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새로운 재미로 시청자를 사로잡는 국내 최초 힙합 서바이벌 ‘쇼미더머니’가 돌아왔다!
7번째 시즌을 맞아 승부를 더 박진감 넘치게 만드는 ‘베팅 시스템’을 우승자를 뽑는 서바이벌에 도입했다. 쇼미더머니의 화려한 변신을 들여다보자.
불꽃 튀기는 힙합 전쟁이 다시 시작됐다. 매년 새 시즌으로 찾아오는 국내 최초 힙합 오디션 ‘쇼미더머니’가 돌아왔다. TV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실력파 래퍼가 심사위원으로 합류하고 이전 시즌에서 아쉽게 탈락했던 래퍼, 해외파 래퍼의 참가 소식이 전해지면서 방송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래퍼들은 주로 작은 공연장에서 공연하는 문화가 있어서 일부 래퍼들은 쇼미더머니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쇼미더머니를 통해 인지도를 높여 더 많은 사람에게 랩을 들려줄 기회가 생기고, 숨어있던 고수를 발굴하면서 래퍼들 사이에서도 긍정적인 시각이 생겨났다. 개성이 뚜렷한 래퍼들이 함께 음원을 만들면서 쇼미더머니는 어느새 힙합의 한 문화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쇼미더머니의 인기 요소 중 하나는 매 시즌마다 새로운 방법으로 우승자를 정한다는 점이다. 이번 시즌은 ‘베팅 시스템’이다.
당신의 랩은 얼마입니까?
7번째 시즌이 시작되기 전 팬들은 ‘쇼미더머니 트리플세븐(777)’이라는 프로그램 이름이 어떤 뜻인지 궁금해 했다. 6번째 시즌까지는 ‘쇼미더머니’에 시즌을 나타내는 숫자 하나를 붙여 제목을 지었는데, 7을 세 개나 붙였기 때문이다.
제작사 측에서 명확한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트리플세븐은 보통 ‘내기에 돈을 걸어 대박이 나다’는 뜻이므로, 새롭게 도입한 우승자 선발 방식인 ‘베팅 시스템’을 의미하는 걸로 추측할 수 있다.
베팅 시스템은 이번 시즌 우승자가 받을 상금 2억 원을 4등분해 심사위원 4팀에게 5000만 원씩 나눠주고, 래퍼 평가전에서 맘에 드는 참가자에게 원하는 만큼 돈을 베팅하는 방식이다. 이후 참가자들은 다양한 랩 경연을 펼쳐 승패에 따라 가진 돈을 뺏고 뺏기다가 결국 최종 우승자가 상금을 모두 갖는다.
승부에 변수 만든 베팅 시스템
내기에서 돈을 걸어 이기면 이득을 보고, 지면 손해를 본다. 그런데 ‘팀 배틀 디스전’에서는 이기고도 손해를 보는 경우가 생겼다. 팀 배틀 디스전은 심사위원 4팀이 두 팀씩 짝을 이뤄 승부를 가리는데, 각 팀에 속한 참가자 3명이 1명씩 나와 총 3번을 겨뤄 2번 이상 이긴 팀이 최종 승리한다.

팀 배틀 디스전에 적용한 베팅 시스템 규칙은 이렇다. 맞붙을 팀의 심사위원이 내기를 해 각 승부에 해당하는 베팅 금액을 정하고, 그 금액만큼 베팅한다. 여기서는 두 팀 모두 1100만 원을 내놓고 시작한다. 승부에 이긴 팀은 그 승부에 해당하는 베팅 금액의 2배를 얻고 진 팀은 베팅한 금액을 돌려받지 못한다. 예를 들어 베팅 금액이 100만 원인 승부에서 이기면 2배인 200만 원을 받는다.
첫 번째 승부를 펼친 기리보이&스윙스 팀과 딥플로우&넉살 팀 중 기리보이&스윙스 팀이 2승을 차지했지만, 오히려 300만 원을 손해 봤다. 각각 100, 300만 원이 걸린 승부에서 이겨 총 400만 원을 받았지만, 700만 원이 걸린 승부에서 져 베팅한 금액을 돌려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략만큼 중요한 베팅
이처럼 승부에서 이기고 지고를 떠나 베팅 또한 잘해야 승자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베팅 전략을 쓰는 게 좋을까?
예를 들어 각 내기에서 이길 확률이 55%고, 이기면 베팅한 돈의 2배를 얻고 지면 돈을 돌려받지 못 할 때 대표적인 베팅 전략 5개를 써서 500번 승부해 보면 결과가 다음과 같다.
5가지 베팅 전략!

