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 25일, 우리나라 최초로 인공지능(AI)이 쓴 장편소설이 나와 여러 매체에서 떠들썩하게 다뤘습니다. 진짜로 AI가 쓴 것이 맞는지 의문을 던지는 기사들이 주를 이뤘지요. <;수학동아>;도 가만히 지켜볼 수만은 없었습니다. 특히 이 소설의 감독은 기자와 인연이 있었거든요. 이번 소설을 통해 ‘수학’을 말하고 싶었다는 김태연 소설감독을 9월의 마지막 날 만나고 왔습니다.
[AI 소설가와 소설감독의 역할은?]
Q. <;지금부터의 세계>;라는 소설을 발표하면서 본인을 소설감독이라고 소개하셨어요.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A. 영화감독은 영화와 관련한 모든 것을 관리하고 책임져요. 배우와 촬영 장소 섭외부터 음악과 소품까지 정해진 예산에서 영화에 필요한 것을 준비해요. 그리고 배우의 연기와 편집한 내용이 마음에 들 때까지 촬영과 수정 작업을 반복하지요. 제가 이번에 AI가 쓴 소설을 만들면서 그 역할을 했어요.
제가 소설의 등장인물과 줄거리, 각 장면의 내용을 구성하면, AI가 그에 맞게 글을 써요. AI가 쓴 글을 읽고 제가 원하는 내용이 나올 때까지 AI에게 다시 쓰게 했지요. 여기에 AI가 소설을 쓸 수 있도록 알고리듬을 구축할 회사를 찾는 일, 그 비용을 내는 일까지 모두 제가 했답니다.
Q. AI의 소설 쓰기 실력은 어느 정도인가요?
A. 딥러닝이라는 것이 스스로 학습하는 거잖아요. AI 소설가가 처음에 쓴 글은 제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하지만 소설을 완성할 단계에서는 놀라움의 연속이었어요.
소설을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는 한 장면을 쓰는 데에도 몇 달이 걸렸어요. 이 소설은 총 81장으로 구성돼 있고, 각 장은 다시 장면(#)으로 구분되는데, 소설의 앞쪽은 한 장면의 글이 1~2쪽 정도로 짧아요. 장면이 길면 AI 소설가가 엉뚱한 이야기를 집어넣었거든요. 제가 장면마다 줄거리를 입력하면 AI가 이에 맞게 글을 썼지요.
하지만 뒤로 갈수록 제가 알지 못하는 정보까지 동원해 소설의 내용을 풍부하게 만들었답니다. 게다가 교정을 거의 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문장을 깔끔하게 잘 썼어요.
[AI는 수학이다!]
Q. AI 소설가는 누가 만든 건가요?
A. 두 회사의 합작품이에요. 먼저 제가 설립한 회사에서 소설에 특화된 AI를, 이번 작업을 함께 한 회사에서 소설뿐 아니라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는 AI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두 AI를 경쟁시켜 작업했지요. 두 회사 사이의 계약으로 인해 회사를 자세히 소개할 수 없는 점 이해해 주세요. 하지만 이번 책에 실린 감독 후기를 보면 두 회사가 어떻게 협업했는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엿볼 수 있어요.
Q. 감독님이 AI 회사를 설립하셨다고요?
A. AI 소설을 쓰기 위해 2015년에 만들었어요. 2014년 우리나라에서 열린 서울 세계수학자대회(ICM) 기간에 AI 소설가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거든요.
ICM은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수학자들이 모여 최신 수학 연구를 발표하는 자리예요. 총 19개의 수학 분야로 나뉘어 발표했는데 그중에 컴퓨터과학 관련 4개 분과가 제 관심을 끌었어요. 거기서는 AI 관련 최신 수학 연구를 소개했지요. 어느 날 세계적인 수학자의 연구를 듣고 일본 학술지에 실린 논문을 보던 중, 상상만 했던 AI 소설가를 구현할 방법이 생각났어요. 논문은 벡터의 확장 개념인 ‘텐서’의 곱에 관한 것이었는데, 이를 잘 활용하면 되겠다 싶었지요.
텐서는 성질이 같은 벡터를 모아놓은 것으로, 컴퓨터가 우리가 쓰는 언어를 인식하게 하려면 숫자들의 모임인 텐서로 바꿔 입력해야 해요.
Q. 어떻게 수학 논문을 보고 AI 소설가를 구상할 수 있지요?
A. AI 소설가라는 게 사람이 줄거리를 입력(x)하면 그에 맞는 글(y)을 출력하는 AI를 만들고 싶은 거잖아요. ‘미지수 x를 입력하면 계산을 거쳐 결과 y가 나온다’ 이게 함수 아니고 뭐겠어요. 딥러닝은 한마디로 함수고, 함수는 언어를 인식하게끔 텐서를 연산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설 쓰는 AI를 떠올릴 수 있었어요.
[수학으로 못하는 건 없다!]
Q. AI 소설가를 왜 만들고 싶으셨어요?
A. 저는 단순반복 작업을 정말 싫어해요. 좋아하는 수학마저도 반복적인 문제 풀이는 참지 못할 정도로 힘들어하지요. 그런데 소설 작업에도 그런 일이 있어요. 그 부분을 AI에게 맡기고 싶었어요.
Q. 이번 책으로 독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신가요.
A. ‘수학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라는 말이요. 인간이 상상하는 모든 일을 AI가 할 수 있다고 믿어요. 그런데 AI는 수학을 이용해 만들기 때문에 수학이 우리가 하고 싶은 모든 걸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