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 때만 해도 수학 시험에서 꼴찌를 했던 반이 수업 방식이 바뀐 두 달 뒤 기말고사에서 전체 학급 중 1등을 했다. 짧은 기간 동안 극적인 반전을 이뤄낸 비결은 무엇일까? 정신없이 미션을 해결하다 보면 수학 개념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들어가는 문태선 교사의 수업을 만나보자.
“자, 지금부터 5분입니다. 5분 동안 교과서를 참고해 미션을 해결해야 해요. 그럼, 지금부터 시작~!”
문태선 창일중 교사의 수학 시간은 4명이 모둠을 이뤄 미션을 해결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주로 미션은 2~3가지의 간단한 질문으로 그날 배울 수학 개념을 조금 맛볼 수 있는 것으로 낸다.
예를 들어 1학년 학생들에게 내는 미션 중 하나는 점 잇기로 그림을 완성하는 것이다. 처음 미션을 본 학생들은 점을 알파벳 순서대로 잇기 시작한다. 그리고 점을 모두 이어 그림을 완성하고 나면, 그때야 점과 점을 이으면 선이 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소개한다. 또 완성된 그림에 색칠을 하며 여러 개의 선이 모여 면이 생긴다는 점도 설명해 점, 선, 면의 개념을 익히도록 한다.
“2학년 학생들에게는 도형 자르기 미션을 줬어요. 정사각형이나 원을 직선으로 잘라 이등변삼각형을 만들어 보는 미션인데 학생들이 처음 해보는 활동이라며 너무 신기해 하더라고요. 이처럼 배울 내용에 충실하지만, 즐겁게 할 수 있는 활동을 미션으로 내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만들어낸 성과
하지만 문 교사는 올해 초 2학년 학급에 4인 1조 모둠 수업 방식이 통하지 않아 애를 먹었다. 문교사는 ‘안 되면 되게 하자’라는 생각으로 두 달간 이 방식을 밀어붙였는데, 모둠 내에서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딴짓을 하는 학생들 때문에 계속 힘들었다. 급기야 다른 학생들까지 어수선해지면서 수업을 제대로 진행하기 어려웠다. 이 상태로 중간고사를 봤더니, 문 교사가 유일하게 하나 맡은 2학년 학급이 전체에서 꼴찌를 했다. 속상하고 자존심도 상해 반 학생들을 모아놓고 이야기를 나눈 뒤 수업 방식을 바꿨다.
기존에 했던 미션 수업과 학생들이 각각 멘토, 멘티가 돼 2명씩 짝을 짓는 멘토링 수업을 합친 새로운 방식이었다. 먼저 멘토, 멘티가 될 학생들을 나눌 기준이 필요했다. 물론 성적으로 멘토와 멘티를 나눌 수 있었지만 문 교사는 성적만 내세우진 않았다.
“성적뿐 아니라 다른 친구를 도와주면서 성장할 마음가짐이 되어 있는 학생을 멘토로 골랐어요. 그래서 성적은 높아도 멘토가 되지 못한 학생들도 있었죠.”
멘토링 수업을 시작하면서 눈에 띄게 수업 분위기는 안정되기 시작했다. 소란스럽던 학생들도 태도가 조금씩 변했다. 문 교사는 학생들 모두 열심히 하기 시작하면서 ‘뭔가 잘 돼 가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렇게 또 두 달이 지나고 시작된 1학기 기말고사, 정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꼴찌였던 반이 갑자기 2학년 학급 전체에서 1등을 한 것이다. 문 교사는 물론 학생들까지 매우 놀랐다. 실제로도 성적이 떨어진 학생들보다 올라간 학생들이 훨씬 많았다. 이후 미션을 성실하게 수행했는지, 그리고 멘토와 멘티가 모두 성장했는지를 평가해 ‘최고의 멘토, 멘티’를 뽑아 시상식까지 했다.
멘토 역할이었던 김보연 학생은 “서로 짝꿍이 돼 멘티 친구에게 이것저것 설명하니 제가 더 이해가 잘 되고, 멘티와 여러 정보도 공유할 수 있어 좋았다”며, “반대로 제가 모르는 게 있을 때 멘티가 알려주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문 교사는 2학기에도 멘토링 수업을 계속할 계획이다. 단 1학기 때에 같이 했던 멘토, 멘티는 다시 짝이 될 수 없다는 규칙을 만들어 새로운 멘토, 멘티를 짝지었다.
재미보다는 학생이 이해하는 수업이 중요
미션 수업을 바탕으로 다양한 형식의 수업을 시도하면서 문 교사는 무엇보다 수업 방식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안 되는 수업을 계속 고집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느꼈어요. 순간적으로 판단해 수업을 바꾸는 판단력과 유연성이 중요한 것 같아요. 수업에 대한 다양한 지식과 연습도 필요하고요.”
사실 멘토링 수업은 2012년에 시도해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 당시에는 활동 수업 경험이 부족해 수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 이후로는 하지 않다가 올해 오랜만에 다시 시도한 것이다. 문 교사는 수년 전에는 안 됐지만, 지금에서야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로 ‘경험’을 꼽았다.
“그동안의 시행착오로 쌓인 경험 때문인 것 같아요. 감각적으로 이번에는 이렇게 수업을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거든요.”
문 교사는 미션 수업과 멘토링 수업만 하는 것은 아니다. 평소 전시회나 뮤지컬 등 문화생활을 하며 얻은 아이디어로 자유학기 수업, 수학 동아리 활동 등 다양한 활동 수업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문 교사는 어떤 수업을 하더라도 학생이 수업을 잘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좋은 수업의 첫 번째 기준은 학생들이 잘 이해하는 수업이라고 생각해요. 이해도가 높아 성취도도 높은 수업이요. 물론 재미와 이해 둘 다 잡고 싶지만,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이해가 먼저예요. 수업 내용을 이해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재밌어지잖아요.”
문 교사는 앞으로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을 만나 그들에게 맞는 수업 방식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다.
“2012년에는 영국, 2014년부터 올해 초까지는 베트남에서 학생을 가르쳤어요. 내년에는 아프리카 보츠와나에 가고요. 다양한 환경과 수준을 가진 학생을 만나고, 한국과 다른 상황 속에서도 좋은 수업을 찾아 는 ‘이상한 도전’이 계속하고 싶더라고요. 그런 도전을 통해 수업을 운영하는 유연성과 융통성, 그리고 영어 실력을 갖추고 싶어요.”
앞으로 문 교사가 계속할 그 ‘이상한 도전’이 어떻게 될지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