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관문
단청에서 찾은 도형
태조의 초상화가 있는 정전을 빠져나갈 때 지나는 문이 있습니다. 바로 ‘내삼문’입니다. 내삼문에 있는 아름다운 무늬 그림은 어떻게 그린 걸까요?
규칙적인 단청 무늬의 비밀
내삼문 앞에서 잠시 고개를 들어 문을 살펴보면 빨강, 초록, 파랑 등 여러 가지 빛깔로 그린 다양한 문양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런 문양을 ‘단청’이라고 합니다. 선조들은 나무로 만든 문을 칠해서 병충해로부터 나무를 보호하고, 건물이 돋보이는 효과를 누렸습니다.
내삼문의 단청에는 꽃잎 다섯 장이 열매 주위를 둘러싸고 있으며 생명과 영원을 뜻하는 연화문, 가는 선으로 잎사귀 덩굴을 그린 초엽문이 있습니다. 두 문양 모두 일정한 규칙에 따라 그렸습니다. 연화문에서 꽃잎 다섯 장은 중심에 원을 두고 그 주변김용성을 오각형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감싸고 있습니다. 초엽문에서 어지럽게 뻗은 덩굴은 반원의 호 여러 개를 이어 그린 선에 잎사귀를 채워 그렸습니다.
단순한 무늬라고 해도 나무에 입히려면 상당한 시간과 정성이 필요합니다. 단청을 만들 때는 나무에 붓으로 직접 스케치를 하지 않습니다. 우선 얇은 종이에 무늬별로 한 개씩 도안을 만든 다음, 도안 밑에 담요나 방석을 깔고 그림의 윤곽선을 따라 바늘로 2~3mm 간격으로 구멍을 냅니다. 이 과정을 ‘천초’라고 합니다. 이렇게 바늘구멍을 낸 도안을 나무에 고정하고, 도안 위를 하얀 분을 묻힌 뭉치로 천천히 두드리면 하얀 가루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면서 나무 표면에 밑그림이 나타납니다.
만약 무늬가 일정한 대칭구조라면 반복되는 무늬가 포개지도록 도안을 여러 겹 접은 다음 천초 작업을 하면 됩니다. 이렇게 도안을 접는 것을 ‘초접기’라고 합니다. 초접기를 하면 단청을 만드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늬를 항상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단청의 무늬가 모두 복사한 듯 똑같을 수 있었던 비결이 이제 이해됐나요?
초접기에 도전하라
다각형으로 공간을 가득 채우는 단청도 있습니다. ‘금단청’이라고 하는 이 문양에서 기본이 되는 도형은 삼각형, 사각형, 육각형입니다. 내삼문의 연화문에서 찾을 수 있었던 오각형은 금단청으로는 거의 쓰이지 않습니다. 초접기는 다각형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금단청을 만들 때 특히 유용합니다.
여섯 번째 관문은 단청의 도안을 접는 초접기입니다. 각도기가 없었던 시절, 정다각형 도안을 접기 위해 조상들은 어떤 지혜를 발휘했을까요? 이번 관문을 통과하면 조선의 제 23대 임금인 순조의 초상화를 만날 수 있습니다.
마지막 관문
죽림의 곧은 선 재기
드디어 마지막 관문입니다! 내삼문을 지나면 초록빛 대나무가 쑥쑥 자란 숲과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해 놓은 사고(역사 기록물을 보관하는 창고)가 나옵니다. 이곳에서 관문을 통과하면 마지막 남은 어진을 만날 수 있습니다.
대나무의 키를 재는 방법은?
조선왕조실록은 조선시대의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다방면에 대한 기록입니다. 한양(서울)의 춘추관, 충주, 성주 지역과 바로 이곳, 전주에 사고를 설치해 실록을 보관했습니다. 그러나 임진왜란으로 춘추관, 충주 사고, 성주 사고에 있던 실록은 모두 소실됐고, 오직 전주 사고의 실록만 무사했습니다. 선조 때의 문신이었던 손홍록, 안의 등이 전주 사고에 있던 실록을 내장산 용굴암으로 옮겨 사수한 덕분입니다.
그래서인지 사고 옆에는 조선의 선비를 상징하는 사군자 중 하나인 대나무가 자라고 있습니다. 여기서 마지막 관문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대나무 숲에서 가장 곧고 키가 큰 대나무를 찾아보세요. 그 나무의 키는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요? 대나무는 줄기가 최대 20m까지 자랍니다. 꼭대기까지 자를 써서 키를 재는 건 무리입니다.
첫 번째 방법은 그림자를 이용하는 겁니다. 과거에 비슷한 방법으로 거대한 피라미드의 높이를 잰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수학자 ‘탈레스’입니다. 탈레스는 평평한 바닥에 수직으로 세운 지팡이에 그림자가 생기는 모습을 관찰했습니다. 그리고 지팡이의 그림자가 지팡이의 길이와 같아지는 때에 분명 피라미드의 그림자도 피라미드의 높이와 같을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그는 피라미드의 중심에서 그림자의 끝에 이르는 길이를 재 피라미드의 높이를 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대나무의 키도 같은 방법으로 구할 수 있습니다.
