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알고 있는 동물을 떠올려 몸에 새겨진 무늬를 생각해 보세요. 치타는 작은 점박이 무늬이고, 호랑이는 길쭉한 줄무늬입니다. 얼룩소는 점박이긴 하지만 치타랑은 다른 큰 점박이 무늬이지요. 이처럼 동물마다 무늬가 다른 이유에 많은 학자가 의문을 품었고, 이유를 찾아내려고 했습니다.
튜링도 동물마다 무늬가 다른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다만 튜링은 동물의 무늬 패턴이 근본적으로
는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동물 무늬 패턴을 만드는 데는 일정한 법칙이 있고, 엄밀하게 잘 세운 수학식 하나로 전부 설명할 수 있을 거라 믿었습니다.
그리고 이 자연의 법칙을 설명하기 위해 ‘반응-확산 방정식’을 이용합니다. 튜링의 유일한 생물학 논문에 적힌 바로 그 식이지요. 튜링은 한 가지 물질의 반응-확산만 설명할 수 있었던 수식을 두 가지 물질에 대해서도 설명할 수 있게 만들면서 동물의 무늬가 왜 서로 다른지 그 이유를 한번에 설명합니다.
튜링은 털 색깔을 결정짓는 화학물질이 있다면 확산하는 것과 억제하는 것이 있고 이 두 물질이 상호작용한 결과 동물 무늬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두 물질을 미분방정식(71쪽 상단)으로 나타냈습니다. 두 물질이 반응하고 퍼져 나가는 현상을 나타낸 수학식이지요. 튜링은 물질이 반응하고 퍼지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했을까요?
튜링이 세운 두 식에서 첫 번째는 시간에 따른 확산제의 변화율, 두 번째는 억제제의 변화율을 나타냅니다. 확산제와 억제제는 제멋대로 퍼져 있어 그 농도가 옅으면 움직이기 쉽기 때문에 반응 속도가 빠르고, 농도가 짙어 조밀하면 운동성이 떨어져 반응 속도가 늦지요. 확산제와 억제제는 만나 반응하면서 세력 다툼을 합니다. 그 결과 다양한 무늬의 튜링 패턴이 나오는 것입니다.
확산제보다 억제제의 반응 속도가 빠르면 치타처럼 작은 점박이 무늬밖에 만들 수 없습니다. 확산제가 퍼져 나갈 때 억제제가 빠르게 둘러싸기 때문이지요.
억제제의 속도와 확산제의 속도가 막상막하일땐 어떨까요? 인근에서 퍼져나가는 확산제끼리 만나 미로무늬나 줄무늬를 형성합니다. 그리고 억제제보다 확산제의 반응 속도가 빠르면 넓은 점박이 무늬나 굵은 줄무늬를 만들 겁니다. 이처럼 튜링은 두 가지 물질이 작용하는 매우 간단한 방정식 하나로 다양한 동물 털 무늬의 생성 원리를 밝히려고 했습니다.
약 40년 뒤인 1988년, 제임스 머레이 영국 옥스퍼드대 수리생물학과 교수가 튜링의 아이디어를 좀 더 구체화했습니다. 튜링의 반응-확산 방정식의 해가 화학물질이 반응하는 시기와 태아의 크기에 따라 달라지며, 그 결과에 따라 줄무늬인지 점박이 무늬인지 결정된다고 증명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