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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즈상 미리보기] 게오르디 윌리엄슨, 치프리안 마놀레스쿠

 

수학자가 점치는 필즈상 2순위는 호주 수학자 게오르디 윌리엄슨 교수입니다. 2018 필즈상 예측 사이트에서도 3월호에 소개한 알레시오 피갈리 교수와 함께 2위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하며 치열하게 다투고 있습니다.

 

윌리엄슨 교수는 표현론을 연구하는 수학자 사이에서 업적이 ‘화려하다’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한번은 이 분야에서 유명한 문제를 해결해 환호하게 만들었고, 다른 한 번은 당연히 옳다고 여겼던 추측이 틀렸다는 걸 밝혀 충격에 빠뜨렸기 때문입니다.

 

수학자를 충격에 휩싸이게 한 업적은 리 군의 단순가군 표수에 관한 ‘루스즈티그의 추측’이 틀렸다는 걸 밝힌 겁니다. 표현론 연구의 기본은 빌딩이 어떤 단위블록으로 구성돼 있는지, 몇 차원인지, 크기와 모양(표수)이 어떤지를 알아내는 겁니다. 여기서 말하는 빌딩은 수학적인 대상의 표현이고, 단위블록은 소수처럼 더는 쪼갤 수 없는 성질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합성수 빌딩은 소수라는 단위블록들로 이뤄지지요.

 

루스즈티그의 추측은 행렬로 이뤄진 군(리 군)에 대응하는 ‘단순가군’을 하나의 빌딩으로 봤을때 단위블록의 크기와 모양이 어떤지를 특정 공식(카즈단-루스즈티그 다항식)으로 알 수 있다는 겁니다. 많은 수학자가 이 추측이 옳다고 믿어 왔는데, 윌리엄슨 교수가 틀린 예를 찾은 것이지요.

 

수학자를 환호하게 한 건 ‘카즈단-루스즈티그 추측’을 대수적으로 해결한 일입니다. 적당한 리 대수를 빌딩으로 봤을 때 단위블록이 바일 군과 관련된 카즈단-루스즈티그 다항식으로 나타난다는 겁니다. 바일 군은 헤케 대수에 대응되고, 여기에는 두 가지 기저가 있습니다. 표준 기저라는 녀석과, 여러 조건에 의해 특별하게 만들어진 카즈단-루스즈티그 기저입니다.

 

카즈단-루스즈티그 기저를 표준 기저의 선형결합으로 바꿀 수 있는데요, 그러면 q에 관한 다항식이 만들어집니다. 이게 바로 카즈단-루스즈티그 다항식입니다. 윌리엄슨 교수는 이 식의 모든 계수가 자연수 아니면 0이라는 것까지 밝혀 ‘카즈단-루스즈티그 양수 추측’까지 해결했습니다.

 

박의용 서울시립대 수학과 교수는 “두 기저 사이의 선형결합으로 만들어진 다항식의 계수는 나누기로 인해 보통 정수가 아닌데, 이게 자연수라는건 매우 특이한 일”이라면서, “이럴 경우 수학자는 다항식의 계수가 특정한 조합적 대상을 센 것이라고 추측하기 때문에 윌리엄슨 교수의 연구는 표현론을 넘어 조합론과 대수기하학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습니다. 카즈단-루스즈티그 다항식은 성질이 좋아 여러 분야에서 등장하거든요.

 

 

인생 문제 만나 수학자된 문학도

 

윌리엄슨 교수에게 카즈단-루스즈티그 양수 추측은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이 문제 덕분에 문학도에서 수학자로 진로를 바꿨기 때문입니다. 사실 대학교 3학년까지는 철학과 영국 문학에 더 관심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중고생 시절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도 출전한 적이 없습니다. 학부 전공도 문학사입니다.

 

 

윌리엄슨 교수는 대학교 3학년 때 ‘갈루아 이론’을 접하며 수학 공부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고, 카즈단-루스즈티그 양수 추측을 알게 되고 난 뒤 이 문제에 빠져 관련 수학만 팠다고 합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한 주제에 대해 몇 주씩 길게 생각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수학이야말로 그러기에 안성맞춤이었던 거지요.

 

사색을 좋아한다고 하니 왠지 지루한 사람일 것 같지만, 취미로 암벽 등반과 요가를 즐기는 스포츠 마니아입니다. 학회에서도 먼저 수학자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활발한 성격이랍니다.

 

윌리엄슨 교수 역시 필즈상 0순위인 페터 숄체 교수와 마찬가지로 기조강연자로 브라질을 찾습니다. 2014년 필즈상 수상자 중 두 명이 그해 대회 기조강연자였습니다. 이번 기조강연자 중에 40세 이하는 숄체 교수와 윌리엄슨 교수 둘뿐인데요, 누구에게 좋은 소식이 있을지 지켜봐 주세요.

