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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라면 지진도 문제 없어!

지진전문가 박순천 박사

수학이라면 지진도 문제 없어!


쾅! 우르르 쾅쾅! 하는 소리와 함께 땅이 흔들리고 건물이 무너져 내린다.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비명을 지르고 한순간에 도시 전체가 쑥대밭으로 변한다. 전쟁이라도 났냐고? 바로 지진 때문에 일어난 일이야. 생각만 해도 무서운 지진! 지진이 일어날 때를 미리 알고 대비해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지난 1월 12일 아이티에서 7.0 규모의 큰 지진이 일어나 전 세계가 놀랐어. 지진의 피해는 상상을 초월했지.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목숨을 잃었거든. 두 달이 지난 지금도 전 세계 사람들이 도움의 손길을 계속해서 보내고 있어. 아이티 지진이 일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2월 9일 경기도 시흥 부근에서 규모 3.0의 지진이 발생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어. 16일에도 울산 앞 바다에서 규모 3.2인 지진이 일어났어. 올해만 벌써 8번째로 가장 큰 규모였지. 이 지진으로 울산뿐만 아니라 양산과 부산 인근에서도 진동이 느껴졌대.

한순간에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아 가는 무시무시한 지진! 이런 지진의 피해를 줄이고자 열심히 연구하고 계신 분이 있다는 제보가 있어 만나 보기로 했어.

오늘의 주인공인 박순천 박사님은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한 뒤 일본에서 지진학을 공부하고 돌아와 국립기상연구소에서 지진연구에 몰두하고 계셔. 박순천 박사님께 하시는 일에 대해 여쭤 봤어.

“지진과 지진 때문에 발생한 해일인 지진해일을 연구하고 있어요. 지진해일은 ‘해운대’라는 영화 이후 사람들이 쓰나미로 훨씬 더 잘 알고 있더라고요. 하하.”

박사님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해 주셨어.

“지진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지진을 관측하는 장비가 지진의 규모나 위치를 알려 줘요. 하지만 이것은 단시간에 분석한 것이기 때문에 정확하지 않을 때가 있어요. 따라서 더 정확한 지진 정보를 알기 위해서 다시 분석하죠. 지진의 위치와 규모, 시각, 깊이, 단층모양, 특성 등을요. 이런 분석이 제가 하는 일이에요.”

지진이나 지진해일이 언제 일어날지 예측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발생한 지진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어야 해. 그래야 예측 모델을 만들 수 있거든. 박사님이 지진과 어떻게 연을 맺었는지 학창시절에 대해 물어 봤어.“중·고등학교 때는 수학을 좋아했어요. 수학은 점수가 잘 나오더라고요. 특별한 공부법이 있었던 건 아닌데 말이죠. 공부할 양을 정해 놓고 매일 수학문제를 풀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니 꾸준히 공부했던 게 도움이 많이 됐나 봐요. 하하. 수학 외에 지구과학도 좋아했어요.”

박사님은 중·고등학교 때 수학을 좋아했고 또 딱히 다른 과에 갈 마음도 없었기 때문에 수학과에 진학하셨대.“대학에 가서는 사실 수학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어요. 공부보다 동아리 활동이 더 재미있더라고요. 하하. 그런데 지금에 와서 조금 후회해요. 그 때 공부 좀 열심히 해둘 걸 하고 말이죠. 지진을 연구하는 데 있어 수학을 잘 하면 도움이 많이 되거든요. 예를 들면 지진의 발생을 알려 주는 지진파형은 수식으로 표현하는데, 이 수식의 의미를 잘 알고 있어야 연구가 쉽거든요. 수학을 잘 하면 바로 이 수식을 이해하기 쉽기 때문에 지진연구에 도움이 많이 돼요. 하하.”

지진파형을 수식으로 표현하는 이유는 지진이 발생하는 원리나 지구 내부의 구조를 알아내는 데 그래프보다 수식이 더 유용하기 때문이야.

박사님은 대학시절 수학 공부를 소홀히 하셨다고 했지만 그냥 하신 얘기인가 봐. 대학 졸업 후 수학과 물리 등으로 시험을 치는 기상청공무원 시험에 당당히 합격해 1996년부터 기상청에서 일하셨거든.