그림자를 잴 수 없다면?
그림자를 잴 수 없는 경우에는 땅이 기울어진 정도를 재는 도구인 ‘클리노미터’로 대나무의 키를 구할 수 있습니다. 반원형 각도기의 지름 부분과 그 중심에 각각 빨대와 실을 붙이고, 실 끝에 클립을 연결하면 간이 클리노미터가 완성됩니다.
마지막 관문은 클리노미터로 대나무의 키를 구하는 것입니다. 이번 관문을 통과하면 순조의 세자로 책봉됐던 문조의 초상화를 만날 수 있습니다.
전주한옥마을 수학산책을 마치며
많은 나라에서 화폐에 그 나라의 역사적인 인물을 넣습니다. 우리나라 화폐에도 이순신 장군, 퇴계 이황, 율곡 이이, 세종대왕, 신사임당이 등장하지요. 하지만 이들의 초상화는 한 점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화폐에 들어있는 얼굴은 누구의 얼굴일까요?
중요한 역사적 위인의 초상화가 없는 경우 ‘표준 영정’으로 초상화를 대신합니다. 표준 영정은 위인의 집안에 남아있는 초상화를 모아 위인의 모습을 추정해 그린 그림입니다. 실제와 가장 근접한 모습을 담으려고 노력한 초상화지요. 여러 위인의 초상화가 본 모습을 담고 있지 못한다는 점이 무척 아쉽습니다.
초상화를 지켜야 하는 이유
3개월 동안 일곱 가지 단서 활동을 통해 총 일곱 임금의 실제 초상화를 만나봤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떤 초상화가 가장 기억에 남았는지 궁금하네요. 조선 시대에는 어진 외에도 수천 점이 넘는 초상화가 그려졌습니다. 선조에게 초상화가 어떤 의미였기에 이토록 많은 초상화를 그렸을까요?
예로부터 조상들은 초상화는 털 한 올이라도 실제와 다르게 그리면 안 된다고 여겼습니다. 게다가 초상화는 인물의 겉모습은 물론 내면까지 담아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척 엄격한 기준으로 초상화를 그렸기 때문에 수준이 높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조선 후기 초상화 작가들은 회화적 표현기법을 크게 발전시켰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기법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거의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남아있는 작품을 더욱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 이유입니다.
긴 여정을 마치고 경기전을 나서는 여러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어진을 지킬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여러분에게 남은 또 하나의 관문입니다. 관문을 통과한다면 먼 미래에 후손들이 우리의 얼굴을 오래오래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요?
마지막 관문은 클리노미터로 대나무의 키를 구하는 것입니다. 이번 관문을 통과하면 순조의 세자로 책봉됐던 문조의 초상화를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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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나라에서 화폐에 그 나라의 역사적인 인물을 넣습니다. 우리나라 화폐에도 이순신 장군, 퇴계 이황, 율곡 이이, 세종대왕, 신사임당이 등장하지요. 하지만 이들의 초상화는 한 점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화폐에 들어있는 얼굴은 누구의 얼굴일까요?
중요한 역사적 위인의 초상화가 없는 경우 ‘표준 영정’으로 초상화를 대신합니다. 표준 영정은 위인의 집안에 남아있는 초상화를 모아 위인의 모습을 추정해 그린 그림입니다. 실제와 가장 근접한 모습을 담으려고 노력한 초상화지요. 여러 위인의 초상화가 본 모습을 담고 있지 못한다는 점이 무척 아쉽습니다.
초상화를 지켜야 하는 이유
3개월 동안 일곱 가지 단서 활동을 통해 총 일곱 임금의 실제 초상화를 만나봤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떤 초상화가 가장 기억에 남았는지 궁금하네요. 조선 시대에는 어진 외에도 수천 점이 넘는 초상화가 그려졌습니다. 선조에게 초상화가 어떤 의미였기에 이토록 많은 초상화를 그렸을까요?
예로부터 조상들은 초상화는 털 한 올이라도 실제와 다르게 그리면 안 된다고 여겼습니다. 게다가 초상화는 인물의 겉모습은 물론 내면까지 담아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척 엄격한 기준으로 초상화를 그렸기 때문에 수준이 높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조선 후기 초상화 작가들은 회화적 표현기법을 크게 발전시켰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기법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거의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남아있는 작품을 더욱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 이유입니다.
긴 여정을 마치고 경기전을 나서는 여러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어진을 지킬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여러분에게 남은 또 하나의 관문입니다. 관문을 통과한다면 먼 미래에 후손들이 우리의 얼굴을 오래오래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