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을 꿰뚫어 보는 능력이 있으면 수학을 오래전에 공부했더라도 막힘없이 수학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창의적인 수학교육 프로그램인 ‘깨봉수학’을 개발한 조봉한 이쿠얼키(EQUALKEY) 대표입니다.
조 대표는 자신이 중고등학생 시절 수학을 꿰뚫어 보려고 노력한 덕분에 지금도 수학 문제를 거뜬히 풀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수학을 꿰뚫어 보는 공부법에 대한 조 대표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 편집자 주
수학 고민 상담소 ‘수담수담’에서 수학 고민을 함께 나눠요. ‘수학을 왜 공부해야 할까?’, ‘수학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등 궁금했지만 어디서도 답을 얻지 못했던 수학에 관련한 고민을 들어드립니다.
7월 8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이쿠얼키 본사에서 수학고민상담소의 8번째 주인공인 조봉한 대표를 만났습니다. 그는 16만 7000명(7월 15일 기준)의 구독자를 가진 깨봉(QUEBON) 채널의 유튜브 크리에이터로도 유명합니다. 깨봉이란 단어는 수학을 깨우치다의 ‘깨’와 조 대표 이름의 ‘봉’을 합쳐 만든 말입니다. 수학을 꿰뚫어 깨우치길 바라는 마음에서 지었다고 합니다.
조 대표는 1987년 서울대학교 계산통계학과(현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에서 무인 전투기를 움직이는 AI 프로그램 개발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하나은행과 국민은행, 삼성화재 등 금융계와 보험계를 넘나들며 AI 전문가로 일했습니다. 하나은행에서 재직할 당시 처음으로 모바일 뱅킹을 선보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조 대표는 삼성화재에서 부사장으로 있던 2016년, 만 50세의 나이로 회사를 그만두고 수학교육회사 이쿠얼키를 창업했습니다. 조 대표는 “수학을 좋아했지만 수학자가 되거나 수학교육자가 되지 않았고, 그래서인지 항상 수학에 대한 마음의 빚이 있었다”며 “수학 개념을 나만의 방식으로 설명하는 시각 자료를 틈틈이 준비했고, 결국 수학교육에 뛰어들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기자 수학에 대한 마음의 빚이 있었다고요?
조봉한 대표 1970년대 중반 제가 중고등학생이던 시절에 수학 교재로 ‘수학의 정석’ 시리즈가 유명했어요. 몇몇 친구들은 ‘나는 수학의 정석을 몇 번 뗐다(풀었다)’며 으스대곤 했죠. 그런데 저는 정석에서 빨간색으로 칠해놓은 핵심 공식에 거부감이 있었어요. ‘공식에 숫자만 대입하면 문제를 풀 수 있어!’라고 말하는 듯한 그 부분이 맘에 안 들었거든요. 그래서 친구들이 수학의 정석을 가져와 제게 질문하면 공식이 아닌 저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설명했죠. 하지만 대학을 진학할 때 사회적으로 인기가 높아지던 컴퓨터 관련 학과를 선택했어요. 그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지만 늘 수학교육에 대한 생각이 마음 한 켠에 자리하고 있었어요. AI를 공부할 때도 ‘이 기술을 수학교육에 접목해보면 어떻게 될까’라는 상상을 했던 것 같아요.
기자 결국 그런 상상이 수학교육 회사 이쿠얼키를 탄생시킨 것인가요?
조봉한 대표 금융계에서 다양한 AI 개발 업무를 했고 능력을 인정받아 여러 곳에서 임원으로 지냈어요. 하지만 50살이 되기 전 ‘수학교육에 뛰어들자’는 목표를 실현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틈만 나면 수학 개념을 설명하기 위한 시각화 자료를 만들었죠. 현재 교육과정의 모든 내용을 제 나름대로 다시 완성하는 데 약 10년이 걸렸어요. 이를 바탕으로 2016년에 이쿠얼키를 창업했고, 제가 만든 단순한 시각 자료를 질 좋은 모션그래픽 영상으로 만드는 작업을 시작한 거죠. 2018년에는 시각적으로 수학 개념을 설명하는 ‘깨봉수학(quebon.tv)’을 출시했어요. 제가 학창시절 수학 개념을 처음 접했을 때 이해하기 위해 떠올렸던 과정을 최대한 담아보려고 했고 이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수학의 개념은 모두 연결돼 있다
‘수학은 어떤 학문이라고 생각하나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조 대표는 대뜸 “수학은 예술과 통하는 학문”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는 “화가 이중섭이 단 몇 가닥의 선으로 황소를 표현한 것을 볼 때마다 깜짝 놀란다”며 “예술가들은 사물이나 자연을 보고 그 핵심을 뽑아내는 능력이 있는데 수학을 잘 하려면 바로 이런 추상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조 대표에 따르면 이런 추상화 과정은 대상을 꿰뚫어 보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나무가 자라나는 것과 구의 부피를 구하는 것에 담긴 수학을 비교해볼게요. 먼저 나무 A와 B가 최근 한 달 동안 각각 3cm, 5cm씩 자라난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다음 한 달 동안에는 어떤 나무가 더 빨리 자랄까요?
