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020년 새롭게 인사드리게 된 이승재 연구원입니다. 정말 반갑습니다! 앞으로 ‘수학자의 삶은 대체 어떤 모습일까?’라는 질문의 답을 지극히 개인적인 1인칭 시점으로 보여 드리려고 합니다. 투머치토커(TMT)가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되지만 여러분께 최대한 생생하고 재밌는 수학자의 일상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수학자? 겁먹지 마세요!
혹시 ‘수학자’라는 직업이 매우 생소하게 느껴지시나요? “아직도 연구할 게 남았어?”, “그런 건 컴퓨터가 다 하는 거 아니야?”라는 질문까지 가기도 전에, 수학자가 어떤 모습으로 연구할지 구체적으로 떠올리기도 쉽지 않다고 말하는 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마치 ‘한 손에는 루빅스 큐브를 들고, 취미 생활로는 스도쿠를 풀면서, 누가 더 원주율을 많이 외웠는지 자랑할 것만 같은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겠고요.
하지만 저도 수학을 좋아한다는 것만 빼면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이랍니다! 믿지 못하시겠다고요? 앞으로 열심히 제 글을 읽어주신다면 그 두려움이 사라질 거예요.
수학자는 대체 어떤 일을 할까요? 수학자의 연구 과정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보통 수학을 연구한다고 할 땐 본인이 생각한 문제의 답을 찾는 겁니다. 본인이 생각한 가설의 증명 혹은 반례, 원하는 계산의 결괏값이나 필요한 역할을 하는 알고리듬을 찾는 거죠. 그렇기에 수학을 연구하는 첫 번째 단계는 자신의 연구 분야에서 풀 수학 문제를 찾는 것, 혹은 만드는 겁니다.
실제로 많은 수학자가, 아니 연구자가 “문제를 잘 푸는 능력보다 좋은 문제를 찾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수학자의 일상, 좋은 문제 찾기!
여기서 ‘좋은 문제’란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닙니다. 수학자마다 각자가 생각하는 ‘좋은 문제’의 기준은 다르겠지만, 주로 ‘본인 능력에 너무 어렵지도, 너무 쉽지도 않은 적절한 난이도의 문제’, ‘다른 수학자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새로운 결과나 접근법을 제시할 수 있는 문제’, 그러면서도 ‘아직 다른 사람들이 풀지 못한 문제’ 정도가 좋은 문제에 대한 기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단순히 유명하고 의미 있는 문제가 항상 ‘좋은 문제’는 아니라는 건데요. 예를 들어 ‘리만 가설’의 중요성을 의심할 수학자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리만 가설의 증명이 모든 수학자에게 좋은 문제는 아닙니다. 이제 막 취미로 등산을 시작한 사람에게 에베레스트를 정복하러 가자고 하면 그건 좋은 제안은 아니겠죠? 물론 최종 목표를 에베레스트로 잡고 연습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거기까지 가기 위해선 적절한 중간 과정들을 거쳐야 합니다. 심지어 에베레스트와 다르게 리만 가설은 아직 아무도 정복하지 못했죠.
결국 좋은 문제의 조건은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연구자로서 성장해갈 수 있고 그러면서도 현재 능력에 너무 과하게 어렵지 않은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좋은 문제를 대체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요?
아쉽게도 정답은 없습니다. 사실 아무리 위대한 수학자라도 좋은 문제를 찾고 그 문제의 난이도를 예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과제입니다. 20세기 가장 위대한 수학자 중 한 명인 다비트 힐베르트는 1900년 파리에서 열린 세계수학자대회에서 기존과는 아주 다른 방식의 강연을 선보였습니다. 자신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대신 훗날 ‘힐베르트의 23가지 문제’라고 알려진, 본인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를 수학자들에게 발표했습니다. 힐베르트는 이 문제가 20세기 수학의 흐름을 이끌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도 그랬고요.
하지만 이 위대한 수학자도 모든 걸 예측할 순 없었는데요, 23가지 문제를 발표하며 힐베르트는 이런 말을 했다고 전해집니다.
“리만 가설(8번 문제)은 몇 년 안에 해결될 것이고,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는 여러분의 자녀가 죽기 전에, ab가 초월수라는 것을 보이는 문제(7번 문제)는 해결하는 데 몇백 년이 걸릴지도 모릅니다.”
힐베르트에게는 야속하게도 초월수 문제는 1930년대에 증명되었고,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는 1995년에, 리만 가설은 아직도 악명을 떨치고 있습니다.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듣고! 소통이 답~
이렇듯 아무리 훌륭한 수학자라도 쉽게 수학 문제를 판단할 순 없습니다. 그렇기에 좋은 문제를 찾는 능력이 중요한 거죠. 좋은 문제를 고를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려면, 결국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듣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수학자에게는 본인 연구에 집중하는 것만큼이나 끊임없이 최신 연구 동향을 파악하고 새로운 결과를 인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자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문제가 이미 풀렸거나 아니면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 났을 수도 있고, 지금은 불가능해 보이는 문제가 새로운 기법을 통해 가능해질 수도 있으니까요.
또 다른 위대한 수학자 중 한 명인 앤드루 와일스 역시 ‘타원곡선’이라는 그 당시 가장 최신 현대 수학 기법을 이용해 무려 350년 동안 풀리지 않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해결했습니다.
이런 지식의 습득은 혼자서 논문을 읽고 공부해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수학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얻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서 수학자들은 어떤 식으로든 교류하려고 하는데요, 주로 학회나 워크숍, 세미나 등을 통해 다른 수학자와 소통합니다. 교류를 멈춘 수학자는 곧 도태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에필로그>;
수학자의 일상을 주제로 글을 쓰려니 욕심이 나면서도 부담이 되네요. 이 글을 보고 수학자와 더 멀어지지만 않으면 좋겠어요! 2월호에는 제 연구를 소개할 계획인데요, 제 ‘수학 로그’를 더 재밌게 읽기 위한 숙제가 있습니다. 제 연구 분야는 군론(Group Theory)과 대수학(Algebra)입니다. 군론이란 단어가 생소한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2월호를 보기 전까지 군론이 어떤 수학 분야인지 미리 찾아보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습니다. 덧붙여 제게 궁금한 점이 있다면 폴리매스 홈페이지에서 질문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