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독일 필립스대 신경물리학과 죠셉 스톨 교수는 ‘생각’만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시스템을 개발해 생물학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특이한 것은 수학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 사람은 머릿속으로 26×13과 같은 두 자리 수 곱셈을 하는 정도의 집중을 할 때 동공의 크기가 커지는데, 바로 이 점을 활용한 것이다.
연구팀은 먼저 건강한 사람 6명을 대상으로 실험했다. 컴퓨터 화면 앞에 앉히고 ‘예’나 ‘아니오’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들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예’라고 대답할 때만 화면 옆에 있는 두 자리 곱셈 문제를 암산하도록 했다. 만약 대답이 ‘아니오’면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카메라로 눈을 촬영해, 동공이 커지면 ‘예’라는 표시로 인식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실험 결과 이 프로그램이 답을 맞추는 정확도는 84~99%로 나왔다.
그 후에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전신마비이지만 정신활동은 정상인 환자 7명에게 똑같은 실험을 하였다. 그 결과 67~84%의 정확도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환자 중 한 명은 연습을 통해 정확도를 90%까지 올릴 수 있었다. 즉, 곱셈을 통해 상대방에게 ‘예’ 또는 ‘아니오’의 의사 표현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스톨 교수는 “전신마비 상태인 환자가 가족과 다시 소통할 수만 있다면 어떠한 방법이든 매우 소중한 것”이라며 연구의 의미를 설명했다. 아울러 뇌사 여부가 불분명한 환자가 의식이 있는지 확인할 때 이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