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 날아가는 로켓, 심해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잠수함, 수백 명을 싣고 하늘을 가로지르는 비행기….
이런 놀라운 발명품을 가능하게 하는 공통 비결은 뭘까요? 바로 우수한 용접 기술이에요.
편견에 가려져 생소했던 용접을 제대로 알아보고 용접에 필요한 수학도 짚어봅시다!
2020년 1월 13일, 인기 수학 강사인 주예지 씨가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수능 수학 7등급 이하는 용접 배워서 호주에 가야 한다”고 발언하며 용접공 직업 비하 논란에 휩싸였어요. 소식을 접한 대한용접협회는 주 강사에게 공식 사과를 요청했고, 호주 한인 용접공 유튜버인 Paso J는 “용접공은 주 강사의 생각보다 더 많이 공부해야 하는 직업”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죠. 주 강사는 “어떤 변명의 여지 없이 정말 사과드리고 싶다”며 해명했지만 여전히 여론은 뜨겁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사회 전반에는 기술직에 관한 편견이 여전히 남아있어요. 하지만 이는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랍니다. 용접 기술자가 되려면 수학에 매우 능숙해야 하거든요! 과연 어떤 수학 개념이 용접에 쓰이고 있는 걸까요? 먼저 첨단기술을 실현하는 용접 공정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용접은 금속, 전기, 열, 가스 등을 다루는 데다 구조물을 만드는 데 쓰이기 때문에 물리학, 재료공학, 열역학 등의 이해 없이는 제대로 활용할 수 없어요. 물론 이런 지식이 항상 필요한 것은 아니에요. 이미 많이 연구된 익숙한 작업을 할 때는 숙달된 방법을 적용하면 되니까요. 그러나 이런 ‘익숙한’ 작업에도 항상, 언제나, 반드시, 모든 용접 기술자가 ‘숨 쉬듯이’ 편안해야 하는 수학 개념들이 있답니다. 미국 미시건기술대학교(MIAT), 노스이스트위스콘신기술대학교(NWTC) 등 용접 수학 교육과정을 둔 학교에서 공통으로 꼽은 용접 수학 톱4를 소개합니다!
기하학 전반
기하학 전반에 관한 이해는 용접의 ‘필수조건’이다. 2, 3차원 공간에서 다양한 모양의 물체에 대해 각도, 길이, 부피, 면적 등을 자유롭게 구해야 한다. 실제 현장에서는 모양이 일정하지 않은 구조물과 복잡한 도형을 마주할 일이 많으므로 기하학을 완벽하게 이해해야 응용할 수 있다.
삼각법
기하학 중에서도 특히 삼각법은 꼭 숙지해야 한다. 삼각법은 삼각형의 변과 각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는 분야다. 구조물을 서로 붙이는 과정에서 사잇각이 발생하는데, 이때 구조물에 실리는 하중을 계산해야 한다. 튼튼한 구조물을 만들기 위해 기술자는 재료의 특성, 무게 등을 고려해 적합한 각도를 결정한다.
공식 숙지 및 기본 대수학 이해
용접에는 많은 공식이 필요하다. 힘과 중력에 관한 물리학 공식부터 전류와 전압을 다루는 전자기학 공식, 오일러 공식 등의 수학식도 쓰인다.
건축공학자는 여러 공식과 이론을 활용해 구조물을 설계하므로, 용접 기술자는 이것을 이해하고 직접 활용해야 한다. 또한 필요한 공식을 숙지하고, 외우지 않더라도 보면 풀 수 있는 정도의 기본적인 대수학 실력이 필요하다.
유리수의 변환과 연산
용접을 하려면 설계도를 능숙하게 봐야 한다. 용접할 때 다루는 수들은 정수로 떨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고, 재료의 크기에 따라 열, 전기를 얼마나 사용할지, 피복용 재료는 얼마나 필요할지 등의 비율을 상황에 맞게 계산해야 한다. 따라서 분수, 소수의 변환 및 유리수의 연산은 용접 수학에서 ‘기본 블록’이라고도 불린다.
현대 산업은 날마다 새로운 첨단기술을 요구하며 이에 따른 신소재 개발 및 접합 방법에 관한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어요.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그것을 실현할 용접 기술이 없으면 무용지물이거든요. 당연한 줄 알았지만 사실은 용접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산업 분야를 살펴볼까요?
해저산업
2020년 1월 20일, 잠수함 ‘알루고로’가 인도네시아 역사상 첫 수심 250m까지 잠항에 성공했다.
이 성공의 배경에는 우리나라의 용접 기술이 있었다. 잠수함을 만들 때 가장 치명적인 결함으로
꼽히는 부분이 높은 수압으로 용접 부위가 파손되는 것인데, 우리나라 기술진의 협력으로
이런 문제 없이 잠수함 운항에 성공했다.
항공우주산업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는 로켓이 극한의 상황을 견디는 비결은 용접이다. 2018년 발사에 성공한 누리호 시험발사체는 수차례 실패를 거쳐 이뤄낸 성과였는데, 당시 기술자들을 괴롭혔던 문제는 연료 탱크와 산화제 탱크를 용접하는 기술이 없는 것이었다. 100차례 이상 실험 끝에 발사에 성공할 수 있었다.
조선업
대형 선박일수록 수없이 많은 두꺼운 철판을 조립해서 안정성을 유지해야 한다. 이러한 초대형 선박의 용접 기술은 조선업의 핵심 자산이다.
철강 회사는 우수한 용접 기술 개발로 생산성 향상을 이뤄낸다.
연료산업
물, 석유, 천연가스 등 생활에 밀접한 연료들은 지하 수송관을 통해 이동한다. 이때 아무리 파이프를 길게 만들어도 한계가 있어 이음새를 용접해 새지 않도록 처리한다. 수송관에 문제가 생기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반드시 전문자격을 가진 용접 기술자가 필요하다.
용접은 구조물 전체의 안전과 밀접하게 연관된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 지식이 있는 기술자가 담당해야 해요. 그렇기에 용접공은 높은 전문성과 책임감이 요구되는 직업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번 사건은 주예지 강사의 개인적인 실수에서 발발했지만, 사실 사회 전체의 잘못된 인식에 경종을 울린 사건이기도 해요. 유튜브에 용접 수학 강의를 올리는 ‘북경팬더’는 “어릴 때 ‘공부 안 할 거면 공장이나 가’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이제는 그런 인식이 사라질 때가 됐다”고 말했어요. 여러분도 혹시 기술직에 대한 오해가 있었다면 이번 기회에 바로 잡길 바라요!
★ 참고자료
Frank R. Schell, Bill J. Matlock ‘Practical Problems in Mathematics for Welders’,
고진현 외 3명 ‘최신 용접공학’, 김진덕 외 3명 ‘실용 용접학’, 이상연 ‘현장 용접실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