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호에 메달리온 퍼즐을 소개했던 KPP 멤버 ‘Eucleides’입니다. 요즘 밖에 나갈 수 없어
심심했을 여러분을 위해 2018년 올해의 퍼즐상을 받은 ‘카지노 퍼즐’을 소개합니다!
※ 편집자 주
KPP는 ‘퍼즐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저희들의 퍼즐 이야기를 통해 신기한 퍼즐과 그 속에 숨은 수학을 즐겨보세요!
독일의 퍼즐 디자이너 폴커 라투세크가 만든 카지노 퍼즐은 2018년 국제 퍼즐 파티(IPP)* 때 열린 국제 퍼즐 디자인 대회에서 심사 위원단과 파티 참가자 모두에게 높은 평가를 받아 올해의 퍼즐로 선정된 ‘패킹 퍼즐’입니다.
패킹 퍼즐은 우리말로 하면 ‘채워 넣기 퍼즐’이라고 하는데, 가방에 짐을 차곡차곡 싸는 것처럼 어떤 물건을 특정한 공간에 집어넣는 퍼즐입니다. 카지노 퍼즐에서는 납작한 원기둥 모양의 나무 칩 6개를 정육면체 상자 안에 넣어야 합니다. 언뜻 쉬워 보이지만, 상자 입구가 살짝 좁아 ‘어떤 구조로 채울까’와 ‘어떤 순서와 방향으로 칩을 넣을까’를 모두 고민해야 하죠. 오늘은 카지노 퍼즐을 단순화해 칩을 어떤 구조로 채워야 할지 ‘단편적’으로 살펴볼게요.
먼저 상자와 나무 칩이 가로, 세로, 높이의 길이가 모두 1인 정육면체 모양의 단위 블록으로 이뤄졌다고 생각해봅시다. 그러면 상자는 단위 블록이 가로, 세로, 높이에 각각 3개씩 들어갈 수 있는 3×3×3 공간, 칩은 단위 블록 4개가 정사각형 모양으로 배열된 1×2×2 크기의 블록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나무 칩을 쌓고 남은 빈 공간은 크기가 1×1×1인 단위 블록으로 채운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 카지노 퍼즐은 1×2×2 블록 6개와 단위 블록 3개로 3×3×3 공간을 완전히 채우는 문제로 볼 수 있습니다.
카지노 퍼즐을 풀기 위해 수학에서 많이 쓰는 기술 중 하나인 ‘홀짝성’을 이용하겠습니다. 먼저 3×3×3 공간을 가로로 3개의 층으로 나눠 3×3×1 공간 3개로 쪼갠 뒤 각 층에는 검은색 또는 흰색 단위 블록이 번갈아가며 있다고 상상합니다(아래 ①번 참고).
그러면 각 층은 가상의 9개의 단위 블록으로 이뤄져 있는데, 1×2×2 블록들로 이 공간을 채울 때 늘 같은 수의 검은색 블록과 흰색 블록이 자리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1×2×2 블록 1개는 어떻게 놓아도 1×2 또는 2×2 영역을 채우고, 이 영역은 검은색 블록과 흰색 블록이 각각 1개 또는 2개씩 있는 모양이기 때문이지요. 결국 6개의 1×2×2 블록을 이용해 3×3×3 공간을 채우려면 각 층마다 채우지 못한 단위 블록이 1개씩 생깁니다.
위치에 주목하면 채우지 못한 단위 블록은 각 층의 정중앙 또는 꼭짓점에 놓인다는 사실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층에 검은색 블록이 5개, 흰색 블록이 4개면 검은색 블록은 정중앙 혹은 꼭짓점에 위치합니다. 1×2×2 블록은 단위 블록 1개를 제외한 모든 공간을 채워야 하는데, 검은색 블록과 흰색 블록을 같은 개수만큼 채워야 하니 하나 남은 단위 블록은 검은색이어야 하죠. 층을 세로로 나눠 분석해도 마찬가지입니다(②).
이렇게 알아낸 사실을 모두 고려하면 ‘단위 블록 3개는 상자의 대각선에 놓인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③). 단위 블록의 위치가 고정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 나머지 칩은 쉽게 채울 수 있습니다. 수학으로 분석해보니 의외로 쉽죠? 어떤 구조로 채우는지 알아냈으니 어떤 순서와 방향으로 채워야 할지도 생각해보세요!
* 국제 퍼즐 파티
전세계 퍼즐 수집가, 퍼즐 작가, 퍼즐 판매 업체 등이 매년 한자리에 모여 퍼즐 정보를 공유하고 새로 만든 퍼즐을 홍보하며 교환하는 퍼즐 축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