수학에서 어떤 대상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설명할 때는 미분과 적분의 개념을 사용합니다. 시간에 따른 나무의 변화값은 미분으로, 이를 모두 더해 얻는 나무의 총 성장 길이는 적분으로 구합니다. 조 대표는 “단순하게 5cm 자란 나무 B가 더 빨리 자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며 “하지만 더 정확한 답을 찾으려면 최근 1시간, 1분처럼 더 짧은 시간 간격 동안 나무가 얼마나 자랐는지를 관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제 구의 부피를 구하는 것을 볼까요? 많은 학생들이 구의 부피를 알기 위해 반지(r)름을 자로 잰 다음 πr3이라는 부피 공식에 대입할 겁니다. 그런데 조 대표는 “구의 부피를 구하는 공식의 원리가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며 “구는 양파처럼 얇은 껍질이 무수히 겹쳐진 것으로, 아주 짧은 반지름을 가진 껍질부터 구 크기의 껍질까지 면적의 변화값을 모두 더한 적분 값이 구의 부피가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나무가 자라는 현상과 구의 부피는 모두 미분과 적분이라는 수학 개념으로 연결돼 있다는 겁니다.
현재 교육과정에서 구와 같은 입체 도형의 성질과 부피 공식은 중학교 1~2학년 때 배우며, 미분과 적분의 개념은 고등학교 때 배우고 있는데요. 조 대표는 “미분과 적분으로 관통할 수 있는 문제를 따로 배우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수학을 꿰뚫는 눈이 나무나 구와 같은 여러 대상을 연결해 이해할 수 있는 사고력으로 이어지려면 이에 맞는 수학 교육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개념을 시각화하면 수학 원리가 보인다
이를 위해 조 대표는가 개발한 깨봉수학은 주니어(9~10세), 메이저1(11~12세), 메이저2(13~14세), 메이저3(13~15세) 등 네 단계의 학습과정이 있습니다. 또 나무의 성장 속도를 나타낸 영상으로 미분의 개념을 설명하는 것처럼 깨쳐(QUETURE)라 불리는 모션그래픽 영상을 통해 학생들이 수학 개념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조 대표는 “정규 교육과정에서 초등학교 2학년에게 ‘5-2’는 가르쳐도 되지만 음수의 개념을 가진 ‘2-5’는 가르칠 수 없다”며 “해당 학년에서 배워야 할 수준을 넘어선다고 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만약 ‘5-2’에서 숫자의 위치만 바꾼 ‘2-5’가 어떻게 될지 호기심을 갖는 아이가 있다면 어떻게 해줘야 할까요? 조 대표는 “음수 문제는 수학교육의 부조화의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깨봉수학에서는 수학 개념들을 단계별로 다시 정리했고 더욱 매끄럽게 발전시켜 가는 중”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조 대표는 “저와 같은 일반인이 가진 수준의 수학을 꿰뚫어 보는 능력은 여러분도 충분히 갖출 수 있다”며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 수학적 호기심을 자연스럽게 떠올렸을 때, 이를 채워줄 수 있는 방식의 교육방법을 마련해 실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향후 국내 교육과정에 AI 과목이 도입될 것에 대비해 이쿠얼키도 고등학생을 위한 AI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조 대표는 “AI가 작동하기 위한 모든 과정은 수학”이라며 “수많은 숫자 정보를 하나로 취급하는 벡터와 그것들을 연결한 행렬, 의사결정을 위한 최적의 답을 찾는 미분방정식 등을 연결할 수 있는 시각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학습에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