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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이 작품에 등장하는 괴물(피조물)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흔히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제목과 함께 괴물이 그려져 있기 때문에 그런 오해가 생긴 거지요. 사실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의 이름이 아니라 괴물을 만든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이라는 과학자입니다.

 

프랑켄슈타인의 원작 소설을 쓴 사람은 영국 소설가 메리 셸리입니다. 18살에 불과했던 1816년에 소설을 쓰기 시작해 1818년에 책을 출간했지요. 이 소설은 최초의 SF소설로 꼽히기도 합니다. 당시 유행하던 과학기술인 ‘갈바니즘’에서 영감을 받았지요. 갈바니즘이란 죽은 개구리의 뒷다리에 전기 자극을 주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는 현상으로, 이를 처음 발견한 해부학자 루이지 갈바니의 이름에서 따온 용어입니다.

 

 

프랑켄슈타인은 영화,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로 각색됐습니다. 새로운 방식으로 많이 선보였고, 원작과는 또 다른 이야기도 여럿 탄생했지요. 원작에서 보여준 인공생명에 대한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준겁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 처음 선보인 창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이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2015년 재연을 거쳐 2018년 6월 20일부터 세 번째 공연을 하고 있지요. 뮤지컬은 음악을 중심으로 춤과 연기가 어우러지는 공연입니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원작의 큰 흐름은 따라가지만, 세부적인 이야기는 모두 새롭습니다. 또한 웅장한 음악이 극의 분위기를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요. 원작 소설을 먼저 읽고 뮤지컬을 관람하면 새로운 재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위대한 생명 창조의 역사

 

소설 프랑켄슈타인은 북극 탐험대의 대장 로버트 월튼의 편지로 시작합니다. 월튼이 사랑하는 누님에게 자신이 경험한 이야기와 안부를 전하는 편지지요. 그중 4번째 편지의 내용이 심상치 않습니다. 탐험 도중 괴이한 어떤 형체를 발견한 겁니다.

 

탐험대는 사면이 얼음으로 둘러싸여 있는 상황이라 괴이한 형체를 쫓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이 밝아오자 탐험대는 조난자를 발견합니다. 사지는 모두 얼어버리다시피했고, 끔찍하게 야위어 있었습니다. 그는 이 소설의 주인공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이하 빅토르)이었습니다. 항해사가 이토록 멀리 온 이유가 무어냐고 묻자 빅토르는 “제게서 도망친 자를 찾으려고요”라고 답합니다.

 

생명 창조에 심취한 과학도


빅토르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태어난 당대 최고의 명문가 출신입니다. 17살이 되던 해에 잉골슈타트대학교에 진학합니다. 그러고는 당시 유행하던 자연철학에 깊이 심취하지요. 특히 생명이 어떻게 발생하는지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밤낮으로 연구를 거듭하던 빅토르는 무생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방법을 찾아냈고, 결국 시체를 조합해 키가 2m 50cm 정도인 거대한 창조물을 완성합니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한 장면. 무슨 상황인지는 뮤지컬에서 확인해 보자.

 

 

빅토르의 불행은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2년 동안 몰두한 결과는 자신이 생각하던 아름다운 창조물이 아니었던 겁니다. 무시무시한 얼굴을 가진 자신의 창조물을 본 순간 숨 막히는 공포와 혐오감을 느낍니다. 빅토르는 창조물을 괴물로 규정하고 무책임하게 도망칩니다.

 

2년이 지나고 기억이 희미해질 무렵, 빅토르는 동생 윌리엄이 살해됐다는 비극적인 소식을 듣게 됩니다. 사람들은 빅토르 집안에서 어릴 적부터 함께 지내온 유스틴을 범인으로 지목하지만, 빅토르는 윌리엄을 살해한 건 자신이 만든 괴물이라고 직감합니다. 빅토르는 유스틴이 억울하게 누명을 쓰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하지만, 안타깝게도 유스틴은 처형당하고 맙니다.

 

2014년에 처음 공연한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에서 배우 유준상이 프랑켄슈타인 역을 맡아 열연했다.

 

 

사람과 어울리고 싶었던 괴물


"저주받을, 저주받을 창조자! 어째서 나는 살았던 것인가? 어째서 바로 그 순간, 당신이 그렇게 방탄하게 붙인 존재의 불꽃을 꺼버리지 않았던 것인가? 알 수가 없다. 절망이 아직도 나는 사로잡지 않았던 것이다. 분노의 복수의 감정뿐이었다."

_괴물

 

죄책감에 시달리던 빅토르 앞에 괴물은 스스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괴물을 보자 빅토르는 분노하지만, 괴물은 대화를 하자고 합니다. 괴물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었지만, 무서운 겉모습만 보고 사람들이 자신을 두려워하고 배척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인간을 증오하게 됐다고요.

