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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세 장, 냄새나도 괜찮아! 또~옹을 연구한 사람들

 

 

 

똥 맞을 확률 계산한 수학자


2015년 8월, 피터 올로프슨 미국 트리니티대학교 수학과 교수는 뉴욕 거리를 지나가다 비둘기 똥에 맞을 확률을 계산했어요. 하늘에서 수직으로 내려다 본 사람의 머리와 어깨 부분의 평균 넓이, 사람과 비둘기가 움직이는 면적, 면적 당 날아다니는 평균 비둘기 수, 시간 당 비둘기 배변 횟수 등을 이용해 계산한 결과, 뉴욕 시내를 2시간 동안 멈추지 않고 돌아다닌다면 20%의 확률로 비둘기 똥에 맞을 수 있다고 밝혔죠. 그렇다면 비둘기 많기로 유명한 우리나라 도시, 서울에서 비둘기 똥 맞을 확률은 얼마일까요? 올로프슨 교수의 방법을 따라 확인해보죠!


먼저 위에서 내려다 본 사람의 머리와 어깨 넓이를 a, 이 사람이 움직인 범위의 넓이를 A라고 해요. 그러면 A 구간을 날고 있는 비둘기 1마리가 똥으로 사람을 맞힐 확률은 a/A로 구할 수 있어요. 그런데 만약 A 구간에 비둘기가 2마리 있다면 똥을 맞을 확률은 둘 중에 최소 1마리만 맞힐 확률을 구하면 되겠죠. 이는 전체 확률에서 2마리 모두 맞히지 못할 확률을 빼면 돼요. 즉 N마리의 비둘기가 있다면 똥에 맞을 확률은 1에서 모든 비둘기가 사람을 맞히지 못할 확률을 빼면 된답니다.

 

 

2009년 한국조류보호협회가 발표한 서울시 의 비둘기 수는 약 3만 5천 마리예요. 올로프슨교수는 비둘기가 하루 평균 약 21%의 시간 동안 날아다닌다고 계산했어요. 즉 서울시를 기준으로 하면 시간당 날고 있는 비둘기 수는 평균 7350마리, 서울시의 면적은 605km2이므로 100m2의 공간에 시간 당 날고 있는 비둘기는 평균 1.2마리죠!

 

 

이제 N을 새롭게 정의합시다. 단순한 비둘기 수가 아닌 어떤 시간 동안 걷는 사람이 노출된 비둘기 똥의 수로 보는 거예요. 올로프슨 교수는 수의사의 의견과 기존 연구를 바탕으로 비둘기가 12분마다 1번씩 똥을 누는 것으로 가정했어요. 그러면 서울 시내 100m2를 2시간 동안 쉬지 않고 걸어 다니는 동안 노출되는 평균 비둘기 똥의 수는 다음과 같아요. 

 

 

따라서 수직 면적 0.1m2인 사람이 서울 시내 100m2를 2시간 동안 돌아다닐 때 비둘기 똥에 맞을 확률은

 


약 1.2%네요! 시원하게 해결~!

 

 


똥으로 2번 이그노벨상 수상, 패트리샤 양


똥 맞을 확률을 구한 것도 특이한데, 여기 한걸음 더 대단한 사람이 있습니다. 똥 연구로 2번이나 이그노벨상을 받은 물리학자, 패트리샤 양 연구원이죠. 


양 연구원은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건설환경공학과에서 생물과 관련한 유체역학을 연구하고 있어요. 그중 특히 똥과 오줌에 관한 논문을 다수 발표해 2015년에는 포유류의 오줌 누는 시간으로, 2019년에는 웜뱃이 육면체 똥을 싸는 이유로 이그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지요. 이그노벨상은 노벨상을 패러디해 만들어진 것으로 기발한 연구나 업적에 주는 상이에요.


몸무게가 3kg 이상인 포유류는 대부분 평균 21초(±13) 동안 오줌을 눠요. 똥을 누는 시간도 평균 12초(±7)로 균일하죠. 코끼리부터 고양이까지 크기가 아주 다른 동물들이 모두 비슷한 시간 동안 똥오줌을 누는 것을 신기하게 여긴 양 연구원은 배변 기관의 구조와 유체의 성질을 바탕으로 수학 모형을 만들었어요.

