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16일 국제축구연맹(FIFA)의 발표에 세계 축구팬의 이목이 쏠렸습니다. 강팀을 이겨야 순위가 더 올라가는 새로운 FIFA 랭킹 시스템을 적용한 첫 순위를 공개했거든요. 그 결과 기존 1위였던 독일 국가대표팀의 순위는 15위로 대폭 추락했습니다. 독일의 순위를 끌어내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의 순위 또한 궁금하죠? 그런데 순위 변동 없이 여전히 57위입니다. 대체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걸까요?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예선에서 FIFA 랭킹 1위인 독일을 우리나라가 무찔러 전 국민을 환호하게 했었죠? 독일뿐만 아니라 FIFA 랭킹 상위권 팀 대다수가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FIFA 랭킹 무용론이 다시 고개를 들었습니다.
사실 FIFA 랭킹 산정 방식에 대해선 꾸준히 문제 제기돼 왔었는데요. 2018년 8월 16일 국제축구연맹(FIFA)은 ‘엘로 평점 시스템’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적용한 FIFA 랭킹을 공개했습니다.
FIFA가 택한 엘로 평점 시스템(Elo Rating System)은 헝가리 출신 미국 물리학자이자 체스 선수인 아르파드 엘로가 체스 선수들의 실력을 순위로 매기기 위해 고안한 점수 체계입니다. 현재 체스는 물론 리그 오브 레전드 같은 게임에서부터 테니스에 이르기까지 많은 경기 종목에서 이 점수 체계를 쓰고 있습니다.
경기의 특성에 따라 사용하는 변수가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 원칙은 간단합니다. 이길만한 팀이 이기면 점수가 조금 오르고, 반대로 질 것 같은 팀이 이기면 점수가 많이 오르는 것입니다. 상대적인 실력 차이를 점수에 반영한 것이죠.
독일 이긴 우리나라 왜 아직도 57위?
그런데 FIFA는 왜 갑자기 순위 산정 시스템을 바꾼 걸까요? 2018년 5월호에 소개했던 것처럼 FIFA 랭킹은 1993년 처음 도입된 이래 꾸준히 순위 산정 방식을 수정했습니다. 좀 더 정확한 순위를 정하기 위한 FIFA의 노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기존 점수 체계는 월드컵과 같은 중요 경기의 영향력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돼 왔었습니다.
FIFA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전부터 이 문제에 대해 꾸준히 논의한 결과, 6월 10일 러시아 모스크바 평의회에서 월드컵 본선 경기부터 엘로 평점 시스템을 적용한다고 결정했습니다.
마침 우리나라는 새롭게 바뀐 FIFA 랭킹이 적용되는 경기에서 랭킹 1위인 독일을 2대 0으로 잡아내는 대이변을 연출하면서 엘로 평점 시스템의 최대 수혜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높았습니다. 엘로 평점은 순위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이변을 통해 얻는 점수가 엄청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FIFA가 랭킹 시스템을 바꾼다고 예고하기 전부터 엘로 평점으로 국가대표팀 순위를 매겨왔던 ‘엘로 레이팅스(eloratings.net)’는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의 순위가 무려 26위라고 발표했습니다.
한껏 들떴던 마음은 8월 16일 발표된 새로운 FIFA 랭킹 순위를 보고 가라앉았습니다. 기준 순위와 전혀 변동 없는 57위로 나왔기 때문입니다. 어째서 같은 시스템을 쓰고도 26위와 57위라는 엄청난 차이가 만들어진 걸까요?
입력이 다르면, 결과도 다르다
FIFA가 도입한 엘로 평점 시스템과 엘로 레이팅스에서 사용하고 있는 점수 체계는 같습니다. 다만 초기점수가 달라 다른 결과가 나온 것뿐입니다.
FIFA는 기존 FIFA 랭킹을 유지한 채로 새 랭킹 시스템을 적용하기 위해 공식 1600-(FIFA랭킹-1)×4에 2018 러시아 월드컵 이전 마지막 FIFA 랭킹을 넣어 일괄적으로 각 팀의 첫 엘로 평점을 매겼습니다. 따라서 FIFA 랭킹 1위였던 독일의 첫 평점은 1600-(1-1)×4=1600점, 57위였던 한국의 첫 평점은 1600-(57-1)×4=1376점으로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시작했습니다. 이 점수를 바탕으로 월드컵 경기 결과를 반영해 엘로 평점을 매긴 결과 아쉽게도 한국은 그대로 57위를 유지하게 된 겁니다.
처음 FIFA 랭킹을 엘로 평점 시스템으로 바꾼다고 할 때만 해도, 기존의 랭킹을 엘로 레이팅스의 점수로 완전히 대체할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에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의 순위를 26위로 점쳤던 겁니다. 하지만 FIFA가 기존 랭킹을 고수하면서 기대가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사라지고 말했죠. 26위까진 아니더라도 한 계단이라도 상승했다면 좋았을 텐데 매우 아쉽습니다.
참고로 한국과 멕시코에 져 월드컵에서 조기 탈락한 독일 대표팀은 1위에서 15위로 무려 14계단이나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FIFA 랭킹은 이제 막 시작했을 뿐입니다. 비록 급격한 랭킹 상승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그동안 유럽 국가만 유리하다는 문제로 말이 많았던 기존 FIFA 랭킹 체계보다 새로운 FIFA 랭킹이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의 순위에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얼마 전 아시안 게임 금메달을 통해 한국 축구에 좋은 기대감이 다시 생겨난 만큼 새로운 평점 시스템과 함께 다시 한번 한국 축구의 희망찬 발전을 기대해 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