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일행은 뫼비우스의 공간을 나오자마자 또다시 위기에 봉착한다. 무서운 속도로 무너져 내리는 거대한 장벽을 피하기 위해 몸을 피해야 했지만,무거운 공기가 그들을 짓눌렀던 것이다.
“으윽, 바로 저기야. 눈앞에 시공간 우주선이…! 조금만 힘을 내!”
사건 사고를 몰고다니는 폴 일행이 뫼비우스의 공간을 어떻게 탈출한 건지, 메비우스 공작과의 만남에서부터 이야기는 다시 시작된다.
미션 ❶ 차원의 틈을 탈출하라!
“시간의 비밀이요?”
폴 일행이 호기심으로 가득 찬 눈으로 메비우스 공작을 바라보자, 그는 말을 슬쩍 돌리더니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당신들을 뫼비우스 공간에서 꺼내 주겠습니다.”
“어떻게요?”
폴이 묻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메비우스 공작이 갑자기 눈앞에서 사라진 것이다.
“엇? 어디로 갔지?”
놀라 두리번거리는 폴 일행 앞에 사라졌던 메비우스 공작의 얼굴만이 허공에 둥실 나타났다. 폴은 깜짝 놀라 엉덩방아를 찧었다. 이때 하루가 뭔가 깨달았다는 듯이 메비우스 공작에게 말했다.
“메비우스 공작님, 당신은 고차원의 존재가 아닌가요? 3차원의 존재는 뫼비우스의 공간 밖으로 빠져나갈 수 없지만, 당신은 고차원의 존재이기 때문에, 뫼비우스의 띠 바깥으로 공간을 확장시켜 쉽게 공간을 오갈 수도 있겠지요. 제 추측이 맞나요?”
“오호, 제법이군요.”
하루의 추측에 메비우스 공작이 박수를 쳤다.
“역시 미래에서 온 사람답군요. 전 고차원의 존재이기 때문에 3차원 공간을 단숨에 가로지를 수 있습니다. 제 능력을 여러분께 빌려 드리겠습니다.”
하루는 메비우스 공작이 자신이 미래인이라는 걸 알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한편 메비우스 공작은 피타에게 손을 뻗었다. 그러자 피타가 공작과 함께 폴 일행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앗! 저…, 저기!”
놀랍게도 피타의 다리만이 허공에서 버둥거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피타가 다시 나타났다. 피타는 얼떨떨한 표정이었지만 다친 데는 없어 보였다. 메비우스 공작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딱히 테스티 그 사람 편을 들고 있었던 것도 아니고, 이번에 당신들을 풀어주면 어떻게 될지 흥미가 생기는군요. 쿄쿄쿄쿄~.”
메비우스 공작의 말이 끝나자 폴 일행은 아찔한 느낌과 함께 순식간에 어디론가 이동했다. 그곳은 알록달록한 빛으로 가득차 있었다.
“이곳은 여러 차원들이 뒤섞인 차원의 틈입니다. 여러분이 뫼비우스 공간을 무사히 탈출하려면 이곳 출발 지점에서 저쪽 도착 지점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이때, 정해진 이동 규칙에 따라 움직이지 않으면 엉뚱한 차원에 떨어져 차원의 틈에서 영원토록 헤맬 수도 있지요. 그럼 무사하길!”
미션 ❷ 안전 지대로 이동하는 비상 코드를 입력하라!
폴 일행이 차원의 틈을 무사히 통과하자마자, 무거운 공기가 그들을 내리눌렀다. 무거운 머리를 들자 익숙한 풍경이 들어왔다. 거대한 장벽과 병원. 바로 수학 기면증이 시작된 병원이었다.
“엇? 여…기…는?”
하루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지만, 말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잠깐 서 있었을 뿐인데 벌써 지치는 기분이었다. 폴은 갑자기 고개를 돌리며 반색했다.
“병원? 그렇다면…? 오케이! 살았다! 시공간 우주선이 그대로 남아 있어!”
폴이 눈을 돌린 곳에 시공간 우주선이 자리를 지키고 서 있었다. 과묵한 폴리스조차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우주선을 향해 한달음에 달려갔다. 하지만 몸이 무거워 생각처럼 빨리 뛸 수는 없었다.
“피타피타!”
피타가 가리킨 곳에는 장벽이 금세라도 무너져내릴 것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다행히 모두 안전하게 우주선 안으로 들어갔고, 그들을 힘들게 하던 무거운 공기도 더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휴~, 살았다. 차원의 틈에서 우주선이 있는 곳으로 나오다니, 너무 운이 좋은 것 같지 않아?”
“메비우스 공작이 힘을 쓴 걸까?”
그때였다.
“콰르릉!”
밖을 내다보자 거대한 장벽이 무너지며 부서진 조각들이 우주선에 부딪히고 있었다. 부서진 장벽들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빠르게 떨어지고 있었다.
