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비의 계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백설공주. 수학동아가 그녀를 돕기 위해 특별한 처방전을 준비했다. 수학을 알면, 승리가 보인다!
차원이 다른 거울로 돌아왔다!
동화 대 영화
왕비의 설정은 같다. 못된 성격에, 자기만 알고 주변에 적이 많다. 그래서 왕비에게는 거울이 아주 특별하다. 자신의 속내를 털어 놓을 유일한 대화 상대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왕비와 떼놓을 수 없는 거울은 동화와 영화 속에 모두 존재한다. 다만 거울이 놓인 위치만 다르다. 동화 속 거울은 왕비의 방에 걸려 있고, 영화 속 거울은 현실이 아닌 차원이 다른 공간에 놓여 있다.
인사이드 무비, 인사이드 매스!
영화 속에서 왕비의 거울을 만나려면 세 단계를 거쳐야 한다.
먼저 왕비가 남몰래 드나드는 방의 한쪽 면을 가득 메운 커다란 거울 앞에 선다. 그 앞에 서서 ‘거울아, 거울아’ 주문을 외우고, 눈을 지그시 감는다. 그리곤 거울을 향해 뛰어들면 된다. 마치 해리포터가 호그와트 마법 학교로 들어갈 때, 9와 4분의 3 승강장으로 뛰어드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나면 바닥이 180° 회전하면서 새로운 세계가 등장한다.
말하는 거울이 사는 곳? 마법이 통하는 세상? 혹시 말하는 거울이 살고 있는 공간은 말로만 듣던 4차원이 아닐까?
하지만 말하는 거울이 사는 공간을 4차원 세계라고 하기엔 겉모습이 우리가 살고 있는 3차원 현실과 많이 닮았다. 그렇다면 진짜 4차원 공간은 어떻게 생겼을까?
수학을 도구로 활용하면 설명이 어려운 4차원 공간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수학자들은 피타고라스 정리를 이용해 3차원 이상의 공간을 설명하곤 했다. 생각의 확장을 돕기 위해 2차원 공간부터 그려 보자. 4차원 이상의 공간은 평면 위에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4차원 공간을 상상해 보자. 4개의 수직선이 서로 직교하는 공간에 반지름이 1인 16(2⁴)개의 4차원 구가 서로 접해 있다. 16개의 4차원 구와 모두 접하는 중심에 17번째 4차원 구가 있다. 새로운 4차원 구의 반지름도 피타고라스 정리를 이용하면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런데 새로 생긴 4차원 구의 반지름은 16개의 4차원 구의 반지름과 길이가 같다. 2차원, 3차원과 다르게 16개의 4차원 구 사이에는 같은 크기의 또 다른 구가 생긴 것이다.
만약 반지름이 1인 16개의 4차원 구 사이에 같은 크기의 또 다른 4차원 구가 존재하는 공간을 상상할 수 있다면, 그 곳이 바로 수학에서 정의하는 4차원 공간이다.
왕비가 모르는 거울의 비밀
동화 대 영화
왕비와 거울 사이의 관계는 여전히 냉랭하기만 하다. 왕비는 늘 자신의 편이 돼 주길 바라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다. 거울이 너무 솔직한 탓이다. 동화 속 거울은 늘 왕비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쁜 사람은 백설공주’라고 상처를 주고, 영화 속 거울은 ‘주름이 또 늘었네’라며 핀잔을 주기 일쑤다.
영화로 돌아온 왕비는 ‘미모 집착’ 정도가 더욱 심해졌다. 주름을 펴기 위한 ‘벌침 시술’은 예삿일이며, 피부 관리를 위해 ‘새똥 마사지’도 마다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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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거울의 방에는 여러 모양의 거울이 벽마다 걸려 있다. 말하는 거울은 동화 속 거울과 다르게 거울과 거울 사이를 옮겨다니며 왕비에게 말을 건넨다. 여기서 발견한 재밌는 사실 하나. 영화 속에 등장하는 거울은 크기가 매우 다양한데, 거울 속 왕비의 크기는 일정하다. 거울 속에 비춰지는 상의 크기는 거울의 크기와 상관없는 걸까?
거울은 언제나 ‘반사의 법칙’으로 물체를 나타낸다. 거울 표면에 빛이 반사될 때, 빛이 들어온 각도와 반사되어 나가는 각도가 같다는 얘기다. 또한 이 반사는 한 평면 위에서 진행된다. 이 법칙을 따르는 거울은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성질을 갖는다. 하나, 전신을 확인할 수 있는 거울은 키× 1/2 크기면 충분하다!
평면거울의 경우 실제 모습에 대한 거울 속 모습의 비율, 즉 상의 배율이 1이다. 거울부터 실제 모습까지의 거리(a)와 거울 속 모습까지의 거리(a)가 같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선의 각도에 따라, 전신을 볼 수 있는 최소한의 거울의 크기가 결정된다.
