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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체험] 항공우주 영상 수학으로 꿰뚫어본다! 항공우주 영상 분석 엔지니어

 

하늘에 떠 있는 인공위성은 하루 종일 지구 곳곳을 촬영합니다. 최근에는 드론 기술이 발달하면서 드론을 이용한 항공 촬영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죠. 이런 먼 거리 촬영 영상을 용도에 맞게 분석하려면 데이터 처리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여기에 수학을 활용하는 회사가 있는데요, 수학 박사학위를 받고 항공우주 영상 분석 엔지니어가 된 최명진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수학을 전공했는데 항공우주 분야로 진출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원래 순수수학을 공부하고 싶어서 대학원에 지원했는데, 원하는 연구실에 들어가지 못했어요. 차선책으로 응용수학 연구실에서 석사학위 과정을 시작했죠. 해외 석학 세미나에 참석할 기회가 많았는데 뛰어난 학자들은 대부분 수학 외에 다른 분야도 함께 전공했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공학 분야를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석사과정을 마칠 때쯤 우연히 KAIST에 있는 인공위성연구센터에서 수학을 전공한 연구원을 뽑는다는 공고를 봤어요. 그곳에 들어가서 수학을 이용한 영상 처리 기술을 연구했죠. 


마침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위성 영상의 화질을 개선해달라는 의뢰가 들어왔어요. 우리나라가 2006년에 발사한 아리랑2호 인공위성이 촬영한 영상에서 잡음을 제거하고 화질을 또렷하게 만들어달라는 거였죠. 그 작업을 성공적으로 해내자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같이 일하자는 제안을 했고, 연구원에 들어가서 위성 영상 처리 연구를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응용수학 연구실에 들어간 것이 제 인생에서 최고의 선택이 됐죠.

 

 

 

 

수학을 이용해 어떻게 영상을 처리하나요?


인공위성에서 촬영한 영상을 예로 들어 볼게요. 아리랑2호의 경우 지상으로부터 약 680km 고도에서 초속 7km의 속도로 날아갑니다. 이처럼 빠르게 날아가는 위성에서 사진을 찍다 보니 왜곡이 생길 수밖에 없죠. 또 데이터를 압축해서 지상으로 보내는 과정에서도 데이터 손실이 발생합니다.
여기에 웨이블릿 함수를 이용해서 손실된 데이터를 복원합니다. 이진수 형태로 배열한 영상 정보를 함수로 계산하면 다양한 해상도에서 영상의 정보를 볼 수 있습니다. 웨이블릿 함수가 일종의 현미경 역할을 하는 거죠. 거기서 잡음 정보만 제거하면 깨끗한 영상으로 만들 수 있어요. 


웨이블릿 함수란 다양한 신호가 섞여 있는 그래프에서 원하는 것만을 골라내는 수학적인 기법을 말합니다. 이때 신호는 이미지를 숫자로 표현한 것을 말해요.


어떻게 창업까지 하게 됐나요?


외국에 출장갈 일이 많았는데, 노르웨이의 트롬쇠라는 지역에 갔던 것이 계기가 됐어요. 트롬쇠는 북극에 가까운 지역이라 우리나라보다 인공위성이 지나가는 횟수가 훨씬 많아서 위성 정보를 수신하는 안테나가 많이 설치돼 있어요. 남북 방향으로 도는 위성은 90분에 한 바퀴씩 지구를 도는데, 지구가 자전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를 지나는 횟수는 2~4번 뿐이에요. 하지만 북극에 가까운 노르웨이는 하루에 12~14번을 지나죠.


그때 트롬쇠에서 위성 영상을 분석해주고 돈을 버는 회사를 알게 됐어요. 석유시추선 주변의 바다에 기름이 유출됐는지를 위성 사진으로 분석해 석유회사에 제공하는 회사였죠. 그때 무척 놀랐어요. 우리나라는 위성만 계속 쏠 뿐 위성 영상을 산업에 활용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이런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인스페이스는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나요?


인공위성 영상 분석뿐 아니라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도 분석해요. 녹조 같은 수자원 오염 상황을 모니터링하기도 하고, 농작물 재배 면적을 분석하기도 합니다. 또 삼림 분야에서는 활엽수와 침엽수의 분포 변화를 확인할 수 있고, 소나무 재선충 같은 병충해가 퍼지는 것도 감시할 수 있죠. 최근에는 사진뿐 아니라 동영상에서 사람을 찾고, 추적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웨이블릿 함수 외에 또 어떤 수학을 쓰나요?


사실 영상 처리는 모두 수학이라고 할 수 있어요. 최근에는 영상 속에 있는 특정 목표물을 인식하기 위해 딥러닝을 많이 활용하는데 딥러닝도 수학이 핵심이에요. 딥러닝은 주어진 데이터를 학습해 결과를 예측할 수 있도록 여러 함수를 연결한 일종의 ‘합성함수’라고 할 수 있어요. 


사실 모든 공학적인 문제는 수학 문제라고 할 수 있답니다. 문제를 이해하고 그 문제를 나타내는 수학 모형을 만든 뒤에 그걸 풀면 되거든요.

 

수학 전공자가 갖는 강점은 뭔가요?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문제를 대하는 태도와 접근방법이 다른 전공자와 다른 것 같아요. 수학을 공부하면 문제를 만났을 때 풀고자 하는 반응이 자연스럽게 나오죠. 그리고 수학을 공부했기 때문에 공학 문제를 수학 문제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어요. 수식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는 것도 강점이에요. 문제와 관련한 분야의 논문을 읽으면서 수식을 쉽게 이해하죠. 수학을 전공하고 이 분야에 오면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 거예요.

 

앞으로 어떤목표를 가지고 계시나요?


앞으로 항공우주산업은 더 커질 거예요. 국가우주개발계획에 따라서 발사하기로 예정한 인공위성도 있고, 직접 발사체도 만들고 있죠. 달 탐사도 계획돼 있어요. 저는 항공우주 분야가 굉장히 유망하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연구 개발을 열심히 해서 세계에서 인정받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또 실력 있는 엔지니어들을 많이 길러내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조언해주세요.


대학생 때 다른 친구들은 취직 준비를 할 때 저는 도서관에서 수학 문제를 풀었어요. 하루 동안 한 문제도 못 푸는 저를 보면서 이렇게 지내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을 했죠. 하지만 며칠 뒤 그 문제를 풀었을 때의 성취감을 잊을 수 없어요. 


회사에 들어가든, 공부를 하든, 사업을 하든 어려움을 겪기 마련인데, 수학이 그 어려움을 대하는 관점을 ‘포기’가 아닌 ‘도전’으로 바꿔준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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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8월 수학동아 정보

  • 글 및 사진

    최영준 기자 기자
  • 디자인

    이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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