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영재교육원 탐방 6] 기초 교육을 탄탄하게, 연세대학교 과학영재교육원

빅데이터, 인공지능, 로봇과 같은 분야가 떠오르면서, 그와 관련된 교육이 인기다. 이번에 찾은 연세대학교 영재교육원도 당연히 그런 교육을 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연세대 과학영재교육원에서는 전혀 다른 교육을 하고 있었다!

 

 

“요즘은 캠프나 과학 활동 중심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영재교육의 본질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활동보다 기초교육을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준복 연세대 과학영재교육원장은 요즘 같은 시대에 오히려 기초 교육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로봇 같은 분야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해서, 기초를 닦지 않고 그 분야를 교육하는 건 옳지 않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수학을 잘하면 다른 분야도 잘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생각한다”며, “수학을 제대로 공부해야, 인공지능 같은 분야로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세대 과학영재교육원에서는 한 번에 모든 내용을 나열해 알려주는 교육을 하지 않는다. 예를들어, 자연수와 관련된 이론을 하나만 알려주고, 학생들이 그 이론에서 스스로 무언가를 찾아낼 수 있도록 교육한다. 이를 통해 학생마다 톡톡 튀는 창의성을 발휘해서 다양한 이론 및 성질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교육 방법은 훗날 학생들이 수학이나 과학 연구자가 됐을 때 큰 도움이 된다. 이 원장은 어떤 학생이 진정한 영재인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문제를 해결하려는 열정과 근성이 있는 학생이라고 대답했다. 지적 능력이나 창의성도 중요하지만, 문제에 몰두하면 꿈속에서라도 해결할 수 있는 집중력이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얘기다.


연세대 과학영재교육원은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는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수학반과 과학반이 나뉘어 있으며, 총 3단계의 선발 절차를 거친다. 1단계에서는 영재성 및 창의성을 검사하며, 2단계는 추천서와 자기보고서 같은 서류를 평가하고, 3단계에서는 면접을 본다. 수학반 40명, 과학반 80명을 최종 선발하며, 1년 뒤 평가를 통해 진급을 결정한다.

 

 

열린문제로 문제 해결력 쑥쑥


연세대 과학영재교육원 수학반에는 수학심화반과 수학사사반이 있다. 1, 2년차 때는 수학심화반에서 정수론, 조합론, 암호학, 선형대수학, 미분과 적분, 벡터 같은 기초 수학 지식을 공부한다. 3년차에 수학사사반으로 진급한 학생은 도전할 문제를 직접 찾아 풀어보거나, 사사연구발표회를 통해 창의력을 키운다.

 

수학사사반에서 가장 강조하는 건 미국수학회에서 발행하는 수학잡지에 출제된 ‘열린문제’를 푸는 활동이다. 수학사사반 학생들은 해마다 20여 편 이상의 열린문제 풀이를 투고하는데, 그중 상당수가 정답으로 게재되고 있다.

 

 

이 원장은 “열린문제 중에는 수학과 박사 과정 학생도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가 많다”며, “아마 세계 어느 과학영재교육원에서도 이루기 힘든 업적을 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모든 연구에는 문제해결력이 중요한데, 학생들이 열린문제를 풀며 연구자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교육 덕분일까. 연세대 과학영재교육원에서 교육을 받았던 미국 하버드대학교 수학과 김동률 씨는 2017년에 유럽의 저명한 조합론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했다. 아직 학부생인 걸 감안하면 대단한 성과다.

 

김 씨는 2012년 제53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에서 개인 순위 2위를 차지하며, 우리나라가 최초로 종합 1위를 하는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2번이나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우리나라 국제수학올림피아드 대표단에는 유난히 연세대 과학영재교육원 출신이 많은데, 이는 기초 교육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융합 교육도 소홀하지 않아


연세대 과학영재교육원이 기초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해서, 융합 교육을 하지 않는 건 아니다. 다만 교육할 수 있는 시간이 1년에 100여 시간 정도밖에 없기 때문에, 교육 과정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영한다.

 

그래서 100여 시간 중 8~10시간을 특강에 할애해 융합 교육을 하고 있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로봇은 물론, 극작가나 음악가, 철학자 같은 문화 연사를 초빙해 강연을 한다. 또, 과학반은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같은 곳으로 견학을 가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신기술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요즘 기초에 집중하고 있는 연세대 과학영재교육원의 교육 철학은 의외였다. 겉만 번지르르한 건물을 지을지, 보이지 않는 기둥이 튼튼해 오래 갈 수 있는 건물을 지을지는 자신의 선택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할 연세대 과학영재교육원 학생들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18년 07호 수학동아 정보

  • 김경환 기자(dalgudot@donga.com)

🎓️ 진로 추천

  • 수학
  • 교육학
  • 컴퓨터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