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영재들의 진검승부
“지금부터 과학탐구토론대회 중계를 시작하겠습니다. 발표팀이 참신한 내용을 소개하자 반론팀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양 팀의 논리를 정리하는 평론팀의 논평도 만만찮습니다.”
초등 과학영재들의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궁금하다면 서울교대 과학영재교육원의‘과학탐구토론대회’를 지켜보자. 김갑수 원장은 이곳 영재교육원 최고의 자랑거리로 단연 과학탐구토론대회를 꼽는다.
올해 초 영재교육원에서는 3박 4일 동안 겨울캠프가 열렸다. 캠프를 시작하면서 참가자들은 한 팀당 4~5명씩 총 15개의 팀으로 나뉘었다. 3일째 열리는 토론대회를 앞두고 첫날부터 둘째 날까지‘모빌을 이용한 무게중심 탐구’‘인간 기억의 비밀을 밝힌다’‘알케미 실험실의 온도를 측정하라’라는 3가지 주제에 대해 각각 탐구활동을 거쳐 보고서를 작성했다. 운명의 셋째 날에는 각 팀마다 자신 있는 주제를 놓고 진검승부를 펼쳤다.
저마다 준비한 내용만 발표하고 끝난다면 진정한 토론대회라고 할 수 없다. 각 팀은 발표와 반론, 평론과 평가 활동을 계속해야 한다. 한 팀이 8분 동안 발표하면 반론팀의 질문과 발표팀의 답변이 8분간 이어진다. 평론팀은 3분 동안 양 팀의 주장을 정리하고 논평한다. 마지막으로 발표팀이 3분 동안 마무리를 해야 1회전이 끝난다. 이때 평가팀은 토론에 참여하지 않고 세 팀에 대한 평가에 집중한다.
발표와 반론, 평론에서 평가까지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으니, 참가한 학생은 토론대회의 진수를 경험할 수 있다. 오전에는 5개 팀으로 이뤄진 각 반의 예선전이 열린다. 각 반의 대표팀이 정해지면 오후에는 3개 반의 대표팀이 나와 결선을 펼친다. 결선에서는 발표 15분, 반론 15분, 평론과 마무리가 5분씩으로 늘어난다. 그야말로 영재들의 불꽃 튀는 각축장인 셈이다.
이처럼 영재교육원의 학생은 대회에 앞서, 주어진 미션을 함께 완수하며 창의적인 문제 해결력을 키울 수 있다. 토론대회를 거치면서 자신의 논리를 분명하게 세우고, 부족한 부분에 대한 보완까지 마칠 수 있다.
선생님이나 책이 주는 전달식 교육을 넘어, 실험과 실습처럼 살아 있는 교육은 영재의 머리를 자극시키고 가슴을 뛰게 만든다. 영재는 책을 통해 물이 100℃에서 끓는다는 사실을 아는 것에 만족할 수없다. 직접 물을 끓이며 온도를 측정해 물의 변화를 살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때 온도계의 작동 원리를 이해한다면 자신만의 온도계까지 고안할 수 있다. 여기에 덧붙여 자신이 고안한 온도계를 두고 동료와 토론한다면 자신의 사고를 더 높은 수준으로 이끌 수 있다.
학년을 뛰어넘는 협동
“형, 이렇게 푸는 건 어떨까?”
키 작은 초등학교 4학년 동생 한 명이 6학년 형에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중이다. 서울교대 과학영재교육원의 수학 심화과정 교실에서는 이런 대화를 자주 들을 수 있다. 조별로 주어진 미션을 빠르게해결하려면 무엇이든 먼저 생각을 떠올린 사람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곳 영재교육원은 초등학교 4, 5, 6학년 학생이 함께 수업을 받는다. 여러 학년이 함께 어울리면서4학년은 고학년에게 배울 수 있고, 6학년은 동생과의 건전한 경쟁 속에서 협동의 필요성을 배운다. 학문의 동료 의식도 강하게 형성된다.
올해부터 서울시 교육청이 추천한 학생 중에서 선발하다 보니 6학년 학생이 전체의 70%를 넘는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선발된 4, 5학년 학생이 얼마나 뛰어난지도 자연스레 설명된다.
2009년 만 15세에 서울대에 입학해 수학천재로 알려진 이수홍 군도 이곳 출신이다. 수홍 군은 4학년때 영재교육원에 들어온 뒤 3년 동안 줄곧 교육받으면서 사회성을 배운 덕에,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어디서나 원만한 관계를 이룬다고 한다.
학문의 세계에서는 갈수록 독불장군이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여러 명이 함께 연구하고 여러 분야의 사람이 한데 모일 때 좋은 성과가 난다. 일찍부터 나이를 초월한 동료 의식을 배울 수 있는 서울교대 과학영재교육원의 무학년 제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관찰 추천제가 가져온 변화
올해 영재교육원은 학생 선발 방법을 시험에서 관찰 추천제로 바꿨다. 그 결과 합격생의 구성에도 여러 변화가 나타났다. 서울시 11개 교육청에서 추천받은 600명 중에서 120명을 선발한 결과, 지역 편중이 크게 줄었다. 강남교육청 출신은 지난해 48명으로 전체의 40%가 넘었지만 올해는 18명으로 전체의 15%까지 줄었다. 지난해 합격자를 단 1명만 배출했던 한 교육청에서는 올해 11명이 합격했다.
이와 함께 여학생 수도 지난해 28명에서 올해는 41명으로 늘었다. 시험 방식에서 관찰 추천제로 바꾼 첫해, 변화된 제도 속에 선발된 학생의 흐뭇한 성과가 기대된다.
미니 인터뷰
자신만의 풀이법과 공유 강조하는 김갑수 원장
안녕하세요, 수학동아 독자 여러분. 서울교대 과학영재교육원 김갑수 원장입니다. 서울교대 컴퓨터교육과 교수이기도 하지요.
저는 2001년 서울교대에 본원이 처음 세워질 때부터 함께했습니다. 저뿐 아니라 이곳의 모든 교수님은 초등학생 중에서 수학ㆍ과학영재를 일찍 찾아내서 영재성을 잘 키우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답니다. 저는 학생들이 평소에 자신이 궁금했던 것을 스스로 탐구하면서 해법을 찾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문제해결력을 키워야 한다는 뜻이지요.
우리가 살면서 어떤 문제에 부닥치더라도 이미 외우고 있던 다른 사람의 풀이법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풀이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애플사의 최고경영자인 스티브 잡스가‘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를 강조하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과거 산업사회에서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같이 만들어내도 괜찮았지만, 21세기 지식정보사회에서는 자신의 것이 없으면 뒤처지기 때문이지요.
한 가지를 덧붙이자면, 자신의 풀이법을 널리 공유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혼자 할 때보다 여러 명이같이할 때 더 큰 발전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혼자서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했던 수학도 최근에는 여러 명이 함께할 때 더 좋은 연구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자신이 가진 좋은 것을 서로 공유할 때 가장 좋은 것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