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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 박사의 수학 로그] 제11화. 발표의 세계

 

수학자가 자신의 연구를 검증받고 인정받기 위해서 논문을 쓴다면, 그 발견을 나누고 공유하기 위해서 연구를 ‘발표’합니다. 가끔은 문제를 함께 풀기 위해서도 발표를 하는데요, 발표의 순간들을 함께 보실까요?

 

 

지금 이 순간에도 수학자들은 새로운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알려진 연구 결과를 개선하기도 하고,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죠. 그리고 이런 연구는 ‘논문’이라는 형태로 출간됩니다. 다른 수학자의 검증을 모두 통과한 연구만이 최종 결과로 인정되어 기록으로 남게 됩니다.

 

가장 큰 수학 학술행사, 세계수학자대회 


하지만 수학자가 새로 나온 논문을 모두 찾아 읽어가며 연구 동향을 살피기는 어렵습니다. 매일 수많은 논문이 쏟아지기 때문에 자신의 연구를 다른 학자에게 알리기도 쉽지 않죠. 그렇기에 수학자는 보통 학회, 세미나, 워크숍, 콜로퀴움 등 다양한 형태의 학술행사를 통해 자신의 연구를 알립니다. 신진 수학자에게 학술행사는 본인의 연구를 다른 수학자에게 알리고, 다른 수학자의 강연을 보며 배우는 좋은 기회죠. 


수학자의 발표 모임 중 가장 유명한 건 필즈상 시상식으로도 잘 알려진 ‘세계수학자대회(ICM)’가 아닐까 싶습니다. 4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이 행사는 1897년 스위스에서 처음 열린 이래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수학 학술행사입니다. 2014년 서울에서도 세계수학자대회가 열렸습니다. 필즈상은 40세 이하 수학자 중에서 탁월한 업적을 낸 수학자에게 주는 상으로, 젊은 수학자가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영예죠. 


세계수학자대회가 필즈상 시상식으로 유명하긴 하지만, 단순히 필즈상만을 위한 행사는 아닙니다. 당대 이름이 알려진 훌륭한 수학자가 모두 모여 자기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교류할 수 있게 만남의 장을 마련한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죠. 실제로 꼭 필즈상 수상이 아니더라도 세계수학자대회에서 기조강연을 하는 것은 수학자에게 큰 영광으로 여겨집니다. 그만큼 수학계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단 얘기니까요.

 

수학 문제, 함께 풀자!


세계수학자대회는 수학사에서 가장 중요할지도 모르는 ‘발표’가 이뤄졌던 곳이기도 합니다. 1900년 프랑스에서 열린 세계수학자대회에서 당시 최고의 수학자였던 독일 수학자 다비트 힐베르트는 자신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대신 자신이 앞으로 풀고 싶은, 나아가 앞으로 수학발전에 중요할 거라고 여긴 10개의 문제를 제시했습니다. 나중에 13개 문제를 추가해 지금은 ‘힐베르트의 23문제’로 널리 알려졌고, 20세기 수학의 흐름을 결정한 중요한 순간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여러 수학자가 힐베르트가 제시한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하면서 예상하지 않았던 결과를 얻기도 하고,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며 각종 이론과 수학 도구를 개발했기 때문입니다. 


21세기에 풀어야 할 수학 문제는 1966년 필즈상 수상자인 스티븐 스메일이 1998년 독일 세계수학자대회에서 발표했습니다. 스메일이 엄선한 18문제엔 힐베르트가 제시한 문제 중에서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도 있었죠. 2000년에는 미국 클레이수학연구소에서 21세기 사회에 크게 공헌할 밀레니엄 문제 7개를 선정해 각각 100만 달러(약 11억 6000만 원)의 상금을 걸었습니다.  


여러 수학자를 괴롭혀 악마의 문제라고도 불리는 ‘리만 가설’은 힐베르트의 23문제, 스메일의 18문제, 밀레니엄 문제에 모두 이름을 올린 그야말로 수학자라면 꼭 풀고싶은 난제입니다. 하지만 아직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죠. 그래도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한 결과물이 매년 나오고 있습니다. 


수학 발표가 꼭 저런 대단한 자리에서, 많은 사람 앞에서 이뤄져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연구발표는 그 연구에 관심 있는 사람들끼리 하는 소규모의 세미나 혹은 워크숍에서 이뤄지기 마련입니다. 그런 곳에서 좀 더 부담 없이 의견을 주고받다보면, 발표 중간에 새로운 결과가 나오기도 하죠.


중요한 건 수학자가 되기 위해선 발표 능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나라마다 또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대부분 수학 박사가 되기 위해선 박사학위 논문을 제출하고 논문심사를 통과해야 합니다. 이 논문심사를 통과하기 위해선 심사위원들 앞에서 연구를 설명하고, 심사위원의 질문에 수학적으로 문제가 없게 잘 대답해야 하죠.


저도 영국 옥스퍼드대학교를 졸업하기 위해 1시간 반에 걸친 박사학위 논문심사를 통과해야만 했습니다. 모든 게 다 글과 논문으로만 이뤄질 것 같은 수학이지만, 이렇게 자기의 연구를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이해시킬 수 있는 능력 역시 연구자로서 필수 소양 중 하나입니다.

 


물론 천성적으로 말을 잘하거나 무대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발표 역시 경험을 통해서 배우고 늘게 되는데요, 그래서 많은 대학이나 학회에서 학생 및 갓 졸업한 신진연구자를 위한 발표 기회를 따로 제공합니다. 저도 그런 기회를 통해 발표를 몇 번 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했던 발표 중 가장 재밌었던 건 2018년 영국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대학교에서 했던 ‘영국 수학 콜로퀴움’입니다. 그때 ‘스피드 렉처’라고 해서 5분이라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자신의 연구 주제와 결과를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핵심만 빠르고 쉽게 전달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그때 제 강연을 기억해주시는 교수님들이 지금도 계시니 참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활성화된 온라인 강연


이런 다양한 연구 교류 활동이 수학의 원동력이지만, 2020년 코로나19가 전세계를 강타하며 모임을 하기가 어려운 안타까운 상황이 계속됐습니다. 많은 학회와 세미나의 오프라인 모임이 취소됐지만, 얼마 뒤 온라인 모임으로 전환됐습니다. 온라인이라 더 쉽고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새로운 행사도 있는데요, 여전히 직접 사람을 만나 교류하는 게 가장 좋지만, 이렇게라도 현 상황에 적응할 수 있음에 감사해야겠죠?


꼭 수학이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배우고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걸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는 겁니다. 여러분도 관심 있는 주제나 문제가 있으면 함께 나눠보는 경험을 해보세요. 설명하고 토론하는 습관도 길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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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수학동아 정보

  • 글 및 사진

    이승재
  • 진행

    조가현 기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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