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서 위험을 측정하는 바(VaR)값을 소개한 것을 기억하고 있지요? 투자한 자산의 바값이 1억 원이라면 앞으로 10일 동안 1억 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확률이 1%라는 뜻입니다. 이렇게 위험을 계량할 수 있게 되었다면 이제 위험을 조절하는 방법을 알아보기로 해요. 확률의 놀라운 지혜를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얼마나 벌 수 있을까?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이유는 돈을 벌려는 것이지요. 어떤 사람들은 투자를 하고서 하루에도 몇 번이고 자기가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는지 확인하기도 합니다. 투자를 통해 번 돈을 확인하는 방법에는 다음과 같은 식으로 만든 투자수익률이 주로 쓰입니다.
처음에 투자한 금액(초기투자액)을 현재가치에서 빼면 투자로 번 돈이 나옵니다. 이를 다시 처음 투자한 금액으로 나누면 수익의 비율, 즉 투자수익률이 되지요. 투자수익률이 높으면 돈을 많이 번 것이고, 0이라면 수익이 없는 것이며, 음수가 되면 오히려 손해를 본 것이랍니다.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한 경우, 수익률을 높이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은 투자자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겠지요.
그런데 현재 투자한 금액에 대한 투자수익률은 미래에 결정됩니다. 그래서 지금은 정확히 알 수 없고 확률적으로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때 ‘확률분포’라는 방법을 쓰는데 확률분포를 알려면 먼저 평균과 표준편차를 구해야 합니다.
평균이 같더라도 둘 사이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민수는 용돈을 1500원이나 2500원을 받아 평균인 2000원과 500원밖에 차이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철수는 1000원이나 3000원을 받으니 평균과의 차이가 1000원이 되지요. 즉 철수는 평균과 더 많은 차이가 나는 용돈을 받습니다. 이와 같이 평균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값이 나올수록 표준편차가 크다고 말합니다. 표준편차가 클수록 평균보다 먼 값이 나올 확률이 높다는 뜻이기도 하죠.
감당할 수 있는 위험 알기
수익률을 과거의 경험을 통해 예상해 보면 보통 종 모양의 확률분포가 나타납니다. 수익률이 평균에서 표준편차를 뺀 값보다 크고 평균에 표준편차를 더한 값보다 작을 확률을 표시한 거지요. 이러한 확률의 규칙은 그림과 같이 나타낼 수 있습니다. 이 그림에서 가로는 미래에 발생 가능한 수익률을 나타냅니다. 확률은 색칠한 부분의 넓이가 되지요.
그림(a)는 수익률이 0.1(=10%)에서 0.2(=20%) 사이가 될 확률 즉, 색칠한 부분의 넓이가 0.683(=68.3%)으로 나옵니다. 평균은 종모양의 중간값인 0.15가 됩니다. 기대할 수 있는 평균수익률이 15%라는 말이지요.
다시 말해 그림(a)는 수익률의 평균이 0.15고 표준편차가 0.05인 경우를 나타냅니다. 1년 뒤의 수익률이 0.1(=평균(0.15)에서 표준편차(0.05)를 뺀 값)과 0.2(=평균(0.15)에서 표준편차(0.05)를 더한 값) 사이에 있을 확률이 68.3%가 된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그림(b)는 그림(a)와 수익률의 평균은 0.15로 같지만 표준편차가 0.1인 경우를 나타냅니다. 1년 뒤의 수익률이 0.05(=평균(0.15)에서 표준편차(0.1)를 뺀 값)과 0.25(=평균(0.15)에서 표준편차(0.1)를 더한 값) 사이에 있을 확률이 68.3%가 된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수익률이 25%보다 높을 확률은 그림(b)가 그림(a)보다 크지만, 수익률이 5%보다 낮을 확률도 큽니다. 돈을 많이 벌 확률이 높은 만큼 손해를 볼 확률도 높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금융에서는 표준편차를 곧 위험이라고 여깁니다. 표준편차가 크면 위험한 것이고 표준편차가 작으면 덜 위험한 것이 되지요. 바값을 계산해 보면, 표준편차가 큰 경우 바값이 더 크게 됩니다.
이와 같은 설명을 하고 우철이에게 물었습니다.
아빠 : 수익률의 평균이 15%로 똑같다면 표준편차가 큰 곳에 투자할래? 아니면 작은 곳에 투자할래?
우철 : 저는 표준편차가 작은 곳에 투자할래요. 돈을 버는 것도 좋지만, 손해 보는 것은 싫어요.
아빠 : 그래. 우철이처럼 투자하는 걸 위험회피형 투자라고 한단다. 안전하기는 하지만, 높은 수익을 올릴 수는 없지.
우철 : 높은 수익을 올리려면 위험이 큰 곳에 투자해야 하니 자칫 큰 손해가 생길 수도 있잖아요. 그럼 어디에 투자를 하는 것이 좋아요?
아빠 : 투자하는 것에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란다. 그래서 투자하려는 대상의 위험을 잘 계산해서 감당할 만한 수준의 위험을 유지하며, 수익을 높이려고 노력해야겠지.
곰곰이 생각하던 우철이는 미소를 지으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습니다.
우철 : 그럼 전 표준편차가 아주 큰 곳에 투자할래요. 그래야 많이 벌 확률이 생기잖아요.
아빠 : 그렇지만 아까 이야기한 것처럼 손해를 크게 볼 수도 있을 텐데?
우철 : 손해를 보면 아빠한테 또 달라고 하면 되죠! 어차피 아빠가 준 돈으로 하는 거 잖아요.
아빠 : 뭐?
우철 : 히히, 돈을 벌면 내 돈이 되고 손해를 보면 아빠한테 달라고 하고…. 신난다.
아빠 : 그러면 안 되지. 그건 모럴 해저드야!
위험이 큰데도 높은 수익을 노리고 투자하는 것을 투기라고 합니다. 투기에 대한 정확한 정의는 없지만, 높은 수익을 위해 자기가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 수준으로 투자하는 것을 투기라고 할 수 있겠지요. 투기하는 사람을 보면 한때는 돈을 많이 버는 것 같아도 결국 많은 손해를 보고 어려운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많답니다.
자, 이제 투자수익률에 대한 표준편차와 바를 이용해 위험을 관리할 수 있겠지요? 표준편차와 바가 크면 좀 더 안전한 곳에 투자를 하면 되고, 표준편차와 바가 작으면 좀 더 값이 큰 곳으로 투자해서 수익을 높일 수 있답니다. 여러분 중에서도 위험을 정확히 알고, 잘 관리해서 최상의 투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금융전문가가 많이 나오기를 바랍니다.
모럴 해저드
은행이 많은 손실을 입어 망하면 국가 경제도 어려워질 수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은행을 구제해준다. 은행은 이를 믿고 수익을 많이 낼 수 있는 위험한 곳에 투자를 하게 된다. 은행은 돈을 많이 벌 수 있고 혹시 손실이 크게 나더라도 나라에서 해결해주니까 걱정할 것이 없는 셈이다. 이렇게 도덕적으로 잘못된 경우를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라고한다. 모럴 해저드가 없으려면 금융전문가가 되기 전에 인성교육을 받아 양심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