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경주에서 꾀를 부리다가 진 이후 부끄러워서 제대로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었어. 우리 다시 한 번 달리기 경주를 하자.”
거북은 통계자료를 뒤적이더니, 한참 뒤에 말을 꺼냈어요.
“할아버지 시대에는 몰라서 그랬지만, 지금은 달라. 이변이 없는 한 토끼가 이긴다는 걸 통계자료를 통해 쉽게 알 수 있거든. 이런 가망 없는 경주를 내가 왜 하겠어? 수영이라면 몰라도.”
점치던 미래, 이젠 통계로 분석한다!
얼마 전 영화 <;관상>;이 크게 흥행하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어요. 흥행 요인에는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연기력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사람의 얼굴을 보고 그 사람의 성격이나 미래를 알 수 있는 천재 관상가 ‘내경’의 캐릭터가 흥행에 중요한 역할을 했어요.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은 모두가 갖고 싶어 하는 거잖아요.
수학과 과학이 지금처럼 발달하기 전에는 관상가나 예언가, 점쟁이들이 나라의 미래를 예측했어요. 그들은 점을 치기도 하고, 신에게 기도를 드려 응답을 받기도 했죠. 전문가들이 한데 모여 서로 의견을 나눈 뒤, 미래를 예측하기도 했어요. 이걸 ‘델포이 방법’이라고 하는데, 고대 그리스의 도시 델포이에 세워진 아폴론 신전에서 예언가들이 모여 미래를 점치는 것에서 유래됐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들의 예측은 어느 정도 맞았어요. 왜 그랬을까요? 당시에는 대부분의 산업이 농업이었어요. 그래서 주로 예언가들은 날씨를 예측하곤 했는데, 경험에 의해서 큰 비가 오기 하루 전과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하기 전에는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알 수 있었어요. 따라서 단기간의 예측을 비교적 정확히 할 수 있었죠.
그러나 오늘날에는 하루가 다르게 시대가 변화하고 있어요. 최신 스마트폰을 산 지 3~4달만 지나도 이보다 더 좋은 스마트폰이 개발되고, 산업도 농업뿐만 아니라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어 미래를 예측하는 일이 쉽지 않아요. 미국의 미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이 21세기는 20세기보다 1000배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을 정도죠. 따라서 이제는 수학과 과학을 기반으로 한 통계 기법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있답니다.
미래를 잘못 예측하면 위험에 빠진다?!
사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려워요. 사람들은 어떤 판단을 내릴 때 자신의 지식이나 생각에 의존해 판단하기 때문이에요. 또 사람이라면 누구나 돈을 많이 벌거나 권력을 가지려는 욕심에 객관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결국 미래를 잘못 예측하곤 하죠. 대표적인 예로 ‘코닥’과 ‘노키아’를 들 수 있어요.
오늘 날에는 스마트폰이나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지만, 이전에는 필름 카메라를 사용했어요. 필름을 카메라에 집어넣고 사진을 찍는 거예요. 그 당시 코닥이라는 회사가 전세계 시장을 지배하고 있었어요. 코닥은 1980년대 초반만 해도 전세계 필름 카메라 시장의 3분의 2를 점유했지요. 하지만 디지털 카메라가 나오면서 코닥은 내리막 길을 걷게 됐어요. 더 이상 필름이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놀라운 것은 디지털 카메라를 가장 먼저 개발한 곳이 코닥이었다는 거예요. 1975년 당시 코닥의 경영진들은 필름 카메라 산업에 더 몰두하라고 지시했어요. 그때만 하더라도 필름 카메라의 시장 점유율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새 제품을 출시해 필름 카메라의 판매율을 낮출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거예요.
하지만 1980년대 후반 디지털 바람이 불면서 상황이 급격하게 변해 버렸어요. 코닥은 뒤늦게 디지털 카메라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경쟁업체를 따라잡을 수 없었죠. 결국 코닥은 가장 먼저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하고도 디지털 카메라 시장 경쟁에 밀려 망하고 말았어요. 지금은 카메라 사업을 포기하고 인쇄업체로 남아 있어요.
노키아도 코닥과 비슷한 경우예요. 노키아의 휴대전화는 한때 세계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었어요. 승승장구하던 노키아 경영진은 2009년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한 것을 보고 컴퓨터와 비슷한 스마트폰은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을 거라며, 과도한 기술이 들어간 상품이라고 비아냥거렸어요. 하지만 아이폰은 큰 성공을 거두었어요. 휴대전화 사업 성공에 안주한 나머지 새로운 기술을 개발에 힘쓰지 않은 노키아는 결국 망해 마이크로소프사에 팔리고 말았죠. 이처럼 앞으로 시대가 어떻게 바뀔지 아는 것은 아주 중요하답니다.
미래를 예측할 때 판단을 흐리게 하는 요소
➊ 관찰자의 기대효과
관찰자가 어떤 결과를 기대하면 자신이 원하는 결과에 해당하는 정보만 찾게 된다. 간혹 원하는 결과를 위해 정보를 조작하기도 한다.
➋ 확증 편향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선입견을 증명하기 위해 그에 해당하는 정보를 찾거나, 그 의도로 정보를 해석한다.
➌ 군중심리
많은 사람들이 지지하는 방향으로 예측한다.
➍ 상황에 따른 판단
상황이 좋을 때는 좋은 점만 보고, 반대로 상황이 좋지 않으면 나쁜 점만 본다.
