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말. 수학 교사와 동아리 학생들이 함께 개발한 수학 보드게임이
상품으로 출시돼 절찬리에 판매 중이라는 제보가 들어왔다. 어떤 교사와 학생들일까?
궁금한 마음에 거제도까지 한걸음에 달려갔다.
“보드게임을 워낙 좋아해서 가지고 있는 것만 400개가 넘습니다. 학생들이 직접 수학적인 원리를 적용한 보드게임을 만들면서 게임과 수학을 이렇게 접목할 수 있다는 걸 몸소 느꼈으면 하는 마음에 동아리를 만들었습니다.”
‘보드게임 덕후’인 조현준 거제여자상업고등학교 수학 교사는 ‘거제연합수학동아리’를 만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거제연합수학동아리는 거제도의 모든 고등학교 학생들이 가입할 수 있는 동아리로, 조 교사가 2016년과 2018년에 학생들을 모집해 2년간 운영했다. 수학을 보드게임에 적용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지역 학생들에게 직접 만든 게임을 가지고 수학체험전에 참여할 기회를 준 것이다. 2016년에 활동한 학생들이 조 교사와 함께 보드게임의 틀을 잡았다면 2018년에 활동한 학생들은 게임을 더 재미있게 개선하는 역할을 했다. 그렇게 완성한 게임의 이름은 ‘시크릿 피겨’와 ‘오차내차’다.
체험전 참가하며 재미 업그레이드
2018년 1년 동안 조 교사와 동아리원들은 시크릿 피겨만 가지고 진주시와 남해군, 김해시, 제주도에서 개최한 수학체험전에 참여했다. 수학체험전에는 유치원생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방문객들이 찾아오는데 오차내차는 게임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팀 게임이라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직 게임이 출시되기 전이어서 체험전에 가지고 나갈 게임판과 도구들은 직접 그리고 잘라 제작했다. 또 게임을 반복하면서 걸리는 시간과 고칠 점을 확인하고, 게임하는 방법을 소개할 때 쓰는 설명서도 만들었다. 이렇게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게임을 하면서 돌발 상황들이 생겼다. 오승윤 군은 “게임을 하러 온 사람들이 무리수 개념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는데, 굳이 개념을 몰라도 쓸 수 있는 무리수 자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후 무리수 자는 실제 판매되는 게임에 추가됐다.
수학체험전을 준비하지 않을 때에는 게임을 반복하면서 재미요소를 더했다. 예를 들면 오차내차 게임에는 *표가 들어 있는 특수카드를 도입했다. 가령 *8이라는 카드는 * 대신 내가 원하는 수를 넣어 오름차순, 내림차순에 관계없이 놓을 수 있다. 바닥에 놓인 카드가 97이어서 오름차순으로는 거의 끝나가는 시점에 *8과 ±1 카드를 조합해 87로 만들어 내면 88부터 다시 오름차순으로 숫자 카드를 놓을 수 있어서 끝나가는 게임을 되살릴 수 있다. 김민지 양은 “이 카드를 이용해 다른 게임도 할 수 있도록 ‘10장을 짝수로만 낸다’는 식의 미션카드를 넣자는 아이디어가 나와서 그것도 만들었다”고 말했다.
수학 보드게임으로 꿈이 더 커지다
거제연합수학동아리 동아리원들은 원래 수학을 좋아하거나 뛰어나게 잘 하는 학생들은 아니었다. 오히려 수학에 흥미를 갖고 싶거나, 수학체험전 부스 운영을 경험해 보고 싶어서 들어온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각자의 장래 희망도 교사와 상담사, 사회복지사 등 주로 사람을 대하는 직업이었다.
하지만 수학 보드게임을 제작하고, 이를 즐기면서 수학에 대한 동아리원들의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오승윤 군은 “수학을 잘 못해도 수학 게임을 잘할 수 있다는 걸 보면서 보다 수학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박소현 양은 “일상생활에서 수학적인 것들을 찾아보는 습관이 생겼다”고 말했다.
또 문다빈 군은 “학교에서 교육봉사동아리를 하고 있는데,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게임 방식으로 수학을 가르치면서 큰 효과를 봤다”며, 뿌듯해했다. 김민지 양은 “나중에 교사가 된다면 동아리 경험을 살려 학생들에게 교과 내용을 활동 중심으로 가르쳐 보고 싶다”는 바람도 생겼다. 각자 다른 학교를 다니고 있지만 1년 동안 거제연합수학동아리라는 이름으로 모여 수학 보드게임을 하고 우정을 쌓으면서 동아리원들의 생각과 꿈은 몰라보게 자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