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역대 두 번째 여성 필즈상 수상자가 나왔습니다. 게다가 이 수학자는 현재 국제 뉴스의 중심인 우크라이나 출신입니다.
마리나 비아조프스카 교수는 1984년 우크라이나 키이우 태생의 수학자로, 2013년 독일 본대학교에서 돈 재기어 교수와 베르네 뮐러 교수 지도 아래 ‘보형 형식’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보형 형식이란 보형성이라고 부르는 복잡한 대칭성을 만족하는 주기함수로, 앤드루 와일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교수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증명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지요. 보형 형식은 주로 정수론에서 중요한 연구 주제이지만, 그 외에 조합론, 기하, 수리물리 등에서도 등장하는 만능 열쇠입니다.
비아조프스카 교수의 대표적인 업적은 고차원에서의 ‘케플러의 추측’을 해결한 것입니다. 특이하게도 박사 학위 연구 이전부터 우크라이나 수학자인 안드리 본다렌코 노르웨이 노르웨이과학기술대학교 교수와 다닐로 라드첸코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학교 박사후연구원 등과 함께 보형 형식과는 조금 거리가 멀어 보이는 n차원의 구 안에 있는 점들을 다항식으로 연구하는 ‘스피리컬 디자인’에 관한 중요한 연구 결과도 냈습니다. 이런 배경이 있었기에 ‘케플러의 추측에 보형 형식을 가져와 풀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짐작해 봅니다.
효율적으로 공을 쌓아라! 케플러의 추측
3차원 공간에서 같은 크기의 공을 빈 공간을 최소화 하며 쌓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피라미드 모양으로 쌓는 것이 남는 공간을 최소화 할 방법으로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피라미드형 공 쌓기가 가장 효율적인 방법임을 수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요? 이 문제는 17세기 독일 천문학자이자 수학자 요하네스 케플러가 제시한 문제로, 케플러의 추측으로 불립니다.
이 추측은 1998년 토마스 헤일스 미국 피츠버그대학교 교수가 방대한 양의 컴퓨터 계산을 통해 해결했습니다. 3차원 문제를 해결한 뒤 수학자들은 4차원 이상의 고차원에서의 공 쌓기 문제에 몰두했습니다. 고차원 공 쌓기 문제는 3차원 문제보다 훨씬 더 많이 응용됩니다.
가령 무선으로 데이터를 전송할 때 중간에 일부 정보가 손실되더라도 원래 메시지를 효율적으로 복구할 수 있도록 하는 부호 체계를 고안하는 데 이 방법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차원에서도 피라미드형 공 쌓기를 고려할 수 있는데, 차원이 높아지면서 공 사이의 빈 공간이 커져 8차원에서는 같은 크기의 공을 빈 공간에 꼭 맞게 끼워 넣을 수 있게 됩니다. 다른 예로는 1960년대 영국 수학자 존 리치가 24차원에서만 가능한 대칭적이며 효율적인 공 쌓기 방법을 제안했습니다. 편의상 각각을 ‘E8 격자’와 ‘리치 격자’라고 부르겠습니다. 8차원과 24차원에서는 이 방법들이 가장 효율적인 공 쌓기일 것으로 예상해 왔고, 이에 대한 충분한 이론적인 근거도 있었습니다.
아이디어 나오자 단숨에 풀린 난제
2016년 5월 비아조프스카 교수는 8차원에서는 E8 격자보다 효율적인 공 쌓기가 없다는 증명을 발표했고, 바로 1주일 후 다른 4명의 수학자와 함께 비슷한 방법으로 24차원에서도 리치 격자보다 효율적인 공 쌓기가 없음을 보였습니다.
이 증명에서 매우 놀라운 점은 3차원 문제 증명보다 훨씬 깔끔하고 명료하다는 것입니다. 컴퓨터 계산은 일반 컴퓨터로 실행해도 수 초 내에 답을 주는 단순한 코드만 사용됐고 논문의 길이도 121쪽인 헤일스의 논문과 비교해 8차원 결과는 25쪽, 24차원 결과는 17쪽에 지나지 않습니다.
8차원과 24차원 공 쌓기 문제 역시 특정 성질을 만족하는 보형 형식을 찾는 문제로 바꿀 수 있으며, 비아조프스카 교수는 이런 보형 형식을 실제로 찾아냈습니다.
간단해 보이지만, 보형 형식을 구체적으로 다루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또한 비아조프스카 교수가 찾아낸 보형 형식은 단순히 해당 문제를 해결하는 임시 도구가 아닌 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의 일부일 것으로 보여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