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 영양소인 비타민 C, 탄산음료의 향을 내는 구연산, 그리고 아플 때 먹는 해열진통제까지.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화학물질이 핀란드의 사진작가 헨리 코스키넨에 의해 멋진 예술 작품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무지갯빛 거미줄 |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에 들어있는 비타민 C가 유리판 위에서 무지갯빛 동심원을 만들어냈습니다. 마치 유리에 비친 무지개 위로 거미줄이 생긴 것 같은데요, 곤충들도 깜빡 속아 넘어가겠죠?
비타민 C의 나이는 몇 살? | 나무의 나이테처럼 보이는 세 장의 사진은 모두 같은 비타민 C 결정을 찍은 겁니다. 빛을 어떻게 비추냐에 따라 같은 결정도 다른 느낌으로 나타나지요?
● 신맛 구연산이 뽐내는 화려한 색채
레몬이나 귤, 오렌지, 라임 같은 과일을 생각하면 어떤 맛이 떠오르나요? 상큼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떠오르죠? 그 두 가지 맛 중 신맛을 담당하는 성분이 바로 구연산입니다. 음료에 향을 내거나 소독 효과가 있어 청소할 때 많이 쓰는 구연산의 화려한 모습을 살펴보세요.
까칠한 공작의 뒷모습 | 계속 보고 있으면 공작이 뒤돌아볼 것 같은 사진입니다. 깃털이 가시처럼 뾰족뾰족한 게 성격이 꽤 까다로울 것 같아요.
나비처럼 날아오르다 | 꽃잎을 흩날리며 하늘로 날아오르는 한 마리의 나비 같죠? 이 사진은 구연산 결정이 만든 장관이에요.
나비가 펼치는 군무 | 이번에는 나비 떼가 군무를 펼치는 것 같습니다. 구연산의 변신은 어디까지
계속될지 궁금하네요.
● 아픔 잊게 하는 해열진통제의 본모습
감기에 걸렸을 때, 또는 열이 나거나 머리가 아플 때 챙겨 먹는 해열진통제. 주로 ‘아세트아미노펜’ 또는 ‘아세틸살리실산’이라는 두 가지 화학물질로 이뤄집니다. 모양이나 색을 짐작조차 할 수 없는 해열진통제 성분의 결정은 어떤 모습일까요?
고통의 불꽃 | 눈으로 뒤덮인 설산에 불이 나 불길이 번지고 있는 것만 같아요. 아플 때 먹는 약 아니랄까 봐 아세트아미노펜 결정 모양도 그런 느낌이네요.
아기 손을 닮은 고사리 | 이건 눈 맞은 고사리? 같은 성분으로 만든 결정이지만 고통의 불꽃과는 사뭇 다르죠? 꼬불꼬불하게 말린 고사리 잎이 마치 주먹을 쥐고 있는 아기 손 같아요. 여러분은 어떤 모습이 보이나요?
산맥인 듯 보석인 듯 | 해열진통제 속 아세트아미노펜 결정을 확대한 사진입니다. 높게 솟은 산맥인 것 같기도 하고, 아름다운 보석을 찍은 것 같기도 해요.
눈 덮인 겨울산 | 눈 덮인 산을 상공에서 본 것 같죠? 비타민 C가 만들어 낸 추운 겨울에 딱 어울리는 사진입니다. 자세히 보니 평면을 수학적으로 나누는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역시! 수학은 어딜 가나 빼놓을 수 없습니다.
낙엽이 쌓인 숲속 | 아스피린 속 아세틸살리실산으로 만든 결정입니다. 숲속에 쌓인 낙엽처럼 보이죠? 왠지 밟으면 바스락바스락 소리가 날 것만 같아요.
● INTERVIEW 주변의 아름다움을 담는 사진
안녕하세요!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서 활동하는 사진작가 헨리 코스키넨이에요. 새를 연구하는 생물학자와 철학자, 프로그래머를 거쳐 지금은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답니다. 자연을 정말 사랑해서 그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남기는 작업을 하고 있지요. 2018년에는 유명한 사진대회에서 상도 많이 받았어요!
Q 언제부터 화학 결정을 대상으로 사진을 찍었나요?
10년 전에 지질학에 관심이 있어 광물을 찾아다녔어요. 그러다 모은 결정을 현미경으로 구석구석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어졌지요. 그렇게 작은 결정 사진을 찍기 시작했답니다. 그런데 핀란드의 겨울은 6개월 정도로 매우 길고 바깥에는 온통 얼음과 눈뿐이에요. 그래서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다양한 화학물질의 결정에도 관심을 가졌지요.
Q 사진 속 결정은 어떻게 만드나요?
‘구연산’을 예로 들어볼게요. 구연산 가루를 구입해 따뜻한 물에 잘 녹여 포화용액을 만들어요. 만든 용액을 유리판에 한 방울씩 떨어뜨려 말립니다. 그러면 물이 증발하면서 구연산 결정만 남게 돼요. 이 결정에 빛을 다양하게 비춰 색을 입힙니다.
Q 결정 사진을 찍을 때 어떤 점이 가장 중요한가요?
작은 결정 사진을 찍는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결정의 색이나 모양이 아름답게 나오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사진으로 담는 거예요. 그래서 매번 많은 사진을 찍어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고른답니다. 특히 저는 사진을 찍으면 제 아들 아루니에게 보여줍니다. 아루니에게 가장 좋은 사진을 골라 달라고 하거나 고칠 부분이 있는지 물어봐요. 순수한 눈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진정한 예술가라고 생각하거든요.
Q 앞으로의 작품 활동 계획을 알려주세요.
핀란드의 긴 겨울이 끝나기 전까지는 따뜻한 실내에서 결정 사진을 계속 찍을 예정이에요. 더 다양한 결정들을 다뤄보고 싶거든요. 시간이 지나 겨울이 끝나면 밖으로 나가 곤충이나 식물, 곰팡이 등 자연에서 찾을 수 있는 것들로 사진을 찍을 계획입니다. 수학동아 친구들도 주변을 잘 살펴보세요. 어디에나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는 멋진 세상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