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과학영재교육원의 ‘사사과정’에서는 학생이 쓴 논문을 교수가 평가하고 점수를 매긴다. 아주대학교 과학영재교육원도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평가방식을 물었더니 교수는 평가자가 아니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럼 도대체 누가 평가한다는 걸까?
학생들이 어려서 교수 앞에 서면 긴장합니다. 행여 ‘연구를 누가 도와주진 않았니?’처럼 연구의 진실성을 묻는 질문을 받으면 더 그렇죠. 그래서 작년부터 경기도에 있는 대학부설 과학영재교육원이 한데 모여 학생끼리 발표하고 평가하도록 합니다.”
방승진 아주대 과학영재교육원장은 매년 11월 ‘경기사사과정 발표대회’를 여는 이유를 설명했다. 가천대학교와 대진대학교, 동국대학교 부설과학영재교육원 네 곳의 사사과정 학생이 모여 연구 내용을 포스터로 만들어 발표하고 서로 평가하는 자리다. 연구 분야별로 나눠서 이뤄지고, 사사과정이 아닌 다른 과정의 학생도 참석해 연구에 대한 아이디어를 의논할 수 있다. 실제 학자들이 연구를 발표하고 토론하는 학회의 ‘학생 버전’인 셈이다.
학생이 주도하면 서로 실수를 눈감아 주거나 설렁설렁하진 않을까? 방 원장은 “학생들 연구는 학생들이 잘 안다”며, “또래끼리 평가하면 눈높이 가 비슷해 교수가 미처 보지 못한 부분을 잡아내고, 특히 같은 과학영재교육원에 있는 학생들은 서로의 연구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 꼼꼼하게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회에서 상을 주진 않지만, 학생들의 평가 결과는 과학영재교육원을 수료할 때 우수 학생에게 주는 경기도 교육감상 수상자를 정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다. 학생들이 진지하게 임할 수밖에 없다.
이곳 학생들은 가천대가 주관하는 경기과학탐구토론대회에도 참가한다. 경기과학탐구토론대회는 KYPT(한국청소년물리토너먼트)★ 방식대로 진행하며, 수학, 물리, 화학, 생물 전공 학생들이 한 팀을 이뤄 미리 알려준 문제를 탐구해 얻은 결과로 토론을 진행한다. 우승팀은 경기도 교육감상을 받는다.
KYPT(한국청소년 물리토너먼트)★
한국영재학회와 한국물리학회가 주관하는 고등학생 물리 토론 대회. 발표팀, 반론팀, 평론팀으로 나눠 미리 주어진 문제나 실험에 대해 논쟁한다.
창의성과 융·복합적 지식을 갖춰라!
학생을 선발하는 방식도 독특하다. 아주대 과학영재교육원은 초등부 심화반과 중등부 심화반, 그리고 논문을 쓰는 사사과정으로 나뉜다. 초등부 심화반은 수학, 정보과학, 과학을, 중등부 심화반은 수학, 정보과학, 물리, 화학, 생물 중 하나를 전공으로 선택한다. 심화반은 교육청에서 인가한 영재학급 또는 영재교육원을 수료한 학생 중에 선발하는데, 중등부는 ‘캠프전형’을 통해 선발하기도 한다. 과학영재교육원수료 여부나 성적에 상관없이 수학, 과학, 정보반으로 나눠 캠프를 열고, 실험 보고서를 쓰거나 수학 문제를 푸는 모습을 관찰한 뒤 돋보이는 학생에게 중등부 심화반 최종면접의 기회를 준다.
이런 선발 방식은 아주대 과학영재교육원의 영재상과 관련 있다. 방 원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영재상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창의성이고 둘째는 융·복합적 지식이다. 캠프 전형으로 시기를 놓쳤거나 다른 지역에서 이사를 오는 등의 이유로 영재교육을 받지 못한 학생 중 창의성이 돋보이는 학생을 발굴한다.
사사과정에서는 수학, 과학 지식을 토대로 환경문제에 대해 연구하는 환경반과 사물인터넷 같은 정보통신기술과 관련된 과제를 연구하는 ICT반을 운영한다. 전공이 서로 다른 학생이 모여 복합적인 연구 과제를 수행하도록 했다. 내년에는 융합반을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심화반에서는 대학생이 교양수업을 선택해서 듣는 것처럼 선택적 특별활동을 만들어 암호, 로봇프로그래밍, IoT 같은 다른 분야의 수업을 선택해 들을 수 있다. 수학을 전공한 학생이 꼭 수학자가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다른 전공을 체험해 보고, 수업을 들으며 복합적인 연구 주제를 탐색 하기도 한다.
인재는 곧 국가경쟁력
방 원장은 현대사회에서는 성적이 좋은 학생이 ‘영재’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특히 수학의 경우 “미래에는 수학을 하는 인공지능이 만들어질 수도 있으니 단순 계산을 잘 하는 건 의미가 없을 것”이라며, “익힌 지식으로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사람이 영재”라고 말했다. 또, 지식을 하나하나 알려주는 것보다 문제를 먼저 주고 필요한 지식을 직접 찾아 공부하는 자세도 강조했다.
정권이나 시대에 상관없이 인재는 필요하다. 방 원장은 인터뷰를 마치며 “국가경쟁력은 인재가 결정하므로 인구가 줄면 모든 사람이 영재가 돼야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올해는 과학영재교육원 21주년을 맞아 선배들과 만나는 ‘홈커밍데이’도 추진 중이다. 졸업생들은 회계사나 의료사고전문변호사, 금융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데, 이들을 초청해 후배에게 조언해주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영재 교육뿐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다면 아주대 과학영재교육원에 관심을 가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