➎ 바넘 효과(Barnum Effect)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징을 자신만의 특별한 상황으로 여기는 경향을 말한다. 다시 말해 모두가 한 번쯤 겪을 법한 일로 미래를 예측한다. 예를 들면 내년에는 교통사고를 조심해야 한다고 예측하는 것이다. 바넘 효과는 19세기말 곡예단에서 사람들의 성격과 특징을 알아내는 일을 하던 ‘바넘’에서 유래된 말이다.
➏ 점화 효과(Priming Effect)
먼저 얻은 정보가 나중에 얻은 정보에 영향을 주는 현상을 일컫는다. 예를 들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보를 해석하는 것이다.
땅을 치고 후회한 잘못된 예측
“도대체 누가 배우가 말하는 것을 듣고 싶어 하겠는가!”
1927년 워너브라더스 설립자가 ‘유성영화’에 대해서 한 말.
“2010년 무렵이면 세계 석유 매장량이 바닥날 것이다.”
1970년 로마클럽(세계 각국의 지식인들로 구성된 단체).
“우리는 그들의 사운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기타 음악은 이제 한물갔다.”
1962년 데카레코딩컴퍼니가 비틀스 음반 제작을 거절하며 한 말.
“사람들이 집에 컴퓨터를 설치할 이유는 없다.”
1977년 미국 컴퓨터 제조업체 디지털이퀍먼트 회장 켄 올슨.
“전화기에는 단점이 너무 많기 때문에 전화기를 의사소통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완전 쓸데없는 기계다.”
1878년 미국 금융통신회사 웨스턴 유니온 내부에서 작성된 전화기 관련 메모.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은?
그렇다면 미래는 어떻게 예측할까요? 예측은 점을 치듯이 알아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해야 합니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격언처럼 미래를 아는 것은 정보가 힘이 되죠.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에는 크게 네 가지가 있어요. 외삽법과 시계열 예측, 인과형 예측기법, 시나리오 기법이죠.
먼저 외삽법은 과거의 추세를 미래에 적용하는 방법이에요. 과거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란 가정 하에 미래를 예측하죠. 하지만 가정을 잘못할 경우 이상한 결과를 얻을 수 있어요.
실제로 19세기 말 영국의 정책 담당자는 런던의 인구 성장을 살펴보고,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1901년에는 길거리의 말똥이 발목 깊이까지 쌓이고 1925년이 되면 말똥이 무릎 깊이까지 쌓일 것이라고 예상했어요.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죠. 그 이유는 교통수단이 말뿐이라는 가정 때문이었어요.
따라서 외삽법으로 예측을 할 때는 가정을 잘 세워야 해요.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각종 데이터를 분석해 보고, 그 결과를 여러 사람들과 의견을 나눠 가정을 세우고 예측자료를 분석해요.
시계열 예측은 주식을 예측할 때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으로, 시간에 따라 변하는 추세를 보고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하는 거예요. 일반적으로 일정 기간 동안 추세의 평균을 내어 앞으로 일어날 값을 추정하죠. 여기서 시계열이란, 일정 시간의 간격으로 변하는 데이터를 말해요.
인과형 예측기법은 인과 관계에 있는 요인들을 분석하여 수요를 예측하는 방법이에요. 예를 들면 아이스크림 회사에서는 사람을 뽑을 때 1년 간 아이스크림 매출액과 생산량, 만드는 비용을 토대로 일할 사람이 몇 명 필요한지 알아내죠.
한편 시나리오 기법은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이런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될 것인지 다양한 시나리오를 작성해 예측하는 거예요. 보통 3∼4개의 가능한 미래를 가정하고, 각각의 시나리오를 작성하죠. 그리고 그 시나리오별로 대비 방안을 세우는 거예요.
미래의 일을 먼저 알 수는 없어요. 하지만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은 연습을 통해 키울 수가 있어요. 궁금한 현상에 대해 과거의 데이터를 찾아 그래프로 나타낸 뒤 그 추세를 살펴보고, 왜 이런 경향을 보이는지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예측이 맞았는지 검증해 보세요. 이런 연습을 계속해서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미래를 지혜롭게 예측하는 선견지명이 생길 거예요.
미래를 예측할 때 주의할 점
➊ 이 자료의 출처는 어디인가?
정부기관과 같이 잘 알려진 기관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 자료에 관심을 갖기 때문에 자료를 조작하기가 어려워요.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해당 기관의 이익에 따라 자료를 조작할 수 있어요.
➋ 어떤 과정을 거쳐 자료를 만들었나?
자료가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는지 파악해야 해요. 잘 알려진 기관이라도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방법으로 얼마나 많은 표본을 조사했는지에 따라서 정보를 해석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➌ 비슷한 통계자료는 없을까?
같은 목적으로 비슷한 조사가 있을 수 있어요. 이런 조사들을 서로 비교해보면 어느 자료가 더 신뢰성이 있는지 판단할 수 있죠.
➍ 정보를 표현하는 방법이나 해석에는 문제가 없을까?
예를 들어 전체 학생의 60%가 주스를 좋아한다는 정보가 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조사대상 3명 중 2명이 좋다고 말한 거였어요. 이처럼 조사결과를 아무런 이유 없이 일반화하면 안 돼요. 특정 상황에서는 결과 자체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