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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집을 나서기 전, 두근두근 크리스마스 선물을 포장할 때, 상쾌한 주말 아침 등산을 나서면서, 우리가 마주치는 것이 있죠? 너무 흔해서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던 ‘매듭’입니다. 눈을 돌리는 곳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매듭은 사실 굉장히 수학적인 존재랍니다. 수학 연구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데다, 기하학적으로 아름다운 구조물이기 때문인데요, 이렇게 아름다운 매듭의 매력을 최대로 끌어올린 작품을 12월 전시로 골랐습니다.

 

수학미술관에 잘 오셨습니다. 저희 미술관은 2개의 전시관으로 이뤄져 있고, 제1전시관에서는 수
천 번의 계산 끝에 탄생한 빛나는 조형물을, 제2전시관에서는 우주가 만들어낸 지구의 파동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럼 저를 따라 제1전시관부터 감상하시죠

 

 

●제 1전시관 '크로마'

 

거대한 뱀이 똬리를 튼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이어폰 줄이 엉켜있는 것 같기도 한 이 작품이 바로 ‘크로마’입니다. 번쩍번쩍하죠? 이 거대한 조형물은 약 300개의 서로 다른 셀로 이뤄져 있습니다.


각 셀에는 젤리같이 물컹한 ‘하이드로젤’이라는 물질이 들어있습니다. 틀어진 각도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하이드로젤에 가해지는 힘도 달라 300여 개의 셀이 모두 다른 색을 내요. 이렇게 아름다운 작품이 나오기까지 엄청나게 복잡한 계산이 필요했습니다. 크로마는 ‘세잎매듭’이라는 구조로 이뤄져 있는데요, 이름처럼 세잎클로버를 닮은 세잎매듭은 ‘매듭 이론’에서 아주 중요한 구조입니다. 


매듭 이론에서는 수학적으로 같은 매듭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매듭을 자르지 않고 조금씩 움직여서 다른 매듭을 만들 수 있으면 길이나 모양이 달라도 같은 매듭으로 보는데요, 매듭이 오른쪽으로 꼬인 오른쪽 세잎매듭과 왼쪽으로 꼬여있는 왼쪽 세잎매듭은 비슷하게 생겼지만, 서로 다른 매듭입니다. 


크로마는 6개의 세잎매듭이 겹친 형태로, 매듭은 18개나 됩니다. 크로마를 제작한 김윤철 작가는 크로마의 구조를 설계하는 데에만 네 달이 걸렸습니다. 18개의 매듭이 겹치지 않고 가장 아름다운 형태로 보일 수 있도록 각도를 계산하고 수정하는 데에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린 거죠. 


여기 김 작가의 드로잉 공책을 좀 보세요. 열심히 각도를 계산한 흔적이 보이죠?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매듭이 18개면 나올 수 있는 매듭의 형태는 대략 수백 만 개나 되기 때문이에요. 


그때마다 각도를 계산할 수 없기 때문에 김 작가는 프로그래밍 언어 ‘파이썬’으로 매듭의 개수에 따른 모든 형태를 보여주는 ‘매듭 제네레이터’를 제작했습니다. 이를 이용해 매듭의 모양을 보고 가장 아름다운 구조를 선택한 뒤, 매듭을 구성하는 셀의 각도를 일일히 계산했습니다. 수천 번의 계산 끝에 크로마가 탄생한 거죠. 

 

 

●제 2전시관 '임펄스'

 

크로마를 뒤로 하고 제2전시관으로 이동하면 샹들리에처럼 생긴 작품이 있습니다. 우주의 신호를 보여주는 ‘임펄스’입니다. 임펄스는 27개의 굵은 관과 얇은 관들로 이뤄져 있습니다. 바로 옆에 안테나처럼 생긴 작품 ‘아르고스’에서 신호를 받으면 펌프가 작동하며 관 속의 액체가 움직입니다. 


아르고스는 실제로 우주의 신호를 찾는 안테나로, 총 82개의 ‘가이거-뮐러 튜브’로 이뤄져 있습니다. 가이거-뮐러 튜브는 1900년대 초 독일의 물리학자 한스 가이어와 발트 뮐러가 개발한 방사선 측정기예요. 우주에서 태양이나 천체가 폭발하면 여러 입자와 강한 전파가 나오는데요, 이를 ‘우주선’이라고 부릅니다. 우주선이 지구의 대기와 만나면서 에너지가 작아진 입자들이 우리 머리 위로 떨어지게 됩니다. 가이거-뮐러 튜브는 이 입자들을 모두 측정하는 기계예요. 보세요, 지금도 아르고스의 튜브들이 반짝반짝하고 빛나고 있죠?


하지만 튜브가 반짝할 때마다 아르고스가 신호를 보내는 건 아니에요. 아르고스는 수많은 입자 중에서 ‘뮤온’이라는 입자를 검출할 때만 임펄스로 신호를 보냅니다. 그 이유는 뮤온이 아주 특별한 친구이기 때문이에요. 뮤온은 병원에서 많이 보는 X선과 같은 방사선보다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어요. X선은 튜브를 만나면 바로 사라지지만, 뮤온은 튜브를 적어도 5개는 통과할 수 있죠. 즉, 튜브 5개가 동시에 반응하면, 뮤온이 통과했다고 보고 임펄스로 신호를 보냅니다. 


뮤온 입자는 지구에서 사람이 만들어낼 수 없는 입자이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액체의 움직임은 모두 우주에서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들여다보고 있으니 마치 외계인과 대화를 하는 기분이네요!


이렇게 예술 작품 속에도 수학적 지식이 담겨있다니, 놀랍지 않나요? 김윤철 작가는 “수학과 예술은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이 둘을 융합하기 위해서는 수학자와 예술가가 서로의 학문을 잘 알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여러분도 수학 공부를 하다가 힘이 들면 한 번씩 미술관 나들이를 나가보세요. 혹시 누가 아나요? 여러분이 멋진 수학 예술가가 될지 말이죠! 1
 

 


 

Q. CERN에서의 일과는 무엇이었나요?


CERN은 오랫동안 이론적으로만 증명됐던 힉스 입자를 검출한 세계적인 연구소예요. 힉스 입자를 검출한 대형강입자가속기(LHC)를 보는 게 제 주된 일과였죠. 둘레가 27km나 되는 원형 터널인 LHC는 기계적인 아름다움이 있거든요. 마치 하나의 작품같았습니다. LHC를 앞에 두고 저와 친하게 지냈던 헬가 팀코 박사와 대화한 시간도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전 팀코 박사를 포함해 여러 과학자들과 대화를 나누며 영감을 받아 아르고스와 임펄스를 구상했어요. 우주의 비밀을 밝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LHC 앞에서, 우주에서 날아온 입자를 검출하고 이것이 지구에 파장을 일으키는 작품을 떠올린 거죠.

 

Q. 2015년부터 3년 동안 고등과학원에서 초학제 연구책임자로 계셨는데요, 주로 어떤 일을 하셨나요?


고등과학원에서는 창의적인 연구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학문 사이에 협력을 지원하고 있어요. 그래서 초학제 연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죠. 저는 그 중에서도 매터리얼리티 연구단에 있었어요. 당시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토론을 자주 했습니다. 수학자, 물리학자는 물론 시인, 철학자, 건축가, 심지어 한의사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무한은 무엇인가’와 같은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죠. 하나의 주제를 놓고 수학자의 관점과 철학자의 관점을 동시에 들었던 시간은 저에게 매우 소중했습니다. 이때의 경험으로 예술가로서 세계관이 매우 넓어졌습니다.

 


 

2019년 12월 수학동아 정보

  •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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