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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끼면서 아름다운 한복, 수학이 만든다

우리 민족 고유의 옷인 한복은 화려한 색과 몸에 딱 달라붙지 않는 넉넉함, 평면 재단 등이 특징이다. 요즘 유행하는 옷에 비교해 촌스럽고 불편하다는 사람도 있지만, 이렇게 만드는 데는 옷감을 낭비하지 않으려는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있다. 조상들이 옷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던 비법은 무엇일까?

 

 

우리나라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돈뿐만 아니라 삼베와 목면같은 옷감을 세금으로 거뒀다는 기록을 볼 수 있어요. 지금은 공장에서 옷감을 빠르게 만들 수 있지만, 예전에는 자연에서 재료를 얻는 일부터 재료를 가공해 직물로 만드는 것까지 사람이 직접 했기 때문에 옷감 한 필★을 짜는 데 약 두 달 정도가 필요했어요.

 

필★ 옷감의 크기를 재는 단위. 조선 시대에 가내 수공업으로 만든 모시, 삼베, 명주 등은 폭이 30cm, 길이는 20m 내외가 한 필이다.

 

여름에 자주 입는 모시옷은 베어낸 모시풀을 찌고 말려서 잘게 찢어 이은 뒤 베틀로 천을 짜서 만들었는데, 낮에는 농사를 짓고 밤에만 이 작업을 할 수 있어서 더 오랜 시간이 걸렸지요. 이렇게 옷감이 귀했기 때문에 세금을 내거나 거래를 할 때 화폐처럼 교환의 대상이 될 수 있었어요.

 

베틀을 이용해 모시천을 짜는 모습.

 

한복의 기본정신, No waste!


이렇게 힘들게 얻은 옷감으로 옷을 만든다고 생각해 보세요. 서양 방식대로 만들면 설계도를 그리는 것처럼 옷을 이루는 조각을 옷감 위에 그린 뒤, 잘라 꿰매면 됩니다. 그런데 각 조각은 모양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옷감을 잘라내고 남은 부분을 버려야 합니다. 또, 몇 년이 지나 덩치가 커지면 옷을 새로 지어야 하고 입던 옷을 뜯어서 다시 사용하고 싶어도 이미 제멋대로 잘린 상태라 새로운 옷을 만들 때 사용할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을 거예요. 힘들게 얻은 옷감을 이렇게 낭비하는 건 돈을 버리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어요.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한복을 만들 때 옷감을 잘라 붙이기보다 일부분 절개해서 접는 방식으로 만들었어요. 그러면 버리는 옷감을 최대한 줄일 수 있고, 이미 만든 옷의 재단된 부분을 뜯으면 다시 원래 옷감 모양으로 돌아오니까 다른 옷으로 만들어 재활용할 수 있었지요.

 

조상들이 입었던 한복을 살펴보면 옷감을 낭비하지 않으면서 몸에 꼭 맞는 옷을 만들기 위해 치밀하게 계산했던 흔적을 찾을 수 있어요. 과연 어떻게 옷감을 낭비하지 않았을까요?

 

수학 이용해 천 낭비를 줄여라


먼저 여성의 저고리를 살펴볼까요? 저고리의 길이는 유행에 따라 다르지만, 고대나 진동, 소맷부리의 길이는 가슴둘레에 따라 정해졌어요. 팔길이부터 목둘레, 가슴둘레, 암홀★등을 재서 몸에 딱 맞게 만드는 서양 옷과 달리, 한복은 사각형 옷감을 접고 붙여 여유 있게 제작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요. 지금도 전통 방식의 저고리를 만들 때는 가슴둘레만 재고 나머지 길이는 가슴둘레를 변수로 갖는 공식을 이용해 측정한답니다.

 

암홀★ 어깨 끝점에서 시작해 겨드랑이를 지나 둘러서 잰 치수.

 

치마는 어떨까요? 사각형 모양의 옷감을 자르지 않고 치마를 만들려면 주름을 활용해야 합니다. 치마 윗부분에 주름을 만들어 윗부분은 폭이 좁고 아랫부분은 넓게 만들면 아래로 갈수록 풍성한 모양을 만들 수 있죠.

 

가장 흔히 사용하는 게 ‘두 배 주름 방법’입니다. 가슴둘레가 90cm인 사람의 치마 아랫부분 둘레를 그 두 배인 180cm로 정하는 겁니다. 따라서 길이가 180cm인 옷감을 준비한 뒤, 주름을 만들어 둘레를 90cm로 만들어야 하죠. 만약 주름너비가 0.5cm인 주름을 만든다면 주름을 하나 만들 때마다 1cm가 줄어드니까 주름을 총 90개 만들어야 180cm인 옷감을 가슴둘레에 맞게 90cm로 만들 수 있지요.

 

 

‘살창 고쟁이’는 무더운 여름 여성들이 입던 속옷으로, 허리 부분에 바람이 통하는 구멍이 뚫려있어서 꼭 문에 창살이 쳐진 모양이에요. 낭비 없이 구멍을 만들려면 원단의 가운데를 요철 모양으로 자릅니다. 그러면 왼쪽 부분에서 움푹 들어간 곳이 오른쪽에서는 툭 튀어나오는 곳이 되고, 두 조각을 이어 붙이면 구멍이 뚫린 살창 고쟁이가 완성되지요. 각 조각을 서로 맞댔을 때 생기는 구멍과 창살의 크기가 맞아 떨어져야 하기 때문에 계산이 정확해야 합니다.

 

 

옷감이 귀했던 시절, 자원을 낭비하지 않으려던 조상들의 지혜가 놀랍지 않나요? 이런 아이디어도 치밀한 계산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거예요.

 

이렇게 자원을 아끼고 재활용하는 ‘노 웨이스트’ 정신은 자원이 부족한 요즘 우리가 배워야 할 덕목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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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2호 수학동아 정보

  • 김우현 기자(mnchoo@donga.com)
  • 도움

    지수현(원광디지털대학교 한국복식과학학과 부교수) 참고 지수현 ‘소곤소곤 당신과의 대화’
  • 사진

    소곤소곤 당신과의 대화(온양민속박물관 소장 유물재현전 도록), 도서출판 수현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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