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뭐야 방을 탈출하는 게임이라고? 난 또 상급 악마들이 장난친 줄 알았잖아! 그러고 보니 여긴 내가 그렇게 와보고 싶었던 인간 세계? 제로, 여기가 어딘지 구체적으로 알아봐 줘~!
방 탈출 게임 VS 방 탈출 카페
방 탈출 게임은 밀실에서 단서를 찾고 퍼즐을 풀어 빠져나오는 게임으로 모바일이나 PC게임으로 즐길 수 있다. 가상이 아닌 실제 공간에서 제한된 시간 안에 방을 탈출하는 놀이를 할 수 있는 곳을 ‘방 탈출 카페’라고 한다. 방 탈출 카페는 2010년 북미, 유럽, 동아시아 등에서 인기를 끌다가 2015년에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생겼다. 제한 시간은 주로 60분인데 2시간이나 되는 곳도 있다. 혼자서 하는 경우도 있고 최대 8명이 팀으로 입장해 진행하기도 하지만 주로 2~3명이 즐긴다. 예약제로 운영되며 예약 시간 10분 전에 도착하면 방에서 사용되는 자물쇠나 주의사항에 관한 간략한 설명을 듣게 된다. 그리고 스포일러나 휴대폰 촬영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쓴다. 모든 준비를 마치면 안대나 아래만 보이는 안경을 써 시야를 가리고, 일행의 어깨에 손을 올린 뒤 한 줄로 입장한다.
방에 들어가면 테마에 맞는 음악이 흐르고 간략한 상황 설명 뒤 문이 닫힌다. 이후엔 단서를 찾아 퍼즐을 풀면 된다. 퍼즐을 풀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힌트도 주어지는데, 3개 이하로 사용해야 방을 탈출했을 때 성공으로 인정된다. 힌트를 받는 방법은 무전기부터 태블릿 PC까지 다양하다. 방 탈출 카페가 처음 생겼을 때는 공포나 스릴러 테마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애인에게 선물 전달하기’나 ‘밖에 나가 놀고 싶은 고양이가 돼 방 탈출하기’ 등 다양한 테마가 등장하고 있다.
방 탈출 테마 기획과 문제 출제는 닮은 꼴
안녕하세요. 방 탈출 1인 기획자 ‘령’이에요. 제가 처음 만든 방 탈출 테마는 2019년 방 탈출 카페를 함께 다니던 팀원들과의 첫 정기모임을 기념하기 위해 파티룸을 빌려 만든 ‘키드냅M’이에요. 팀원들의 반응이 좋아서 두 번째로 ‘기로’라는 테마를 기획했고, 팀원뿐 아니라 외부 3팀에게도 공개했어요. 그때 이 테마를 좋게 봐주신 다른 기획자분께서 정식으로 방 탈출 카페의 테마를 기획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해주셨고 그렇게 본격적으로 기획을 시작했습니다. 여러 기획자와 함께 만든 테마도 있지만 저 혼자 기획한 테마는 제로월드 ‘콜러’, 대학로 비트포비아 ‘지금 만나러 갑니다’, ‘구룡, 잠들지 않는 도시’가 있어요.
방 탈출 테마를 만드는 방법은 크게 4단계예요. 먼저 방 탈출 테마를 기획해요. 그런데 이것 역시 하나의 창작 과정이에요. 예를 들어 어떤 산장에 갇힌 상황을 연출한다면, 왜 갇혔는지, 참가자들은 이 방에서 나가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등을 담아 이야기로 만들어야 해요. 이야기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 책도 많이 읽고 영화도 많이 보죠. 또 매일 한 시간씩 다양한 곳을 산책하며 눈에 보이는 것을 토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칩니다.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완성되면 기획안을 만들어 이야기에 구멍이 없도록 더욱 완성도를 높여요.
기획안에는 기획할 방의 공간을 어떻게 사용할지와 각 방의 동선도 담겨 있어요. 여러 사람이 참여할 경우 동선이 꼬일 수도 있고 순서대로 단서를 찾아야 기획자가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를 완벽하게 전할 수 있거든요.
문제는 종이에 적힌 걸 풀어 자물쇠에 입력하는 방식보다는 소품이나 장치를 활용한 걸 선호해요. 이야기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소품을 사용할 경우 몰입도가 깨지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는 소품을 활용해 문제를 내죠. 만약 카페를 갔는데 어떤 전구의 불이 나갔다면 ‘저 불빛을 사용해서 문제를 내면 어떨까?’라고 고민합니다.
문제까지 담은 기획안이 완성되면 이를 토대로 건축 설계사가 ‘스케치 업’이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해 방의 설계 도면을 그려요. 도면을 완성하면 실내 인테리어 전문가가 방을 제작하죠. 구하기 힘든 특수한 소품은 3D프린터를 사용해서 만들기도 하는데, 이렇게 만든 물건은 플라스틱 재질과 느낌이 있어서 저는 사용하지 않는 편이에요. 이번에 기획한 ‘구룡, 잠들지 않는 도시’는 홍콩이 배경이라서 중국 문화를 볼 수 있는 서울 대림동을 직접 방문해 소품을 구했답니다.
방을 완성하고 난 뒤엔 난이도를 조절해야 해요. 저는 방 탈출을 많이 해봤기 때문에 문제의 난이도를 객관적으로 가늠할 수 없거든요. 그래서 방 탈출 입문자와 많이 해본 사람들을 고루 섞어 이틀에 걸쳐 10팀에게 테스트를 받아요. 그리고 그분들께 어려웠던 문제나 이해하지 못한 문제, 스토리적인 결함에 대한 이야기를 듣죠. 그 의견을 바탕으로 여러 번 수정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