 

괴물은 빅토르에게 자신을 창조한 것처럼 자신의 반려자가 될 창조물을 만들어 달라고 합니다. 그러면 아무도 해치지 않고, 죽는 순간까지 창조주인 빅토르를 원망하지 않겠다고 설득하지요. 괴물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한 빅토르는 다시 새로운 창조물을 만드는 작업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빅토르는 새로운 창조물과 괴물이 만들 미래가 인류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며 마지막 단계에서 작업을 중단합니다. 분노한 괴물은 빅토르의 가장 친한 친구와 아내를 무참히 살해합니다. 복수심에 불탄 빅토르는 괴물을 추적하다 북극에 표류하게 됩니다. 결말은 소설에서 직접 확인해 보세요!

 

 

인공생명, 수학에서 출발한다

 

소설 속에서 빅토르는 인공생명을 만드는 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소설은 소설일 뿐, 실제로도 가능할까요? 탄생, 성장, 진화 같은 생명의 특징을 가진 존재를 인공적으로 만들어 내면 인공생명을 창조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한 장면. 인공생명을 창조하는 실험실의 오싹한 분위기가 전해진다.

 

 

인공생명의 아버지 폰 노이만


미국 수학자 폰 노이만은 인공생명이라는 용어가 나오기도 전인 1940년대에 스스로 재생산(자기-재생산)할 수 있는 논리 모형을 만들 수 있다면 소설 속 괴물과 같은 인공생명체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논리 모형을 이론적으로 최초로 제시한 영국 수학자 앨런튜링의 ‘튜링 기계’를 발전시켜 새로운 자기-재생산 모형을 발표하죠.

 

자기-재생산 모형은 간단한 규칙에 따라 스스로 진화하는 프로그램으로, 자신을 만드는 방법을 자신의 생산물에게 전달할 수도 있습니다. 마치 부모의 유전자가 자식에게 유전되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이후 노이만은 동료였던 미국 수학자 스타니스와프 울람과 인공생명을 함께 연구해 생명을 장기판과 같은 격자 위 공간에 있는 코드로 보고, 몇 가지 단순한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장치 ‘세포자동자’를 고안했습니다. 노이만은 세포자동자 이론을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지만, 노이만 덕분에 다양한 논리 구조가 생명으로 불리게 됐습니다. 컴퓨터 바이러스가 가장 대표적인 예죠.

 

‘창발’ 구조가 인공생명의 토대
 

 

"우리들이 알고 있는 생명이 아닌, 있을 수 있는 생명을 연구합시다."

_크리스토퍼 랭턴

 

세포자동자 이론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예는 영국 수학자 존 콘웨이가 고안한 ‘생명게임’입니다. 미국 과학 저술가 마틴 가드너가 미국 과학 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1970년 10월호 ‘수학 게임’ 꼭지에서 대중에게 소개하면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지요. 단순한 규칙 몇 가지로 복잡한 패턴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생명게임은 무한히 많은 사각형으로 이뤄진 격자 위에서 진행합니다. 세포가 죽어있는 상태를 ‘0’(흰색 칸), 세포가 살아있는 상태를 ‘1’(회색 칸)이라고 합시다. 각 사각형을 세포라 하면 세포의 상하좌우, 대각선 방향에는 이웃 세포 8개가 있습니다. 이 8개를 기준으로 다음 세대(단계)로 넘어갈 때, 오른쪽과 같은 규칙에 따라 세포의 생사가 결정됩니다.

 

인공생명은 미국 컴퓨터 과학자 크리스토퍼 랭턴에 의해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합니다. 랭턴은 세계 최초로 단순한 몇 개의 규칙만으로 자기 복제뿐 아니라 창발성이 있는 ‘루프’를 만듭니다. ‘창발성’은 단순한 규칙을 적용하면 그 보다 더 복잡한 규칙이 자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인공생명의 토대라 할 수 있습니다. 생명의 진화 과정이 창발적이기 때문이지요. 이뿐만 아니라 랭턴은 1987년 9월 ‘제1회 인공생명회의’를 열어 인공생명 분야를 알리는 데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현대의 과학자들은 소설 속 괴물 같은 인공생명을 아직 만들지 못 했습니다. 언젠간 빅토르가 해냈던 것처럼 인공생명체를 창조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전에 우리가 먼저 해야 할 일은 인공생명이 우리에게 미칠 영향에 대한 진지한 토론입니다. 무엇보다 창조물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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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8호 수학동아 정보

  • 김경환 기자(dalgu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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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인용]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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