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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1일 수학계에 아주 슬픈 소식이 날아들었습니다. 고 김범식 교수님이 제자와 저녁 식사를 하던 도중 심근경색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신 겁니다. 평소 건강하셨기에 이 소식은 수학자들에게 큰 충격이었습니다. 대학원을 함께 다닌 박형주 아주대학교 총장님은 고 김범식 교수님을 어떤 수학자로 기억하고 그리워할까요?

 

박형주 아주대학교 총장님은 서울대학교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고 김범식 교수님과 같은 UC 버클리에서 수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그 뒤 고등과학원, POSTECH 교수를 거쳐 아주대에서 석좌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2014 서울 세계수학자대회 조직위원장과 국제수학연맹 집행위원,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소장을 역임했습니다.

 

김범식 교수의 갑작스러운 별세 소식을 듣고 멍해졌다. 같은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다녔지만 몇 년의 나이 차이와 나는 물리학, 그는 수학으로 전공이 달라 서로 알지 못하다가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교(UC버클리)의 수학과 대학원에 함께 다니며 가까워졌다.

 

1989년 그가 UC버클리 수학과 대학원에 들어올 때 그를 포함해 한국 학생 5명이 우르르 입학했다. 어쩌다 한 명 정도 입학하던 때라 ‘이게 뭔 일인가?’ 했다. 몇 명 있던 수학과 한국인 재학생들이 호숫가에서 신입생 환영회를 겸한 바비큐 점심을 준비하느라 허리가 휘었었다.

 

중간에 군 휴학을 마치고 돌아와 보니, 그 사이에 결혼한 그는 입학 초기의 어리바리한 모습이 없어지고 번득이는 연구 아이디어를 가진 촉망받는 대학원생으로 변해 있었다. 당시에 장학금이 중단돼서 어려움을 겪던 나를 알게 모르게 도와주던 따뜻한 성품의 후배이기도 했다.

 

대학원에서 그는 ‘사교 위상수학’ 분야의 대가인 러시아 수학자 알렉산드르 기벤탈 교수에게 사사했다. 그러더니 대학원생들 사이에서 장래 최고의 학자가 되는 보증수표로 여겨지던 ‘슬론 박사논문상’을 받아서 주목받는 젊은 수학자의 길로 들어섰다.

 

2002년 봄에 POSTECH으로 연구년을 갔더니, 이미 거울 대칭 분야의 세계적인 명성을 쌓고 있는 그가 교수로 와 있었다. 또 2004년에 미국 생활을 청산하고 고등과학원에 교수로 왔더니, 거기에 또 교수로 재직하고 있었다. ‘인연은 인연이구나’ 했다. 이렇듯 놀라운 만남 사이에 그는 젊은 과학자상, 포스코청암상 과학상, 한국과학상, 등 국내에서 수학자가 받을 수 있는 상을 싹쓸이하고 최연소 국가 석학으로 선정되었으며, 세계수학자대회(ICM)에서 초청 강연을 한 몇 안 되는 한국인 수학자 중 한 명이었다.

 

그의 연구 분야는 크게 보면 대수기하학, 조금 좁히면 사교 기하학이다. 특히 수학과 이론물리학의 상호작용이 활발한 분야로 꼽히는 ‘거울 대칭’에 큰 발자국을 남겼다. 초끈이론의 결과로 나오는 대칭성의 불가사의를 수학자의 눈으로 들여다보고 통합된 설명과 관점을 제시하고자 하는 여정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성취에 다다랐다.

 

진지하되 깊이가 있었고, 난관을 만났을 때면 뛰어난 돌파력을 보여주었다. 학교는 내가 먼저 갔지만, 그 이후엔 내가 간 곳엔 항상 그가 먼저 가 있었으니 선배(先輩)로 불러도 손색이 없다. 내가 가는 곳마다 미리 가서 준비해 주던 선연(善緣)의 학자를 잃게 되어 애석하고 애통하다. 부디 안식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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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1월 수학동아 정보

  • 박형주(아주대학교 총장, 수학과 석좌교수)
  • 사진

    고등과학원
  • 진행

    조가현 기자
  • 디자인

    유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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