 

 

 

일곱 번째 필즈상 후보는 국제수학올림피아드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입니다. 루마니아계 미국인 수학자 치프리안 마놀레스쿠 교수인데요, 1995년부터 3년 동안 루마니아 대표로 대회에 참가해 매해 42점 만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만점은 유난히 시험이 어려웠던 해를 제외하면 매해 나오지만, 아직까지 3년 연속으로 받은 사람은 마놀레스쿠 교수가 유일합니다.

 

이처럼 수학 영재로 이름을 알렸던 마놀레스쿠 교수는 미국 하버드대학교 대학원에서 ‘자이베르그-위튼 이론’을 열심히 공부합니다. 위상수학에서 어떤 공간의 일부를 살펴봤을 때 점이나 선, 평면처럼 유클리드 공간으로 보이면 이를 ‘다양체’라고 부릅니다.

 

이중에서 미분이 가능한 다양체를 ‘매끄러운 다양체’라고 합니다. 이 다양체에선 ‘자이베르그-위튼 방정식’이라고 부르는 방정식을 세울 수 있는데 그 해 집합을 통해 다양체를 연구하는 게 자이베르그-위튼 이론입니다. 이론물리학에 기반을 둔 이론으로, 1990년대 이후 저차원 위상수학문제를 푸는 데 많이 쓰이고 있지요.

 

 

박사 과정 때부터 줄곧 이 이론을 연구하던 마놀레스쿠 교수는 이를 통해 3차원 다양체의 특성을 잘 설명하는 새로운 불변량을 알아냅니다. 위상수학에서는 도넛과 컵이 같다는 말을 많이 들어보셨죠? 위상동형이기 때문인데요, 그러면 불변량이 같습니다. 대표적인 불변량으로 오일러 지표(꼭짓점의 수 - 모서리의 수 + 면의 수)가 있지요. 이처럼 어떤 두 다양체가 위상동형인지 알 수 있는 불변량은 아주 많은데요, 마놀레스쿠 교수가 새로운 3차원 불변량을 찾은 겁니다.

 

 

새로운 도구 이용해 오래된 난제 해결


이 연구도 놀라운데, 이 불변량을 이용해 ‘삼각화 추측’이라는 기하위상수학의 오래된 난제를 해결 합니다. 즉 5차원 이상의 차원에서는 삼각화가 불가능한 다양체가 있다는 걸 밝힌 겁니다. 여기서 삼각화란 n차원 다양체를 n차원 삼각형을 이어 붙여서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0차원 삼각형은 점, 1차원 삼각형은 선, 2차원 삼각형은 우리가 생각하는 삼각형, 3차원 삼각형은 사면체를 말합니다. 1~3차원 다양체는 모두 삼각화가 가능하고, 4차원에서는 불가능한 예가 있다는 것이 알려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5차원 이상에 대해서는 미해결 난제였지요.

 

삼각화 추측을 곧바로 공략하는 게 어려웠던 수학자는 5차원 이상의 고차원 문제를 4차원 이하의 저차원 문제로 바꿨습니다. 즉 동치명제를 찾았지요. 신기하게도 마놀레스쿠 교수가 만든 3차원 불변량의 값이 0이 아니면 이 동치명제가 틀렸다는 게 증명됩니다.

 

박경배 고등과학원 연구원은 “마놀레스쿠 교수가 발견한 불변량은 다양체의 새로운 특성을 설명해줄 뿐 아니라 계산하기도 비교적 쉬워서 저차원 위상수학 난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이미 여러 수학자가 이 불변량을 이용해 문제를 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마놀레스쿠 교수는 스테판 알렉이라는 좋은 선생님을 만나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활약하며 수학자의 꿈을 키웠다고 합니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와 관련된 도서와 기사를 읽으며 수학에 대한 관심을 키웠고요. 수학자가 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박사 과정을 지도한 피터 크론하이머 하버드대 교수입니다.

 

두 분의 좋은 수학 선생님을 만나 수학자가 돼서인지 수학 대중화와 인재 육성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마놀레스쿠 교수의 홈페이지에는 본인의 연구를 수학을 공부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설명하는 각각의 글이 있거든요. 어려운 내용을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춰 쓰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입니다. 강연도 아주 잘한다고 소문이 자자한데요, 8월 브라질에서도 멋진 초청강연을 선보이겠죠? 그 자리에서 필즈상까지 거머쥘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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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4호 수학동아 정보

  • 조가현 기자(gahyun@donga.com)
  • 도움

    박의용(서울시립대 수학과 교수), 이용남(KAIST 수리과학과 교수), 박진형(고등과학원 수학부 연구원), 박경배(고등과학원 수학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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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 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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