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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접 평론가 피터팍의 아이돌 수학] 펜타곤이 연 새로운 세계

 

이름이 오각형인 아이돌이 있다, 없다?
정답은 ‘있다’!

10월 12일 미니 10집 ‘WE:TH’로 컴백한 보이그룹 ‘펜타곤’의 이야기다. 그룹 로고부터가 대놓고 도형인 데다 대표 자세도 오각형인 이들. 오각형과는 어떤 관계인지, 신곡은 또 어떤 곡인지 들여다 보자.

 

※ 편집자 주
자타공인 아이돌 ‘찐덕후’ 박현선 기자가 전국민 아이돌 입덕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1아이돌-1수학 개념’을 통해 아이돌과 수학의 관계성에 몰입하다 보면 어느새 당신도 아이돌-수학 덕후?!

 

펜타곤의 미니 10집 ‘WE:TH’는 ‘우리’를 뜻하는 ‘WE’와 ‘함께’를 뜻하는 ‘WITH’의 합성어다. 서로를 위해 공존하는 펜타곤과 팬 유니버스의 무한적 교감, 그리고 우리가 함께 살아가며 느끼는 모든 순간과 감정의 공감이라는 키워드로 6개의 트랙을 담아냈다. 여섯 트랙 모두 펜타곤 멤버들의 자작곡으로 구성돼 ‘자체 제작돌’이라는 수식어를 다시금 입증했다. 타이틀곡 ‘데이지’는 펜타곤 멤버 후이와 우석, 그리고 세븐틴, 더보이즈 등의 곡을 써온 작곡가 네이슨이 함께 작업한 얼터너티브 록 장르의 곡으로, 이별 뒤 누구나 겪었을 법한 아련하고 슬픈 마음을 섬세하게 풀어냈다.

 

‘펜타곤’은 오각형의 영어인 ‘pentagon’에서 유래한 그룹명이다. 로고도 오각형을 2개 합친 도형을 쓰고 인사할 때도 손으로 오각형을 그린다. K-pop에서 중요한 다섯 가지 덕목 ‘노래, 댄스, 팀워크, 마인드, 끼’를 모두 충족한다는 뜻을 담아 지은 이름이다. 


그룹명을 따라가듯 펜타곤은 다방면에 뛰어나다. 작사, 작곡을 하는 것은 물론 앨범 커버까지 직접 디자인한다. 10월 12일 진행한 ‘WE:TH’ 쇼케이스에서 멤버 홍석이 “‘펜타곤은 안 해본 장르는 있지만 못하는 장르는 없다’고 기억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는데, 이는 ‘팔방미인’인 펜타곤의 특색을 잘 드러낸다.  

 

 

 


★아이돌 ‘펜타곤’과 ‘오각형’의 공통점★


아이돌 그룹 펜타곤이 자신만의 색깔로 음악계에 새로운 세계를 열었다면, 도형 오각형도 독특한 성질로 ‘수학’과 ‘결정학’에서 새로운 세계를 열었다. 이 성질은 2020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수학자인 로저 펜로즈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교수의 중요 업적과도 연관된다. 


오각형은 다섯 개의 변과 다섯 개의 꼭짓점으로 이뤄진 다각형이다. 오각형의 한 꼭짓점을 다른 꼭짓점들과 연결한 대각선은 오각형을 3개의 삼각형으로 나눈다. 삼각형 내각의 합은 180°이므로, 삼각형 3개로 이뤄진 오각형의 내각의 합은 540°다. 따라서 모든 각의 크기가 같으며, 모든 변의 길이가 같은 정오각형일 때 한 내각의 크기는 108°다. 


정오각형은 정삼각형, 정사각형과 함께 정다면체를 이루는 3가지 도형 중 하나인데, 정삼각형과 정사각형은 2~3차원을 빈틈없이 채우는 ‘테셀레이션’이 가능한 반면, 정오각형은 한 내각이 108°로 360의 약수가 아니여서 테셀레이션이 불가하다.  


2~3차원을 빈틈없이 꽉 채울 수 있는 도형을 아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물질의 구조가 원자의 주기적인 배열과 관련있기 때문이다. 


정삼각형, 정사각형, 정육각형은 360° 회전할 때 각각 6번, 4번, 3번 같은 모양이 반복된다. 이렇게 한 도형을 360° 회전할 때 모양이 반복되는 구조를 ‘대칭구조’라고 한다. 대칭구조는 원자의 배열이 일정한 규칙을 보이는 ‘결정 물질’의 기본이 된다. 


하지만 오각형은 아무리 돌려도 대칭구조를 만들 수 없다. 따라서 이 세상의 모든 고체 중 오각형 대칭구조를 이루는 물질은 존재하지 않는다! 적어도 1982년까지 알려져 있던 바로는 말이다.

 

 

★불가능한 구조, 오각형 대칭구조★


소금이나 금속 같은 고체는 원자나 원자군이 일정한 모양으로 연속해서 배열되며, 전자현미경으로 봤을 때 주기적인 배열이 공간을 꽉 채운 모양을 나타낸다. 이런 물질을 ‘결정질 물질’이라고 한다. 반대로 원자가 규칙없이 무작위로 섞여 있다면 ‘비정질 물질’이라고 부른다. 