화끈한 올인 전략은 이기면 한 번에 큰 돈을 벌지만, 한 번이라도 지면 가진 돈을 전부 잃는다.
승부를 500번해서 한 번도 지지 않을 확률은
이므로 돈을 모두 잃을 확률이 거의 100%다. 일편단심 진달래 전략은 올인 전략처럼 가진 돈을 한 번에 잃지는 않지만, 그만큼 이익이 천천히 늘어난다. 피보나치 전략 역시 얻는 돈이 크지 않다.
마팅게일 전략은 일편단심 진달래 전략보다 빨리 돈을 벌 수 있지만, 계속해서 지면 다음 승부에 걸 돈이 배로 늘어나 실제로 쓰기 어려운 전략이다. 만약 가진 돈이 무척 많다면 도전해 볼만 하다. 반면 켈리 전략은 일편단심 전략과 수익률이 같지만, 가진 돈의 일정 비율만 베팅하기 때문에 돈을 모두 잃을 걱정이 없다. 수익률도 87%로 꽤 높아서 처음에 1000원을 가지고 있었으면 1870원(=1000×(1+0.87))을 기대할 수 있다. 친구와 뭔가를 걸고 내기를 한다면 켈리의 공식을 기억하자.
한편 랩 승부는 가사를 틀리거나 랩비트가 무엇이냐에 따라 승부 결과가 쉽게 바뀌기 때문에 누가 이길지 예측하기 힘들다. 여기에 베팅 시스템까지 도입해 더욱 승부를 알 수 없게 만들었다. 아직 경연이 많이 남았는데, 베팅 시스템이 승부에 어떻게 영향을 줄지 기대해 보자.
좋은 리듬을 만드는 비법
흔히 랩을 ‘리듬과 말의 예술’이라고 한다. 리듬은 박자에 따른 음의 장단으로, 강약이 반복될 때 생기는 음의 흐름이다. 결국 랩은 랩비트가 만드는 리듬과 래퍼가 내뱉는 가사의 강약과 라임을 조화롭게 표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리듬감이 좋은 래퍼는 심지어 랩비트 없이 랩을 해도 돋보이는데, 이번 시즌 참가자 중 래퍼 평가전에서 각각 1, 3위를 차지한 나플라와 쿠기는 리듬감이 좋은 래퍼로 평가받는다.
한편 심사위원 공연 때 랩을 뽐내지 않고 외장하드를 뽐내 눈길을 끈 사람이 있다. 2013년 데뷔한 이후 독창적인 랩비트를 만들며 래퍼 사이에서 최고의 프로듀서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코드 쿤스트’다. 코드 쿤스트는 심사위원 공연 때 직접 만든 랩비트 약 400개가 담긴 외장하드를 보여주며 참가자를 유혹했다.
래퍼가 목소리로 리듬을 만든다면 코드 쿤스트는 악기 소리로 리듬을 만든다. 리듬을 만들려면 박자를 어떻게 쪼갤지 결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4박자를 표현할 때 1박을 4번 표현해도 되고 0.5박씩 8번을 표현해도 된다. 수학을 이용해서 좋은 리듬을 만들 순 없을까?
앤드루 밀른 호주 시드니대학교 MARCS 뇌행동발달연구소 연구원은 힙합, 재즈 같은 장르에서 쓸 수 있는 리듬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밀른 박사는 한 리듬은 서로 다른 리듬을 가진 악기 소리의 조합으로 이뤄져 있다는 점에 주목해 각 악기의 리듬을 원 위의 다각형으로 나타냈다.
4/4 박자 두 마디로 이뤄진 리듬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4/4 박자는 한 마디 안에 8분음표가 8개 나온다는 뜻으로, 두 마디면 총 16개가 나온다. 원주 위에 똑같은 간격으로 점 16개를 찍은 뒤, 반시계 방향으로 움직이며 음표가 등장할 때마다 점을 칠하고, 칠한 점을 선으로 이으면 다각형을 만들 수 있다.
좋은 리듬은 정다각형?!
밀른 박사는 반대로 임의의 다각형을 만들고 이에 대응하는 리듬을 찾았다. 원 위의 점 16개로 약 17조 개가 넘는 다각형을 만들 수 있는데, 실제로 우리가 선호하는 리듬은 이 중 일부에 불과했고, 밀른 박사는 듣기 좋은 리듬을 분석해 공통점을 찾아냈다.

그 결과 좋은 리듬은 다각형의 변의 길이가 모두 같거나 길이가 다른 변이 2개 뿐이었고, 길이가 같은 변은 서로 가까이 붙어있었다. 또 여러 리듬이 만든 다각형의 모든 꼭짓점의 무게 중심이 원의 중심과 일치할 때 조화롭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렇게 조건에 맞는 다각형을 골라 조합하면 좋은 리듬을 만들 수 있는 셈이다.
이번 쇼미더머니 트리플세븐에서는 우승후보로 꼽힌 래퍼가 일찍 탈락하거나 복면을 쓴 의문의 래퍼가 탈락한 뒤 발표한 음원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 평소 서로를 비난하던 래퍼가 서로 화해하는 훈훈한 장면도 연출했다. 래퍼들이 펼치는 치열한 승부와 함께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