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랗다’, ‘노르스름하다’, ‘누렇다’, ‘노리끼리하다’.
한글은 노란색이라는 표현을 이렇게나 많은 단어로 나타낼 수 있는 멋진 언어입니다. 여러분과 제가 소통하는 이 순간도! 한글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겠죠? 그래서 오늘은 한글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해 집현전을 지어보겠습니다!
세종대왕이 집현전 학자들과 함께 한글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요, 하지만 <;세종실록>;이나 <;동국정운>; 등 많은 고서에 따르면 세종대왕께서 눈병에 시달려가며 직접 한글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세계적으로도 위대한 언어라고 인정받는 한글을 혼자서 만들었다니 믿기지 않죠? 그런데 더 놀라운 건 이 한글 속에 수학이 존재한다는 거예요.
선대칭, 점대칭으로 이뤄진 자음과 모음
한글의 자음과 모음은 선대칭 또는 점대칭 도형이에요. 여기서 점대칭 도형은 어떤 점을 기준으로 180˚돌렸을 때도 모양이 같은 도형을, 선대칭 도형은 어떤 직선을 기준으로 반으로 접었을 때 완전히 겹쳐지는 도형을 말해요. ㄹ은 점대칭 도형으로, 가운데 중심을 기준으로 180° 돌려도 다시 ㄹ 이 되는 걸 확인할 수 있어요. ㄷ, ㅌ은 가로축이 기준이고 ㅂ, ㅅ, ㅈ, ㅊ, ㅎ은 세로축이 기준인 선대칭 도형이죠. ㅁ, ㅇ, ㅍ은 점대칭이면서 선대칭 도형이에요. 또 ㄱ을 180° 회전하면 ㄴ이, ㄴ을 180°돌리면 ㄱ이 됩니다. 이는 점대칭 관계라 해요. 모음은 ㅏ, ㅑ, ㅣ를 90° 회전하면 ㅜ, ㅠ, ㅡ를 만들 수 있고, 모두 선대칭 도형이죠. 노벨 문학상을 받은 펄 벅은 점, 선과 원의 회전과 대칭이동만으로 만든 한글을 ‘세계에서 가장 단순하면서 훌륭한 글자’라며, 세종대왕을 ‘한국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 극찬했답니다.
한글로 몇 개의 글자를 만들 수 있을까?
한글의 또 다른 위대함은 총 24개의 문자만 알면 무수히 많은 단어를 만들 수 있다는 거예요. 덕분에 한국은 문맹률이 0%에 가까운 몇 안 되는 나라죠. 그렇다면 과연 얼마나 많은 단어를 만들 수 있는지 함께 계산해볼까요?
먼저 초성, 중성, 종성에 들어갈 글자를 알아보기 위해 특징에 따라 집합으로 나눠봅시다. 집합은 속하는 대상이 분명한 모임을 말해요. 그리고 그 집합에 속하는 대상을 ‘원소’라고 하죠. 우리 가족이 하나의 집합이라면, 부모님이나 나, 형제, 자매 등이 원소가 되는 거예요.
초성에 들어갈 수 있는 집합은 A와 B니까 n(A)+n(B)=14+5로, 19개의 자음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중성의 자리에 올 수 있는 모음의 개수는 n(D)+n(E)로 21개예요.
마지막으로 종성 자리는 조금 더 따져봐야 하는데요. 받침 자리에는 집합 A와 C가 들어갈 수 있고, 집합 B에서는 {ㄲ, ㅆ}만 받침으로 쓰여요. 그런데 받침이 없는 글자도 만들 수 있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 집합인 ‘공집합 Ø’을 추가해야 하죠. 그러면 종성에 들어갈 수 있는 원소의 개수는 n(A)+n(C)+n({ㄲ, ㅆ})+n(Ø)=28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초성과 중성, 종성에 올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모두 곱하면 19×21×28로 1만 1172개의 글자를 만들 수 있어요. 만약 2글자의 단어를 만든다고 하면 1만 1172×1만 1172로 1억 2481만 3584개나 되는 단어를 만들 수 있겠네요!
한글날을 맞아 한글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한글이 이렇게 멋진 언어였다니 다시금 자랑스럽네요! 여러분도 세종대왕과 관련된 구조물을 만들며 한글날을 기념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