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소개할 ‘9명의 모리스’는 게임을 진행할수록 규칙이 바뀌는 독특한 게임이에요. 제대로 즐기려면 단계별로 규칙을 잘 이해해야 하니, 두 눈 크게 뜨고 읽어 보세요!
‘9명의 모리스’는 지금까지 소개한 게임 중 가장 오래된 게임이에요. 기원전 27년경에는 로마에서, 10세기경에는 인도에서 이 게임을 즐겼다고 알려져 있거든요. 이집트와 영국 등지에서도 흔적을 찾을 수 있지요. 특별한 도구가 없어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오랫동안 명맥을 유지했을 거예요.
모리스는 ‘동전’을 뜻하는 라틴어 ‘메렐루스’에서 파생된 단어로, 동전 모양의 말 9개가 병사를 나타내기 때문에 ‘9명의 모리스’라는 이름이 붙었어요.
9명의 모리스를 즐기려면 먼저 두 사람이 바둑돌처럼 색이나 모양이 다른 말을 9개씩 준비하세요. 이제 말을 놓을 판이 필요한데, 만들거나 사지 않아도 점 24개로 이뤄진 판의 모양을 알고 있으면 땅이나 모래 바닥에 쉽게 그릴 수 있어요.
규칙을 모르고 준비물만 보면 바둑이나 오목과 비슷해 보입니다. 상대방과 번갈아 가며 점 위에 말을 놓는다는 점은 비슷하지요. 차이점이 있다면, 상대방의 말을 없애야 한다는 목표와 말이 얼마나 남았느냐에 따라 바뀌는 말 이동 방법이에요.
말이 움직이는 방법은 바뀌지만, 목표는 항상 ‘밀’을 만들어 상대방 말을 없애는 겁니다. 밀은 오목에서 바둑돌 5개를 일렬로 놓는 것처럼 자기 말 3개가 가로 또는 세로로 일렬로 놓인 상태를 뜻해요. 게임판에 밀을 만들 수 있는 영역이 가로세로 8개씩 총 16개 있어서 밀을 하나 만들 때마다 상대방 말을 하나씩 없앨 수 있어요. 따라서 게임에서 이기려면 밀을 만들면서 상대방이 밀을 만들지 못하도록 애써야 하지요. 자, 이제 기본적인 규칙은 익혔으니 단계별로 규칙이 어떻게 바뀌는지 살펴볼까요?
통계로 분석한 9명의 모리스!
9명의 모리스 게임에서 반드시 이길 수 있는 전략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대신 게임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황에서 말이 얼마나 놓여있느냐에 따라 먼저 시작한 사람(검은 말을 가진 사람)이 이길 확률이 얼만지 분석한 결과는 있지요.
1998년 스위스의 소프트웨어 공학자 랄프 개서는 전수조사★를 이용해 게임이 2단계까지 진행된 상태에서 판 위에 있는 검은 말과 흰 말의 수에 따라 검은 말이 이길 수 있는 확률을 3차원 막대그 래프로 나타냈어요. 개서의 그래프를 이해하기 위해 판 위에 남은 검은 말이 a, 흰 말이 b인 경우, a-b로 나타내 볼게요. 예를 들어 7-4는 검은 말이 7개, 흰 말이 4개 남아있는 거예요.
전수조사★
대상을 하나하나 전부 조사하는 관찰하는 방법. 일부만 조사하는 방법은 ‘표본조사’라고 한다.
이제 그래프의 바닥을 오른쪽이 x축, 왼쪽이 y축인 좌표평면이라고 생각하고 a가 x축 좌표, b는 y축 좌표라고 생각하세요. 좌표를 보고 점을 찾는 것처럼 말의 수에 따라 검은 말을 가진 사람이 이길 수 있는 확률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 그래프를 분석해 보면 몇 가지 재밌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어요.
❶ 말의 수가 3-3인 경우 이길 확률이 약 83%로 가장 높다.
❷ 말의 수가 3-6, 3-7, 3-8, 3-9인 경우 이길 확률이 0%다.
❸ 말의 수가 9-9인 경우 이길 확률이 꽤 높다.
개서의 그래프를 보면 구체적인 전략은 몰라도 판에 내 말이 몇 개 있어야 이길 확률이 높아지는지 알 수 있어요. 검은 말을 가진 사람은 검은 말, 흰 말 모두 3개로 만드는 게 가장 좋고, 그게 안 되면 말을 최대한 많이 남겨놔야 이길 확률이 높아요. 만약 검은 말이 3개인데 흰 말이 6~9개면 아무리 애를 써도 비기거나 질 수밖에 없으니 일찌감치 항복하는 게 나을 거예요!
여러 가지 모리스
9명의 모리스뿐 아니라 3, 6, 12명의 모리스도 있습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말을 각각 3, 6, 12개 갖고 시작합니다. 말의 수가 적은데 점이 24개나 있으면 게임이 싱겁게 끝나버리니까, 판의 모양도 조금씩 다릅니다. 규칙도 조금씩 다르고요.
먼저 3명의 모리스는 위의 첫 번째 그림처럼 점이 9개인 판에서 게임을 합니다. 9명의 모리스와 다른 점은 가로세로뿐 아니라 대각선 방향으로도 밀을 만들 수 있다는 거예요. 3명의 모리스는 말을 모두 놓아도 밀을 만들지 못할 때가 많은데, 그럴 때는 앞서 소개한 밀기, 뛰어넘기 중 하나를 선택해 승부를 가리면 됩니다.
6명의 모리스는 점이 16개 있는 판에서 말 6개를 갖고 시작하고, 규칙은 9명의 모리스와 똑같습니다. 단, 3단계 뛰어넘기는 제외하고 2단계에서 게임을 끝내야 재밌게 할 수 있어요.
12명의 모리스는 9명의 모리스보다 말과 선의 수가 더 많습니다. 얼핏 보면 판이 똑같아 보이는데, 귀퉁이에 대각선 4개가 더 있어 대각선 방향으로도 밀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규칙은 9명의 모리스와 똑같습니다.
9명의 모리스는 게임이 진행될수록 규칙이 달라져서 한 번에 3가지 게임을 하는 기분이 듭니다. 이게 여러 나라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었던 비결이 아닐까요? 셰익스피어가 쓴 희곡 ‘한여름 밤의 꿈’에 ‘9명의 모리스에 진흙이 가득해’라는 대사가 나온 걸 보면 셰익스피어도 9명의 모리스를 즐겼나 봐요!
김종락 서강대학교 수학과 교수는 포스텍 수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에서 석사 학위, 미국 일리노이주립대학교 시카고캠퍼스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부호론과 암호론, 산업수학, 인공지능입니다. 2004년 캐나다 조합론연구소에서 주는 커크만 메달을 한국인 최초로 받았습니다. 2016년부터 대한수학회 수학문화 앰배서더로 활동 중이며, ‘감성수학레드’라는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