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나 비아조프스카 스위스 로잔 연방공과대학교 교수는 2018년에 이어 또다시 유력한 필즈상 후보로 꼽히는 수학자 중 한 명입니다. 2016년 고차원에서의 ‘케플러 추측’을 해결해 수학계 샛별로 떠올랐지요.
케플러 추측은 정해진 공간 안에 구를 최대한 많이 쌓는 방법에 관련한 문제입니다. 1620년 독일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요하네스 케플러가 3차원에서의 답을 추측하며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3차원 문제는 1998년이 되어서야 케플러가 추측한 답이 맞다는 것이 증명됐고, 4차원 이상에 대해서는 계속 답을 찾고 있었습니다.
비아조프스카 교수는 친구의 권유로 고차원 케플러 추측 해결에 뛰어들어 수학과 대학원생이면 이해할 수 있는 내용만 써서 8차원 케플러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비아조프스카 교수가 인터넷에 공개한 논문을 본 헨리 콘 마이크로소프트연구소 연구원은 24차원 문제도 같은 방식으로 풀 수 있을 것 같으니 함께 연구하자고 제안했고, 5명의 수학자가 이메일로 소통한 결과 불과 일주일 만에 24차원 케플러 추측도 해결했습니다. 2019년에는 케플러 추측을 해결한 방법을 이용해 8, 24차원에 서로를 피하려는 무한 개의 점이 있을 때 최적의 배열을 찾는 문제를 풀었습니다.
비아조프스카 교수에게 고차원 케플러 추측 연구를 제안한 안드리 본다렌코 노르웨이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중요한 미해결 문제를 푼 것뿐 아니라, 찾은 방법을 다른 분야에도 응용할 수 있어 비아조프스카 교수가 필즈상의 유력 후보로 꼽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2018년 브레이크스루상 뉴 호라이즌을 수상한 마리나 비아조프스카 교수의 모습(오른쪽).
필즈상 후보로 꼽은 이유는?
<수학동아>가 필즈상 수상자를 예측할 때 연구 업적 외에 따지는 조건들이 있습니다. ‘유럽수학회상’을 받았는지, 세계수학자대회(ICM)에 기조 또는 초청 강연자로 초대받았는지 등 입니다. 4년마다 주는 유럽수학회상은 2020년까지 발표된 수상자 중 13명이 필즈상을 받아 필즈상 후보를 예측하는 중요한 지표로 쓰입니다. 또 ICM에는 최근 4년 동안 탁월한 연구 성과를 올린 수학자가 강연자로 초청되며, 2014, 2018년 수상자 전원 ICM의 초대를 받았지요. 비아조프스카 교수는 2020년에 유럽수학회상을, 2018년에 ICM 초청 강연자로 초청받아 두 조건을 모두 만족합니다.
2016년 수학계를 놀라게 한 연구 이후 계속 연구 성과를 내는 비아조프스카 교수가 과연 2022년에 필즈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그 결과가 궁금합니다.
※편집자주
2022년 7월 6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세계수학자대회(ICM) 개막식에서 만 40세 미만의 젊은 수학자가 받을 수 있는 수학계 최고 영예 ‘필즈상’ 수상자가 발표됩니다. 올해는 누가 수상하게 될까요?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수학과 교수는 <수학동아>가 필즈상을 받기를 가장 바라는 수학자입니다.
<수학동아>는 2014년 허 교수를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ICM 관련 기사에서 수학계 라이징 스타라고 소개했어요.
4년 뒤인 2018년 허 교수는 ICM 초청 강연자로 초대받았습니다. 이때 허 교수는 <수학동아> 독자 5명과도 직접 만나 수학자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수학동아>와 인연이 깊은 허 교수는 현대 수학계의 오랜 난제였던 ‘리드 추측’을 박사과정 졸업 전에 해결해 수학계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리드 추측은 1968년 영국의 수학자 로날드 리드가 제시한 조합론 문제로, 채색 다항식의 계수의 절댓값은 증가하다가 감소할 수는 있지만, 감소하다가 증가할 수 없다는 추측입니다. 채색 다항식은 어떤 그래프에서 이웃한 꼭짓점을 서로 다른 색으로 칠할 때 n개 이하의 색만 써서 칠하는 방법의 수를 나타낸 식입니다. 이 문제는 누구도 풀지 못하다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분야를 연구하던 허 교수가 대수기하학의 도구를 조합론 문제에 적용해 해결합니다.
▲2018년 고등과학원에 잠시 방문한 허준이 교수와 금종해 현 대학수학회장, 그리고 <수학동아> 독자 5명.
박사과정 때 만든 수학 무기로 난제 줄줄이 해결
3년 뒤 허 교수는 카림 아디프라지토 이스라엘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교수, 에릭 카츠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 교수와 함께 ‘로타 추측’도 해결했습니다. 로타 추측은 리드 추측에서 확장된 문제로, 리드 추측을 해결한 방식으로 또 다른 수학계의 오랜 난제를 푼 겁니다.
2020년에는 다변수 다항식의 한 종류인 ‘로렌츠 다항식’이 어떤 성질을 갖는지 대수기하학과 조합론을 연결 지어 연구했습니다. 그리고 수학계 최고 학회지로 꼽히는 ‘수학 연보’에 발표했습니다. 이 결과는 후에 기존의 80쪽이 넘었던 로타 추측 증명을 다른 수학자들이 10쪽 내외로 줄이는 데 기여했습니다. 허 교수와 함께 연구한 카츠 교수는 그의 연구 결과를 두고 “대수기하학의 아이디어로 수학에서 완전히 다른 분야인 조합론에 혁명을 일으켰다”고 말했습니다.
허 교수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초등학교부터 대학원 석사 과정까지 한국에서 교육받은 한국계 미국인입니다. 정기적으로 우리나라 고등과학원에 와서 연구하고, 대중강연을 하는 등 우리나라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지요. 그 때문인지 <수학동아>를 비롯해 많은 우리나라 수학자가 허 교수의 필즈상 수상 소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미 이룬 성과만으로도 자랑스러운 한국계 수학자 허 교수가 필즈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7월 6일이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