예를 들어 백설공주의 시선의 각도가 45°라고 가정하자. 이 때 tan45°의 값은 1이다. 왼쪽 그림과 같이 시선의 연장선으로 그려지는 직각삼각형을 살펴보면, 거울에서 키의 절반 만큼 떨어져 있을 때 키의 절반만 한 거울로도 전신 확인이 가능하다.
둘, 고정된 평면거울 앞에서 물체가 움직이는 경우에는 실제 물체의 속도와 거울 속 모습의 속도는 같다. 그러나 고정된 물체 앞에서 평면거울을 이동시키면, 거울 속의 모습이 실제의 물체보다 2배 빠른 속도로 움직이게 된다.
예를 들어 거울을 백설공주 쪽으로 a/2만큼 이동시켰다고 하자. 그러면 거울 속 모습은 백설공주와 거울과의 거리(a/2)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므로, 거울이 이동한 거리(a/2)보다 두 배만큼(a) 빠르게 이동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왜 난쟁이는 7명일까?
동화 대 영화
우선 직업이 다르다. 더 이상 순수하지도 않다. 왜? 그들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생김새도 완전히 다르다. 귀여운 구석이라곤 찾아보기 힘들고, 말 걸기조차 어렵다. 하지만 역시 어여쁜 백설공주를 매몰차게 거절할 만큼 모질지는 못하다.
결국 난쟁이들은 이번에도 백설공주를 물심양면으로 돕는다. 비록 동화 속 백설공주보다 훨씬 화끈한 성격 덕분에 당황할 때도 종종 있지만, 그녀의 든든한 지원군으로 활약한다. 물론 변함없이 7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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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쟁이가 7명인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숫자 7은 6이나 8과 같이 절반으로 나눌 수 있는 짝수가 아니다. 7이 홀수이기 때문에 의견을 하나로 정할 때 결정하기가 쉽다. 두 의견이 팽팽한 경우에도 한 사람에 의해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숫자 7은 1+2+2+2, 1+3+3, 2+3+2와 같은 분할수를 갖는다. 분할수란, 주어진 자연수를 자연수들의 덧셈으로 표현하는 방법의 가짓수
를 말한다. 예를 들어 주어진 자연수가 3이라면 1+1+1, 2+1, 3과 같이 분할수는 3개다. 7은 15개의 분할수를 갖는데, 이는 단체 활동에서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특히 영화 속에서 직업이 ‘산적’인 그들에게 말이다.
조금 다르게 생긴 외모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 수 없었던 난쟁이들은 인적이 드문 산속에 집을 짓고 산길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생필품을 빼앗아 생활한다. 이 때 7명의 난쟁이들은 둘, 셋, 둘로 조를 짜서 탄탄한 팀워크를 유지했다. 처음 2명이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고, 3명이 본격적으로 임무(?)를 완성, 나머지 2명이 마무리를 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7명으로 구성할 수 있는 공격 전술로는 왼쪽 그림과 같이 육각형 모양을 이루는 2-3-2 구조가 가장 안정적이다.
난쟁이 덕분에 다시 찾은 왕국
동화 대 영화
독 묻은 사과를 먹고 유리관 안에 잠드는 동화 속 백설공주와 달리, 영화 속 백설공주는 적극적으로 왕비에게 빼앗긴 왕국을 되찾기 위해 결의를 다진다. 백설공주는 최고의 검술과 무술 실력을 갖춘 난쟁이들에게 도움을 받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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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쟁이들의 훈련은 갈수록 혹독하다. 특히 셀 게임 훈련에서는 난쟁이가 컵 속에 체리를 숨겨놓은 체리를 난쟁이보다 먼저 찾아 내 먹어야 한다. 백설공주의 집중력을 높이고, 빠른 눈을 갖게 하기 위해서다.
백설공주가 한 번에 체리를 찾아낼 확률은 1/3이다. 이 때 난쟁이는 백설공주가 고르지 않은 또 다른 컵을 뒤집어 ‘빈 컵’임을 보여 준다. 난쟁이는 컵을 바꿀 기회를 허락했지만, 백설공주는 바꾸지 않는다.
만약 백설공주가 체리를 찾아낼 확률을 높이고 싶다면, 컵을 바꿔야 했다. 세 컵에 1/3씩 분배 됐던 확률이, 하나가 빈 컵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처음 컵과 남은 컵의 확률이 각각 1/3, 2/3로 변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미국의 TV 퀴즈쇼에서 소개 돼 유명 수학 패러독스로 잘 알려진 ‘몬티 홀 문제’다. 선택을 바꾸는 것이 이론적으로 당첨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수학자들의 증명으로 화제가 됐었다.
백설공주가 수학을 잘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비겁하게 마법으로 자신을 괴롭히는 왕비를 쉽게 물리치고 조금 더 일찍 왕국을 되찾았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