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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을 사랑한 수학자 게오르디 윌리엄슨 호주 시드니대 교수

 

당대 최고의 할리우드 스타가 시상하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노벨상인 2017 브레이크스루상 수학 부문 신인상의 주인공! 게오르디 윌리엄슨 교수는 최근 2~3년 사이 저명한 수학상을 모두 휩쓴 수학계 신예다. 그런데 대학교 전공이 수학이 아닌 영문학과 철학이다. 인문학을 전공한 문과생이 어쩌다 수학자가 된 걸까?

 

2018년 필즈상 유력 후보 1순위가 페터 숄체 독일 본대학교 교수였다면 2순위가 게오르디 윌리엄슨 교수였다. 40세 이하 수학자 중 둘만이 필즈상 수상과 상관없이 2018 브라질 세계수학자대회 기조 강연자로 참석이 확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역대 60명의 필즈상 수상자 중 32명이 기조 강연자였고, 2014년 필즈상 수상자 4명 중 2명도 기조 강연자였다. 그래서 40세 이전에 기조 강연자로 선정됐다는 것만으로 필즈상 후보로 거론된다. 더군다나 기조 강연 자리는 아무나 설 수 없다. 분야에 상관없이 수학 전반에 영향을 주는 연구를 한 사람을 강연자로 초청하기 때문이다.

 

또 윌리엄슨 교수는 2016년 미국수학회에서 주는 ‘슈발레상’을 시작으로 ‘유럽수학상’, 클레이 재단이 주는 ‘연구상’, ‘2017 브레이크스루상 신인상’까지 수학계 상이란 상은 다 휩쓸었다. 2018년 5월에는 세계적 기업가인 일론 머스크와 함께 역대 최연소 영국 왕립학회 회원으로 선정됐다는소식이 전해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렇게 ‘핫’한 수학자의 전공이 인문학이라니 믿기지 않는다. 어떻게 이게 가능했을까? KAIST를 찾은 윌리엄슨 교수를 직접 만나 물었다.

 

 

운명을 바꾼 수학 강의

 

“수학을 잘했지만, 어렸을 때는 딱딱하고 지루한 학문이라고 생각했어요. 인문학에서 배우는 철학이나 문학은 사람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한 가지 주제를 깊게 생각할 수 있어 제 성향에 맞았죠”
윌리엄슨 교수는 12살 때 656쪽이나 되는 물리학 교과서를 4시간 만에 읽은 뒤 질문을 너무 많이 해서 물리학 강사가 ‘그만 좀 해’라고 말할 정도로 과학과 수학을 좋아했다. 고등학생 때는 수학 선생님이 윌리엄슨 교수가 제출한 과제를 보고 풀이가 참신하다며 특별 점수를 주기도 했다.

 

그런데 윌리엄슨 교수는 인문학이 본인과 맞다는 생각에 호주 시드니대학교 인문학부에 입학해 영문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윌리엄슨 교수를 수학자의 길로 이끈 건 2학년 때 들은 수학 강의다. 인문과학을 부전공하면서 순수수학 강의를 들었는데, 강의 주제가 ‘갈루아 이론’이었다.

 

 

윌리엄슨 교수는 “갈루아가 5차 방정식의 근의 공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름답게 증명한 걸 보고 수학이 굉장히 깊이 있는 학문임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대학교 졸업과 동시에 진로를 수학으로 바꾼 윌리엄슨 교수는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교에서 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와 독일 막스 플랑크 수학연구소에서 연구원을 지냈다.

 

 

예상 밖 결과에 ‘유레카’

 

윌리엄슨 교수의 대표 업적은 수학자들이 30년 넘게 옳다고 생각했던 ‘루스즈티그 추측’이 틀렸다는 걸 밝힌 것이다. 루스즈티그 추측은 루마니아계 미국 수학자 제오르제 루스즈티그가 1980년 제시한 표현론 분야의 문제로, 수학자들은 추측과 관련된 수식의 소수가 특정 소수보다 크면 추측이 옳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를 밝힐 근거가 부족했다. 박사과정 지도 교수의 추천으로 이 문제에 도전한 윌리엄슨 교수는 7년 동안 매달린 끝에 특정 소수보다 큰 소수 중에서도 추측이 틀린 경우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이런 소수를 찾는 방법도 알아냈다. 

 

“2009년 중국 상하이에 볼일이 있어 머물렀는데, 문득 샤워하다가 루스즈티그 추측이 성립하지 않는 소수를 찾을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곧장 컴퓨터를 켜고 떠오른 아이디어를 프로그래밍했고, 추측이 잘못됐다는 걸 알아냈어요. 7년 동안 매달린 문제를 단 20시간 만에 푼 거예요. 너무 좋아 ‘유레카’를 외치며 돌아다녔던 아르키메데스처럼 방방 뛰었다녔어요.”


 

수학은 재밌고 사랑하는 일

 

윌리엄슨 교수는 시간이 날 때마다 암벽 등반을 즐기고, 일주일에 세 번 정도는 요가를 한다. 윌리엄슨 교수는 “계속 수학만 하면 정신이 이상해질 것”이라며, “계속 수학에 열중하려면 쉬거나 취미 생활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2년 전부터는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스마트폰을 찾지 않고 명상부터 한다. 마음을 가다듬고 연구에 대한 의지를 높이기 위해서다.

 

윌리엄슨 교수가 생각하는 수학자의 자질은 7년 동안 한 문제에 몰두한 수학자답게 지능이나 상상력이 아닌 ‘자기 연구 분야를 사랑하는 것’이다. 매일 일어나서 똑같은 문제를 풀고 다시 자고 일어나 풀기를 반복하려면 연구 분야를 사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수학을 전공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한 가지 조언을 남겼다.  

 

“알버트 아인슈타인도 아들에게 ‘밥 먹는 시간도 잊을 만큼 재밌는 일을 하라’고 했어요. 저는 수학을 아주 좋아하고, 계속하고 싶습니다. 여러분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그 일에 집중하세요!”

 

 

윌리엄슨 교수가 말하는 표현론!

 

 

제 연구분야는 ‘표현론’이에요. 표현론은 대칭, 군 같은 수학적 대상을 다른 방법으로 표현해서 성질을 연구하는 분야예요.

 

저는 특히 ‘군’이라는 대수적 구조의 성질을 파악하기 위해 군을 ‘벡터 공간’의 대칭과 연결지어 연구하지요. 벡터 공간을 빌딩이라고 생각하면 빌딩을 이루는 ‘빌딩 블록’을 잘 이해해야 군을 벡터 공간으로 표현할 수 있어요. 

 

표현론은 이런 빌딩 블록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죠. 예를 들어 볼게요. 빛이 프리즘을 통과하면 단일 파장을 가진 빛으로 쪼개지는데요. 여기서 빛이 벡터 공간이고 단일 파장을 가진 빛은 ‘빌딩 블록’이에요. 단일 파장의 빛의 성질을 잘 알면 다양한 색을 가진 빛을 만들 수 있는 것처럼, 빛에 대응하는 군의 성질도 잘 이해할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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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1호 수학동아 정보

  • 김우현 기자
  • 도움

    김완수(고등과학원 수학과 연구원), 이용남(KAIST 수리과학과 교수), 요아킴 쾨니히(KAIST 수리과학과 초빙교수)
  • 사진

    홍덕선
  • 기타

    [디자인] 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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