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를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선수입니다. 동시에 가장 어려운 것이 선수를 모으는 일이지요. 팀의 한 해 결산이 그 시즌의 성적으로 나타난다면, 팀의 시즌 시작은 선수 영입으로 출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강한 팀을 만들기 위해 좋은 선수를 모으는 건 너무나도 당연하겠죠? 문제는 모든 감독이 그걸 잘 알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서로 다른 팀에 있는 잘하는 선수를 탐내고, 동시에 우리 팀에 있는 에이스를 지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리고 그 선수 쟁탈전에서 이기기 위해 필연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이적료’입니다. 계약 기간이 6개월 이상 남은 선수를 데리고 오려면 이적료라는 비용을 상대 팀에 지불해야 합니다.
A란 팀에 지난 시즌 득점왕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이 선수가 35골을 넣어 리그 우승을 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면 이 팀에게 있어 이 선수의 존재는 정말 엄청납니다. 동시에 다른 팀에게 있어 이 선수는 정말 데려오고 싶은 선수일 겁니다. 그런데 아무리 비싼 이적료를 주더라도 그 선수를 안 팔면 그만일 테니 모든 칼자루는 A팀이 쥐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천문학적인 이적료의 비밀은?
A팀 득점왕의 계약이 1년밖에 안 남았다고 가정해 봅시다. 계약이 6개월 이하로 남은 선수는 자유롭게 이적할 수 있습니다. 이 말은 자칫 잘못하면 이적료를 한 푼도 못 받고 에이스를 다른 팀에 보낼 수도 있다는 뜻이지요. 이를 막기 위해 A팀 구단은 이 선수에게 좀 더 좋은 조건의 재계약을 제시합니다.
그런데 이때 돈 많은 명문 구단인 B팀이 등장합니다. 현재 이 팀에는 명성에 어울리는 공격수가 없어 계약이 얼마 남지 않은 A팀의 에이스가 무척 탐이 납니다. 이럴 경우 상황은 B팀에게 더 유리합니다. 만약 B팀이 A팀보다 더 좋은 계약 조건으로 이 선수를 설득할 수만 있다면, 이 훌륭한 선수를 이적료 없이 공짜로 데려올 수 있으니까요.
물론 에이스에게 계약 기간이 많이 남았다면 당연히 A팀에게 유리합니다. 이때 천문학적인 금액의 이적료가 등장하는 겁니다. A팀이 만족할 만한 이적료를 제시해야지만 B팀으로 에이스 선수를 데리고 올 수 있으니까요.
사실 선수의 이적과 이적료를 결정짓는 요소는 매우 복잡합니다. 예를 들어 C팀은 리그 최고의 공격진을 가지고 있지만 수비진이 약하다면, 수비수를 보강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다른 팀에서 충분히 에이스 역할을 할 공격수를 비교적 낮은 가격에 내놓을 수도 있습니다.
선수의 의사 역시 굉장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높은 이적료를 기록한 대부분의 경우 선수가 팀을 옮기고 싶어했습니다. 팀 입장에서는 선수를 내놓기 싫지만, 선수가 원하니 울며 겨자 먹기로 이적료라도 최대한 비싸게 부르는 거지요. 이로 인해 소속 구단의 동의 없이도 이적할 수 있는 최소 금액인 ‘바이아웃’ 조항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통계 기법으로 이적료 예측
이처럼 이적료는 구단의 상황에 따라, 리그의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로 책정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고려하는 항목이 몇 가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선수의 나이입니다. 실력이 비슷하다면 노장보다는 앞으로의 잠재력을 기대해 볼만한 유망주의 가치가 훨씬 높게 평가되지요. 이외에도 선수의 포지션, 출장 경기 수 등을 고려 합니다.
이런 복잡한 이적료 책정을 스카우터나 감독의 직감만으로 매기기는 위험이 너무 큽니다. 그래서 수학을 이용한 이적료 예측 기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국제 축구 연맹(FIFA) 산하 국제스포츠연구센터는 선수의 여러 정보를 통해 가치를 예측하는 계산법을 만들어 공개했습니다. 바로 ‘다중선형회기분석’이라는 통계 기법인데요, 선수의 나이, 포지션, 출장 경기 수 등 선수가 이적할 때 고려하는 기본 요소를 독립변수 xi로 두고, 선수의 가치인 y를 예측하는 식 y=a+b1x1+b2x2+b3x3+…을 만든 것이지요. 예를들어 x1이 나이라면 b1은 나이 외에 다른 독립변수인 포지션과 경기 수 등이 일정한 상태에서 나이가 이적료에 끼치는 영향을 알려주는 값입니다. 즉 이적료를 올리는 데 나이가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 숫자로 표현한 것이지요.
물론 선수의 시장 가치와 실제 이적료는 별개고, 시장에선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하기 때문에 이 분석이 아주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이런 복잡한 시장의 가격을 예측할 수 있다니 대단하지 않나요? 좋아하는 선수의 가치가 어느 정도 되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footballobservatory.com에서 선수정보를 넣어 직접 계산해 보세요.
겨울 이적 시장을 주목하라!
유럽 주요 리그의 이적 시장은 크게 두 번 열립니다. 6월부터 8월까지 열리는 여름과 1월 한 달 동안 열리는 겨울 이적 시장인데요. 시즌의 성패를 가르는 선수 영입을 매 시즌 두 번 밖에 못하기 때문에 이적 시장 마지막 날까지 원하는 선수를 보강하지 못한 팀은 시간에 쫓겨 말도 안 되는 가격에 선수를 영입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이 대신 잇몸이라고 원래 계획에 없던 선수까지 무턱대고 데리고 오기도 하지요. 이를 ‘패닉 바이’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패닉에 빠져 비이성적인 일을 벌였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축구 팬에게는 훌륭한 이벤트가 되기도 하지요.
이적을 원하는 선수와 그 선수가 남아주길 희망하는 구단과의 눈치 싸움, 라이벌 팀으로 이적해 친정팀에 비수를 꽂는 선수, 이적 시장 막판까지 영입을 제대로 못한 팀의 패닉 바이까지.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 속에서 한편의 드라마가 지금 펼쳐지고 있습니다. 2018 겨울 이적 시장에서는 어떤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질지, 어떤 선수의 이적료가 최고가를 기록할지 직접 예측해 보면서 관전하면 더 재밌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