 


그 결과 몸집이 큰 동물은 긴 요도를 갖고 있어 오줌의 속도가 빠르고 중력의 영향을 많이 받아 오줌이 콸콸 나와요. 반면 몸집이 작은 동물은 오줌의 점성이 높고 모세관 현상*의 영향을 받아 오줌이 요도에서 바깥으로 나가기 어려워 찔끔찔끔 나온다는 것을 알아냈답니다. 또 점성이 매우 크고 움직이기 어려운 유체인 똥이 창자 속에서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이유는 얇은 점액질층 때문이며, 이 점액질이 배변 시간 동안 똥을 아래쪽으로 미끄러지도록 도와준다는 걸 알아냈죠. 몸집이 큰 동물일수록 점액질층이 두꺼워 빨리 배변하고 몸집이 작은 동물일수록 점액질층이 얇아 느리게 배변해요. 양 연구원은 크기에 상관없이 일정한 배수 시간을 유지해야 하는 시스템을 설계할 때 배변 수학 모형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어요. 

 

 

 

웃음을 넘어 만나는 똥의 가치


양 연구원이 연구 주제에 대해 ‘이그노벨상 맞춤형’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이유는 아마 사람들이 더러운 소재로 진지한 연구를 하는 것이 특이하다고 느끼기 때문일 거예요. 하지만 똥오줌에 관한 연구는 생물학, 의학, 환경공학 등 여러 분야에서 매우 중요해요. 


양 연구원이 참여한 연구 중에 국제적인 똥 대란 현상에 관한 것이 있는데, 이는 현재 전세계에서 생산하는 가축의 똥이 점점 늘어나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문제를 다루고 있죠. 연구에 따르면 2030년에는 2003년에 비해 가축의 똥이 40% 증가할 것으로 예측돼요. 양 연구원은 “똥은 대기와 수질 오염을 일으키고 다양한 질병을 유발할 수 있어 늘어나는 가축의 똥을 처리할 수 있는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죠.  


조금 더럽다는 이유로 똥오줌을 멀리하거나 웃음거리로만 여겼다면 중요한 발견들을 많이 놓쳤을 거예요. 양 연구원이 말한 것처럼 똥오줌 말고도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연구 주제는 얼마든지 있어요. 여러분도 똥 누는 시간이나 뭉친 휴지의 효율성처럼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주제를 찾아 수학의 눈으로 바라보면 어떨까요? 다음 이그노벨상의 주인공은 여러분이 될지도 몰라요! 

 

 

 

 

Q 똥 연구만의 매력은?


똥과 오줌은 아주 훌륭한 연구 주제예요. 동물과 관련한 유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누구나 아주 재미있어 하죠. 실제로 모든 연구 과정이 무척 즐거워서 주변인들이 너도나도 참여하고 싶어한답니다. 똥을 연구하기 전에는 가족이 제 연구에 조금도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흥미를 보일 뿐더러 조금이라도 더 알고 싶어서 난리예요. 과학 연구는 때로 현실과 동떨어지는데 똥 연구는 과학계를 넘어 친구들과 저를 연결해줘요.

 

Q 똥 연구의 고충이 있다면? 


일단 냄새가 아주 지독하다는 점이에요. 사고 당한 웜뱃의 창자를 열 때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어요. 또 똥과 점액질을 정확하게 정량하는 것도 어려워요. 대부분의 점액질층은 매우 얇은 nm 단위인 데다 몇 초 만에 증발해 버리거든요. 고생 끝에 온도, 습도를 조절한 실험실을 찾아 측정할 수 있었어요. 그 방을 처음 발견했을 때 동료들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제게 똥을 가져오게 해줬죠. 

 

Q 이그노벨상을 2번이나 받은 비결은?


이그노벨상을 의도했던 건 아니에요. 하지만 지금까지 제 인생에서 받은 최고의 상이 아닐까 싶어요. 상을 받고 나서 제 연구가 널리 알려지게 됐거든요. 사람들은 제 연구가 ‘이그노벨상 맞춤형’이라고 말하곤 해요. 똥 말고도 생활 속에서 연구할 만한 게 아주 많으니 여러분도 항상 호기심을 갖고 용기를 내세요!

 

 

 

 

 

용어정리

* 모세관 현상 : 액체가 가느다란 관을 따라 위로 올라가는 현상.  식물 뿌리에 있는 물이 이 현상에 의해 줄기로 올라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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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8월 수학동아 정보

  • 박현선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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