“일단 피해! 우주선! 우리를 가장 안전한 지역으로 대피시켜 줘!”
폴리스가 빠르게 우주선을 조작하자 우주선이 하늘로 떠올랐다. 그리고 폴리스의 명령에 반응해 화면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시간의 붕괴가 커지고 있습니다. 우선 가장 가까운 안전 지대로 비상 이동하겠습니다. 우주선이 임의로 이동할 수 있도록 비상 코드를 눌러 주시기 바랍니다. 열쇠는 다음과 같습니다.”
그러더니 화면에 괴상한 암호가 나타났다. 폴은 황당한 얼굴로 우주선에게 소리를 질렀다.
“우주선! 이런 위급한 상황에 꼭 이런 암호를 풀고 비상 코드를 눌러야 해? 그냥 이동하면 안 돼?”
폴의 항의에 암호와 함께 또다른 메시지가 화면에 나타났다.
“코드는 수학 가디언즈를 인증하는 수단입니다. 위급한 상황일수록 악한들이 우주선을 잘못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취해진 불가피한 절차입니다. 다음의 비상 코드만 입력하면 안전 지대로 바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엥? 이게 비상 코드라고?”
미션 ❸ 시간을 컨트롤하는 열쇠를 획득하라!
“휴~, 겨우 탈출했네.”
“응? 여긴 여전히 병원 같은데? 여기가 시간의 붕괴에 휘말리지 않는 안전지대야?”
우주선 밖으로 나가자 빈 병실이었다. 병실 문에는 VIP룸이라고 써 있었다. 창문 밖에서는 여전히 장벽이 빠른 속도로 부서져 내리고 있었다.
“장벽 조각은 빠르게 떨어지는데 사람들은 굉장히 힘겹고 느리게 뛰고 있어. 모두 시간의 붕괴에 휘말린 걸까?”
“우리들만 멀쩡한 건가?”
하루는 조심스럽게 병실 문을 열고 복도를 확인해 보았다. 복도에서는 간호사 한 명이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걷고 있었다.
“적어도 이 층의 사람들은 시간의 붕괴에 휘말리지 않은 모양이야.”
“우주선은 왜 이곳으로 우리를 데리고 온 거지?”
폴이 우주선에게 묻자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곳은 시간의 붕괴가 일어난 최초 지점입니다. 이곳에 시간의 붕괴를 막을 단서가 남아 있습니다. 시간의 붕괴가 완료되기 전에 서두르십시오.”
폴은 일단 병실부터 샅샅이 조사해 보기로 했다.
“그런데 어? 피타가 안 보이네?”
방금 전까지 함께 병실을 살피던 피타가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었다. 하루는 피타를 찾기 위해 구석구석을 살피던 중, 벽면에 기대다가 넘어지며 어둠에 휩싸이고 말았다. 하루가 정신을 차렸을 땐 피타가 자신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어디선가 폴과 폴리스가 자신을 찾는 소리가 들렸지만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여긴…, 병실과 연결된 비밀 공간?”
하루는 어둠에 익숙해지자 피타와 함께 비밀 공간을 둘러보기로 했다. 그러다 발견한 좁은 통로에는 작은 칩이 떨어져 있었다. 피타가 시공간 사전에 칩을 끼우자,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지도상의 모든 지점을 방문한 뒤 이 방으로 돌아오라. 그리하면 시간을 조종하는 열쇠를 얻을 것이다. 단, 이 방으로 돌아오는 총 거리는 238마일 이하가 되어야 한다.'
“어? 하루! 피타!”
마침 폴과 폴리스도 비밀 공간을 찾아 들어와 한 자리에 모이게 된다. 폴 일행은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풀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모든 지점을 방문해도 238마일 이하가 될지, 지도를 보고 계산해 보자!”
골똘히 생각하던 폴은 골치가 아픈지 기지개를 켜면서 말했다.
“에효, 피곤해서 그런가? 몸이 무겁네?”
“혹시 시간의 붕괴가 이곳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는 건가? 어서 출발해야겠어!”
미션 ❹ 거울 속에서 탈출하라!
폴과 폴리스, 하루는 비밀 공간에서 얻은 지도 위에 ‘모든 지점을 방문하고 총 이동거리가 238 이하가 되는 조건’에 맞는 길을 표시해 놓았다. 그런데 지도에는 총 10개의 작은 점들이 표시돼 있었다.
“아무래도 앞으로 이 10개의 방들을 무사히 통과해야, 처음 지도를 획득한 비밀 공간으로 돌아가 시간을 조종하는 열쇠를 얻을 수 있는 것 같아.”
이제 남은 일은 지도에 표시한 대로 가는 일뿐이었다.
“이제 어느 쪽으로 가?”
“오른쪽으로 가면 돼.”
