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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도넛처럼 생긴 적혈구의 비밀




도넛처럼 생긴 적혈구의 비밀

적혈구는 온몸에 산소를 전달하는 세포입니다. 적혈구 안에는 산소와 결합할 수 있는 헤모글로빈 단백질이 들어 있는데요, 헤모글로빈이 산소와 결합하면 붉은 색을 낸답니다. 그런데 적혈구는 다른 세포와 달리 ‘구멍이 막힌 도넛 모양’이에요. 왜 그럴까요?


 

일반적으로 동물 세포는 오동통한 물풍선처럼 생겼어요. 세포막이 세포를 감싸고 있고, 그 안은 세포질이라는 액체로 가득 차 있지요. 그 안에는 유전물질이 실타래처럼 들어 있는 핵과, 유전자가 발현할 때 필요한 여러 소기관이 들어 있습니다. 이 중 가장 큰 부피를 차지하는 것은 핵입니다.

그런데 적혈구에는 핵과 소기관이 없어요. 그래서 가운데가 오목하게 들어가 있어 구멍이 막혀 있는 도넛처럼 생겼습니다. 그 이유는 적혈구가 하는 일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답니다.

온몸 곳곳으로 산소 배달하는 적혈구

일반적으로 사람의 피 1μL(100만분의 1L)에는 적혈구가 약 500만 개나 들어 있어요. 같은 양의 피 안에 다른 혈액세포인 백혈구가 약 8000개, 혈소판이 약 40만 개 들어 있는 것과 비교하면 적혈구가 상당히 많이 들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혈액 내 세포 중 90%를 차지하는 셈이지요. 그만큼 적혈구가 하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

적혈구가 어떻게 온몸에 산소를 배달하는지 알아볼까요? 우리가 숨을 들이마시면 폐에서는 산소를 적혈구에 실어줍니다. 그러면 적혈구는 혈관을 타고 온몸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산소를 주고, 이산화탄소를 받습니다. 폐로 돌아온 적혈구는 이산화탄소를 내려놓고 다시 산소를 받은 뒤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퍼집니다.

손가락을 살짝 베었을 때 가끔은 피가 검붉게 보일 때가 있습니다. 동맥에 흐르는 피는 산소와 결합하고 있어서 새빨갛게 보이고, 정맥에 흐르는 피는 산소가 아닌 이산화탄소와 결합하고 있어서 검붉게 보이는 것이랍니다.

적혈구 모양이 ‘꽉 막힌 도넛’인 이유는?

그렇다면 왜 적혈구는 가운데가 오목하게 들어간 모양일까요? 과학자들은 유전물질을 보존하거나 발현시키는 일반 세포와 달리, 적혈구는 산소를 운반하는 특별한 세포로 진화하면서 핵이 퇴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적혈구가 둥글게 통통한 모양 대신 가운데가 오목하게 들어간 모양인 덕분에 산소를 싣는 부분의 표면적이 넓어졌습니다. 산소를 효율적으로 싣고 손끝과 발끝까지 안전하게 운반하는 데 안성맞춤이지요.

산소를 운반하면서 적혈구는 비교적 넓은 동맥과 정맥을 지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좁은 모세혈관을 지나갑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모세혈관의 지름은 적혈구의 지름인 7μm(100만 분의 1m)보다 작습니다. 적혈구는 도넛처럼 가운데가 오목한 덕분에 좁은 모세혈관을 지나갈 때는 빈대떡처럼 유연하게 찌그러집니다.

프랑스 렌느1대 물리학과 이자벨 칸타 교수는 이 과정을 수학적으로 밝혀냈습니다. 적혈구가 모세혈관을 지나가면서 유연하게 모양을 비틀어야 할 때 소비하는 에너지에 주목한 것이지요. 칸타 교수는 적혈구가 이 에너지를 최소화할 수 있는 모양일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먼저 적혈구가 ‘둥글 때’, ‘둥글고 길쭉할 때’, ‘둥글납작할 때’, ‘둥글고 안에만 오목할 때’, ‘C자 모양으로 안으로 말렸을 때’로 나눴습니다. 그리고 각각 찌그러질 때 부피가 얼마나 변하는지 계산했습니다.

계산 결과 칸타 교수는 둥글고 안에만 오목한 경우 적혈구의 부피가 1에서 0.64로 줄어들며, 에너지 소비는 최소이고 표면적은 최대라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적혈구가 우리 몸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산소를 운반하고 있는지 수학적으로 밝혀낸 셈이네요!
 

2016년 04월 수학동아 정보

  • 이정아 기자
  • 일러스트

    김윤재
  • 도움

    ‘Red blood cell shapes as explained on the basis of curvature elasticity’
  • 도움

    ‘Mathematical models of membranes’
  • 도움

    CN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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