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도형이 나온 게 얼마 만일까요? 최근 일본에서 연구하는 수학자와 과학자가 뫼비우스 띠와 칼레이도사이클의 특징을 함께 가지고 있는 신기한 도형 ‘뫼비우스 칼레이도사이클’을 만들었습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발견의 뒷이야기를 한번 들어볼까요?
무한히 뒤집히는 ‘칼레이도사이클’
2018년 12월 19일 일본 오키나와과학기술대학원대학교 수학, 기계 및 재료과학 연구팀은 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 ‘뫼비우스 칼레이도사이클’이라 이름 지은 새로운 도형을 소개한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새로운 도형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뫼비우스 띠와 칼레이도사이클의 성질을 모두 갖고 있습니다.
칼레이도사이클은 그리스어로 ‘아름다운 모양의 고리’라는 뜻으로, 사면체 유닛 여러 개가 연결된 모양입니다.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사면체들을 뒤집으면서 돌릴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지요. 유닛의 모양이 삼각형일 때는 ‘플렉사곤’이라고 부릅니다. 유희 수학의 대가인 마틴 가드너가 소개하면서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습니다.
칼레이도사이클은 사면체의 개수에 따라 모양이 다양한데요, 사면체 6개로 이뤄진 칼레이도사이클을 주로 사용합니다. 하지만 홀수 개 사면체로는 칼레이도사이클을 만들 수 없고, 8개 또는 그 이상의 사면체가 만나면 빙글빙글 돌아갈 때 모양이 고정되지 않고 제멋대로 움직입니다. 그래서 로봇팔이나 기계를 만들 때 칼레이도사이클 구조를 사용할 수 없었지요. 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수학자와 과학자가 다양한 시도를 했습니다.
유레카! 뫼비우스 칼레이도사이클!
일본 오키나와과학기술대학원대학교 수학, 기계 및 재료과학 연구팀의 요하네스 쇤케 연구원과 엘리엇 프라이드 교수는 칼레이도사이클을 변형하기 시작했습니다.
칼레이도사이클의 각 사면체는 90°를 이루며 연결돼 있습니다. 연구팀은 이 각도와 사면체 개수를 바꿨을 때 사면체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 수 있는 수학 모형을 만들고,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해 살펴봤습니다. 즉 사면체 개수를 늘려가며 어떤 각도로 연결해야 하는지 따져 본 것이죠.
그 결과 기존 칼레이도사이클은 짝수 개의 사면체로만 만들 수 있었던 반면, 뫼비우스 칼레이도사이클은 홀수와 짝수에 상관없이 사면체를 연결해 만들 수 있었습니다. 또 절대 도형이 흐트러지지 않았습니다.
잠깐, 왜 이름이 뫼비우스 칼레이도사이클이냐고요? 연구팀은 새로운 칼레이도사이클에 사용하는 사면체 개수를 무한대로 늘리면 3번 꼬인 뫼비우스 띠가 나타나는 것을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유닛을 연결하는 각도가 90°보다 작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뫼비우스 띠처럼 꼬인 칼레이도사이클이 만들어진 것이죠. 또 이 도형은 뫼비우스 띠의 성질을 가지기 때문에 사면체가 제멋대로 움직이지 않고 일정한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뫼비우스 띠는 안과 밖의 구별이 없는 도형입니다. 종이 띠를 비틀어 양쪽 끝을 붙이면 쉽게 만들 수 있어요. 뫼비우스 칼레이도사이클도 마찬가지로 안과 밖의 구별이 없습니다.
뫼비우스 칼레이도사이클의 활용 분야
조규진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독특한 구조로 기존 로봇에 바로 쓰이긴 어렵지만, 전동기를 어떻게 연결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 밝혔습니다. 일본 연구팀이 예상하는 활용 분야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사진으로 만나 보세요.
직접 만들어보는 신기한 뫼비우스 칼레이도사이클
새로운 도형을 만든 두 연구자처럼 뫼비우스 칼레이도사이클을 만들어보고 무한히 뒤집히는지, 얼마나 꼬여있는지 직접 확인해봅시다. 또 어떤 분야에 활용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세요.
● INTERVIEW 새로운 도형의 설계자를 만나다!
뫼비우스 칼레이도사이클의 발견으로 수학, 과학계 이목을 끈 두 사람의 여정은 어땠을까요? 요하네스 쇤케 연구원에게 물어봤습니다!
Q 자기소개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교에서 이론 천체 물리학을 공부한 요하네스 쇤케입니다. 캘리포니아공과대학에서 응용 수학 및 기계공학을 전공한 엘리엇 프라이드 교수와 뫼비우스 칼레이도사이클을 설계했죠. 저희 팀은 다양한 분야의 지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실생활에 쓸 수 있는 기술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Q 이 연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사면체가 6개 또는 8개 연결된 칼레이도사이클에 대한 연구는 많습니다. 하지만 홀수 개의 사면체로 이뤄진 칼레이도사이클의 연구는 거의 없었어요. ‘실제로 존재하면 어떤 모양일까?’라는 간단한 질문에서 이 연구를 시작하게 됐지요. 다른 구조들을 공부하면서 사면체의 연결 각도를 바꾸는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새로운 도형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Q 뫼비우스와 관련된 재밌는 일화가 있었다고요?
이 논문을 발표하기 전에, 학교의 과학 축제에서 뫼비우스 칼레이도사이클을 직접 만들어보는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놀랍게도 행사가 열린 11월 17일은 뫼비우스 띠를 발견한 아우구스트 뫼비우스가 태어난 날이었어요! 그래서 풍선과 포스터로 생일 파티처럼 행사장을 꾸몄답니다.
Q 앞으로 어떤 연구를 할 예정인가요?
2018년 12월에 발표한 뫼비우스 칼레이도사이클 논문은 시작일 뿐입니다. 뫼비우스 칼레이도사이클을 실생활에 적용하는 연구는 물론이고, 다른 도형들을 응용해 계속해서 새로운 도형을 만들 거예요.
Q 한국의 수학동아 독자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저희가 뫼비우스 칼레이도사이클을 만들면서 느꼈던 즐거움을 여러분도 느껴봤으면 합니다. 만드는 방법을 참고해서 꼭 직접 만들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