1982년까지는 모든 고체는 결정질 물질 아니면 비정질 물질로 나뉘었다. 예외는 존재할 수 없었고, 오각형으로 평면을 채울 수 없다는  수학적 사실은 이런 생각을입증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1982년 4월, 단 셰흐트만 이스라엘공과대학교 교수가 고체에서 오각형 대칭구조를 발견하면서 고체 구조에 대한 이해가 완전히 뒤집힌다. 셰흐트만 교수는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에서 방문연구원으로 일하던 중 알루미늄 합금 결정에서 이상한 원자 배열을 발견한다.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회절무늬’가 5회 대칭구조를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회절무늬는 원자나 분자의 배열을 파악하는 방법이다. 물질에 x선을 쏘면 x선이 원자와 부딪혀 방향을 꺾거나 반사되는데, 이렇게 산란한 x선들이 서로 간섭을 일으키며 특정한 모양, 즉 회절무늬를 만들어낸다. 결정질 물질의 회절무늬는 또렷한 점으로 나타나고, 비정질 물질의 회절무늬는 둥근 띠 모양으로 나타난다. 


관찰한 점 사이의 거리나 형태로부터 결정과 비결정 여부뿐만 아니라 원자가 어떤 모양으로 배열되는지도 알 수 있다. 셰흐트만 교수의 관찰은 주기성이 없으면서도 연속적으로 공간을 채우는 원자 배열을 가진 고체 물질을 발견한 첫 번째 순간이었다.

 

 

★준결정의 근거가 된 펜로즈 타일★


‘이상한’ 대칭구조의 정체는 결정과 비결정의 사이에 있는 ‘준결정’ 물질이었다. 그러나 기존 정설을 뒤엎는 셰흐트만 교수의 발견은 엉터리 연구로 취급당했다. 연구실의 명예를 실추시킨다며, 소속 연구실에서 쫓겨났을뿐더러 노벨 화학상과 노벨 평화상을 받은 라이너스 폴링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교수로부터 “준결정은 없고 준과학자만 있다”는 비판을 듣기도 했다.


위기에 빠진 셰흐트만 교수에게 힘을 실어준 것은 ‘펜로즈 타일’이었다. 펜로즈 타일은 1974년 펜로즈 교수가 제시한 ‘비주기 타일링’으로, 두 종류의 마름모로 2~3차원을 채우는 구조다. 같은 타일을 주기적으로 반복해서 공간을 빽빽하게 채우는 것이 주기적 타일링이라면, 비주기 타일링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구조 없이 공간을 빽빽하게 채운다. 


수학계에서는 이미 1960년대부터 비주기 타일링에 관한 연구가 이어져 왔는데, 실제로 물질의 원자 배열이 비주기 타일링을 따르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다 셰흐트만 교수가 준결정 구조를 학계에 발표했고, 이를 접한 미국의 이론물리학자인 폴 스타인하트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교수가 펜로즈 타일에 원자를 배열했을 때 나타나는 회절무늬를 계산해 준결정이 펜로즈 타일링과 같은 구조라는 사실을 수학적으로 증명한다. 전에 없던 준결정이라는 개념이 실험적, 이론적으로 입증된 것이다.


이후 국제결정학연합회는 1992년 결정의 정의를 바꾼다. ‘구성하는 원자, 분자, 또는 이온들이 일정하게 정렬되고 3차원적으로 반복되는 형태를 가진 물질’에서 ‘본질적으로 구별되는 회절무늬 형태를 가진 고체’로 말이다.

 

 

 

★준결정 물질의 쓰임★


준결정 구조는 재료 공학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준결정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셰흐트만 교수가 발견한 5회 대칭구조 외에도 여러 금속에서 8회, 10회, 12회 대칭구조 등을 더 찾아냈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구조가 가능해지면서 새로운 성질의 물질들도 생겨났다.

 
준결정 물질은 원자 배열이 비주기적이면서도 빈틈이 없어 결정질 물질처럼 단단하면서 동시에 비정질 물질처럼 열이나 전기를 잘 전달하지 않는다. 그래서 강하고 가벼우면서도 부식에 강한 면도날, 수술용 도구, 높은 온도에서도 안정적인 프라이팬이나 보온용 코팅 소재 등에 활용된다. 


이미 존재하는 준결정 물질을 활용하는 것뿐 아니라 어디에 쓸 건지에 따라 원하는 결정 구조를 디자인해 맞춤형 소재도 만들 수 있게 됐다. 그야말로 소재 분야에 신세계를 연 것이다.


그러니 기존의 정설에 얽매이지 말고 늘 열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자. 이미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오각형이 불가능의 세계를 가능의 세계로 만든 것처럼, 놀라운 발견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 말이다.  

2020년 11월 수학동아 정보

  • 박현선 기자 기자
  • 사진

    큐브엔터테인먼트
  • 디자인

    오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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