“그 당시 기상청 공무원 시험에서 제가 못하는 과목은 안 보더라고요. 하하.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기상청에 입사해 일하던 중 우연히 일본으로 연수를 가게 됐고 일본 건축연구소에 있는 국제지진공학센터에서 지진연수를 11개월간 받았어요. 그 연수가 계기가 돼서 휴직을 하고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지진공부를 했지요.”

2002년 4월 일본으로 건너간 박사님은 5년간 지진연구에 몰두한 결과 2007년 박사 학위를 받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셨어.

“공부를 끝내고 우리나라로 돌아왔을 때 마침 제가 연구한 분야의 연구원이 필요한 상황이었어요. 그 때부터 이곳에서 지진을 연구하고 있지요.”

박사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생겼어. 기상청과 국립기상연구소는 어떻게 다른 걸까? 박사님께 여쭤 봤어.

“기상청은 전국에 있는 관측소에서 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기상예보를 하고 발표하는 일을 하죠. 국립기상연구소는 기상청에 소속된 기관으로 기상과 관련된 연구를 담당하고요. 예를 들면 예보를 할 수 있도록 기상예보모델을 개발하고 연구하는 일을 하는 거죠."

연구원들은 기상청과 국립 기상연구소를 오가며 일할 수 있다고 해.
 

서울관측소에서 2월 9일 경기도 시흥 부근에서 일어난 지진을 관측한 지진파형


서울관측소(기상청 건물 지하)에서 2월 9일 경기도 시흥 부근에서 일어난 지진을 관측한 지진파형이다. 지진파에는 P파와 S파가 있다. P파는 지진이 발생했을 때 암석을 통해 가장 빨리 도달하는 파고, S파는 두 번째로 도달하는 파로 지진의 진행 방향에 직각이다.
 

전국에 있는 관측소가 기상청 지진관측소로 보내는 관측자료다. 기ㅏㅇ청은 이 자료를 통해 지진이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진이 발생하면 진동이 큰 지진파가 들어온다.



지진연구자로서의 전망

“우리나라에 지진학 교수님은 15명이 안 돼요. 기상청에서 지진담당 업무를 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고요. 기상청에 약 20명이 있고, 국립기상연구소에 저를 포함에 2명이 있죠. 그만큼 지진에 대해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뜻이에요. 우리나라는 판의 중간에 있어 판과 판 사이에 위치한 일본에 비해 지진이 일어날 확률은 매우 낮아요. 하지만 지진은 매년 일어나잖아요. 지진이라는 자연 재해로부터 좀 더 안전해지기 위해서는 지진연구가 더 활발히 이루어져야 해요.”

박사님은 호기심이 많아서 어떤 현상이 왜 그런지 항상 궁금해 하고 스스로 답을 찾으려고 애쓰는 학생이라면 지진연구자 혹은 기상연구자에 도전해 보라고 하셨어. 

“미국에 아주 유명한 지진학 교수님이 있어요. 70이 다 되셨지만 지진이 발생하면 항상 가장 먼저 그 지진에 대한 분석결과를 내놓으세요. 지진연구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신거죠. 저도 교수님처럼 지진에 대한 끝없는 열정을 가지고 지진연구를 오래도록 계속하고 싶은 꿈이 있어요. 저처럼 지진에 관심이 있거나 기상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은 수학과 물리, 지구과학 공부를 열심히 하세요.”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리는 지진의 실체!

큰 기침 한 번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피해를 일으키는 지진! 그 실체를 파헤쳐보자.

지진
지구 내부의 에너지가 밖으로 나와 땅이 흔들리고 갈라지는 현상이다.

지진해일
바닷속 지진으로 일어나는 해일을 말하는데 쓰나미라고도 한다. 해일은 해수면의 높이가 갑자기 높아져 바닷물이 땅으로 올라오는 현상이다.

진원
지진이 일어나는 원인인 에너지가 처음으로 발생한 지점이다.

진앙
진원에서 수직으로 연결된 지표면의 지점을 뜻한다.

지진의 규모
지진파 에너지의 크기를 말한다. 보통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지진은 규모가 3.0 이상인 지진이며 큰 피해를 주는 지진은 대개 규모가 6.0이상이다. 지진의 규모가 한 단위 증가할 때 에너지는 32배 증가한다.

진원의 깊이
지구의 표면 밑에 있는 진원의 깊이를 말한다.

2010년 03월 수학동아 정보

  • 사진

    고호관 기자
  • 조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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