를 열게 된 거예요.

 

Q. 퇴사하고 디저트 카페를 차리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나요?

 

갑자기 다른 일을 한다고 하니까 걱정은 하셨어요. 하지만 반대하진 않았어요. 오히려 어머니는 저를 위해 매사에 최선을 다하고 헌신하시지요. 지금 이렇게 어머니와 함께 일을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Q.  혹시 수학을 전공한 것이 베이킹에 도움이 됐나요?

 

제가 수학을 전공하면서 얻은 가장 큰 결실은 ‘논리적인 사고방식’이에요. 이점이 사업할 때 정말 많이 도움돼요. 사업 운영은 처음부터 끝까지 가설과 검증이거든요. 예를 들어 어떤 베이킹 수업을 할 때 잘 될지, 안 될지 그리고 안 됐다면 어떤 부분을 고쳐야 할지 가설을 세워요. 논리적으로 접근하면 사업의 성공은 보장되지 않아도 실패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해요.

 

더불어 디저트 사업을 하게 되면 재료 원가율, 판매가 산정 등 수학적 계산이 많이 필요해요. 사실 이 부분은 디저트 카페를 실제로 운영하면서 더 효율적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부분을 찾게 된 것 같아요.

 

 

 

 

Q. 수많은 경험을 하면서 ‘다른 선택을 할걸’ 하고 후회한 적은 없으세요?

 

현재에 만족하기 때문에 그런 적은 없어요. 오히려 그 일들을 안 해 봤다면 후회했을지도 몰라요. 예를 들어 직장 생활도 저에게 꼭 필요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해요. 큰 회사에서 다양한 사람과 함께 일하면서 ‘내가 만약 사업을 한다면 회사를 이렇게 꾸려야겠구나’라는 걸 많이 배웠거든요.

 

Q. <;수학동아>; 독자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미래에 대해 유연하게 생각하고 다양한 경험치를 쌓아보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살면서 다양한 경험도 하고 직업도 바뀌다 보니 어떤 학과나 직업이 가장 좋다는 건 없는 것 같아요. 뚜렷한 목표는 분명히 중요하지만, 그 목표에 너무 자신을 가두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Q. 앞으로 어떤 목표를 이루고 싶으신가요?

 

지금은 디저트 카페 대신 창업자를 위한 전문 베이킹 수업을 운영하고 있어요. 이 사업을 글로벌 시장까지 확대하고 싶었습니다. 직접 유튜브를 하면서 글로벌 시장의 가능성을 느꼈어요. 유튜브를 시작한 지 1년 2개월 정도 만에 구독자가 24만 명까지 늘었거든요. 해외 독자를 염두에 두고 영어로 진행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미국, 동남아 등 다양한 해외 분들도 온라인으로 제 수업을 들을 수 있으니까요.

 

 

 

인터뷰를 시작할 때 조한빛 파티시에는 ‘수학과 베이킹의 연관성이 있을까요?’라고 말씀하셨어요. 하지만 이야기를 나눠보니 조 파티시에의 다양한 도전은 수학 전공자다운 철저한 분석과 끊임없는 고민으로 이뤄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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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9월 수학동아 정보

  • 김진화 기자
  • 사진

    이승연, 조한빛, GIB
  • 디자인

    최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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