오른쪽 갈림길로 가자 작은 방문이 보였다. 폴이 씩씩하게 작은 방문을 열자 활기찬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웰컴! 거울의 방에 온 걸 환영한다.”
아무리 둘러봐도 목소리의 주인공이 딱히 보이지 않아 폴 일행은 더욱 혼란스러웠다. 그때 폴리스가 말했다.
“거울이야.”
자세히 보니 큰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벽에 걸린 거울이었다. 폴 일행은 말하는 거울이 믿기지 않아 한참 동안 입을 다물지 못하고 거울을 요리조리 관찰했다. 뜨거운 시선을 느꼈는지 말하는 거울이 다시 입을 열었다.
“거울의 방의 수호자 미러맨이라고 하네. 시간의 열쇠를 얻으려고 하는 자들인가? 그렇다면 가장 먼저 나를 통과해야 하지.”
미러맨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갑자기 폴 일행은 숨이 막혀왔다. 어느새 그들 모두 거울 안에 갇혀 있었다.
“이게 무슨 짓이야! 거울 안에 우리를 가두다니! 어서 풀어 줘!”
폴의 항의에 미러맨이 여유롭게 말했다.
“시간의 열쇠를 갖기 위한 첫 번째 미션이다. 원한다면 놓아 주지. 하지만 너희들은 그냥 빈손으로 돌아가야 할 거야.”
미러맨의 말에 폴 일행 모두 입을 다물었다. 안 그래도 답답한 거울 속에서 폴리스가 친구들에게 말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겠네. 빨리 문제를 풀고 거울 속에서 탈출하자!”
폴리스의 말에 미러맨이 곧바로 대답했다.
“?에 들어가는 숫자를 알아내라! 거울 속이 점점 더 답답해질테니 빨리 알아내야 할 거야.”
10개의 방을 통과해 시간의 붕괴를 막아라!
자유를 되찾은 폴이 미러맨에게 큰 소리쳤다.
“자, 다음 문을 어서 열어 줘!”
미러맨은 어쩐지 부드러워진 말투로 말했다.
“기억해라. 이것은 첫 번째 관문. 앞으로 더 어려운 관문들이 남아 있다.”
미러맨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거울에서 미러맨은 사라지고, 거울이 문처럼 앞쪽으로 열렸다. 거울을 통과하자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 그래도 첫 번째 관문은 그럭저럭 통과했구만. 하지만 벌써 의기양양해서는 곤란해.”
“메비우스 공작!”
메비우스 공작이 복도의 벽에 기대 서 있었다.
“참, 힘들게들 왔구만. 자네들이 오길 기다리기가 어찌나 지루하던지.”
폴은 약이 바짝 올라 크게 소리쳤다.
“어디 그러면 당신이 한번 해 보시던지요!”
발끈한 폴을 말리며 폴리스가 물었다.
“여유 그만 부리시죠. 당신도 시간이 붕괴해 봤자 좋을 게 없지 않나요? 고차원의 존재라도 시간이란 차원이 무너지면 골치가 아플 테니…. 그런데 뭔가 이유가 있어서 당신이 직접 나설 수 없기 때문에 우리를 움직이는 것 아닙니까?”
메비우스 공작은 특유의 웃음을 잃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진지한 얼굴로 폴리스에게 말했다.
“부인하지 않겠네. 테스티가 흥미로웠던 건 사실이야. 그래서 그녀석이 하고 있었던 일들을 방관했지. 하지만 시간의 붕괴라니…. 이건 좀 지나쳤어. 뭐 너희들이 그녀석을 막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달리 방법이 있어야지. 크크크.”
“그냥 온 건 아닐 테고 어떤 얘기를 준비했나요?”
하루의 날카로운 반응에 메비우스 공작이 움찔하며 말했다.
“크크~, 당돌한 아가씨군. 좋아. 이곳은 10개의 방으로 구성돼 있네. 방금 거울의 방을 통과했으니 앞으로 9개의 방을 더 통과해야 하지. 자네들이 늑장을 부리는 이 순간에도 시간의 붕괴는 계속되고 있어. 아직 여기까지 그 영향이 미치지 않고 있지만, 시간 문제겠지.”
폴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런데 이곳은 왜 그 영향이 미치지 않나요?”
“그거야, 당연하지 않나? 이 근처에 테스티가 있기 때문이지.”
“뭐라고요?”
“테스티는 혼란을 일으킨 이곳에서 세상의 혼란을 지켜보며 다음 계획을 짤 생각이었을 거야. 하지만 자네들이 10개의 방을 다 돌면 시간의 열쇠를 얻게 되네. 그의 계획에 방해가 되겠지. 그는 방해 받는 걸 아주 싫어해.”
메비우스 공작의 말에 폴리스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그렇다면 곧 테스티의 반격이 시작되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