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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수학으로 지키는 우리 문화재

국가수리과학연구소를 가다!


“문화재를 파먹으면 아니아니~ 아니 돼요!”
 
그런데 아무리 안 된다고 설득해도 흰개미는 도통 말을 듣지 않아. 그렇다면 국가수리과학연구소(이하 수리연) 가상생태계연구팀에게 해결책을 묻는 수밖에 없겠군. 흰개미 피해를 수학적으로 줄이기 위한 연구가 이 곳에서 진행 중이라는 정보를 입수했거든. 수학동아 독자기자단과 함께 그 비법이 무엇인지 들어 볼까?


흰개미가 어디로 갈지 수학으로 찾는다

흰개미는 죽은 나무를 갉아먹기 때문에 목재건축물에 아주 치명적인 해충이야. 속이 텅비도록 목재를 갉아먹는 탓에 알아채지 못하면 건물 자체가 무너져버릴 수도 있어.

그런데 열대나 아열대 지방에 주로 분포하는 흰개미가 우리나라 목조 문화재에도 피해를 주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니? 지구온난화 때문에 우리나라도 점점 흰개미가 살기 좋은 기후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야. 실제로 경상남도의 쌍계사를 비롯해 서울 운현궁 등 곳곳이 흰개미 피해를 입고 있어.

그래서 수리연 가상생태계연구팀에서는 흰개미의 행동을 수학적으로 분석하는 연구를 하고 있어. 흰개미의 움직임과 습성에 대해 알 수 있다면 분명 효율적인 방역작업을 할 수 있겠지?

흰개미 연구에서는 통계 분석이 필수야. 분석을 통해 ‘흰개미가 양갈래길 중 왼쪽 길을 선택할 확률’이나, ‘*곡률이 x일 때 흰개미들의 평균 이동속도’ 등의 여러 정보가 쌓이면 흰개미의 행동을 예측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모델’을 만들 수 있어. 시뮬레이션 모델을 활용하면 흰개미가 목조문화재에 피해를 입히기 전에 한 발 앞서 막을 수 있거든. 또 땅 속 흰개미 굴의 모양을 예상해 효율적인 방역작업을 할 수 있다고. 어이, 흰개미! 지금 떨고 있나?
 

문화재를 지키는 수학의 힘!
흰개미를 실제로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나뭇조각에 스프레이로 물을 뿌렸더니 습기를 좋아하는 흰개미가 모습을 드러냈다.

헤드폰 모양을 닮은 아크릴판 구멍에 흰개미를 집어넣자 흰개미는 꼼짝 않고 한동안 제자리에 있었다. 심승우 연구원은 “바뀐 환경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수학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소중한 목조문 화재를 지킬 수 있으면 좋겠다.


겁쟁이 송사리의 회피행동 추적하기
가상생태계연구팀에서는 흰개미 말고 송사리의 ‘회피 행동’도 분석하고 있어. 회피 행동은 동물이 생존을 위해 본능적으로 하는 기초 행동 중 하나지.

송사리는 크기가 작아서 거의 언제나 잡아먹히는 쪽에 속해. 그렇기 때문에 자기보다 큰 동물이 나타나면 도망치려 하지. 임주백 박사는 송사리의 포식자인 물새의 모습을 본뜬 삼각형 조각을 송사리 머리 위로 지나가게 하고, 송사리들이 도망치는 모습을 관찰하는 실험을 설계했어. 단, 송사리가 반응을 보이는 포식자에 대한 변수는 포식자의 크기와 이동속도 2가지로 한정했어. 실험을 간단하게 하기 위해서야.

실험 결과 송사리는 포식자의 크기가 클 때, 그리고 이동속도가 느릴 때 가장 많이 도망치는 것으로 나타났어. 도망치기 위해선 일단 포식자를 잘 봐야 하거든. 실험에서는 1/30초 단위로 송사리의 위치를 좌푯값으로 표현해 이동을 수치화했어. 이 연구 결과는도망치는 물고기를 몰아서 잡는 ‘함정 어업’에 활용될 수 있다고 해.

하지만 동물의 행동을 연구하는 더 큰 이유는 따로 있어. 동물의 다양한 행동들을 수학적 자료로 모아두면, 생명에 당장 지장을 주진 않지만 신경계나 근육에 문제를 일으키는 ‘만성독성’ 물질을 검출하는 지표로 사용할 수 있거든. 정상적인 행동과, 비정상적인 행동을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지.
 

보기보다 똑똑한 송사리, 그리고 좌표평면
반복 실험을할 때 송사리의 기억력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 신기했다. 송사리의 기억력은 일주일 정도다. 그런데 일주일 이내에 재실험을 할 경우, 송사리가 삼각형이 포식자가 아니라는 걸 알고 피하지 않아 엉뚱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실험에서 좌표가 요긴하게 쓰이는 걸 보며, 데카르트가 고안한 좌표평면의 힘을 새삼스레 느낄 수 있었다.


수학과 과학이 만나는 곳,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임주백 박사(가상생태계연구팀) 
"동물 실험을 수학적으로 분석하는 까닭은 바로 ‘관찰은 주관적이지만 수학은 객관적’이기 때문이에요. 사람마다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자연현상을 보더라도 관찰 결과가 달라질 수 있지만, 수학적으로 표현하면 그렇지 않죠. 수리연에서 과학자와 수학자가 힘을 합쳐 연구하고 있는 이유예요."

수리연에는 가상생태계연구팀뿐만 아니라 미래인터넷연구팀, 계산뇌과학연구팀 등 6개의 연구팀에서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어. 앞으로 포화상태가 될 인터넷을 대체할 ‘미래 인터넷’이나, 뇌를 수리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연구 등 실험 주제만으로도 흥미로워. 그러니 수학을 좋아하고 연구가 적성에 맞는다면 수리연의 미래 연구원을 꿈꿔 보는 것도 근사하겠지?

수리연은 여러 학문들을 융합해서 연구하는 곳이기 때문에, 수학뿐만 아니라 여러 과학 분야를 두루 공부한 사람을 필요로 한대. 수학동아 독자들 중에서도 훗날 수리연에서 연구하는 박사님이 분명 나올 거라 믿어. 그 땐 수학동아가 가장 먼저 인터뷰하러 달려갈게!

2012년 03월 수학동아 정보

  • 이우상 기자
  • 도움

    국가수리과학연구소 가상생태계연구팀
  • 사진

    이우상 기자
  • 사진

    국가수리과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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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종우
  • 기타

    이홍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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