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불 끄는 여유도 필요해
“저 많은 별 중에 가장 빛나고 아름다운 별 하나가 내 어깨 위에 고이 내려앉아 잠자고 있어요.”
알퐁스 도데의 단편소설 ‘별’의 유명한 구절이다. 지구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밝은 별은 시리우스다. 빛의 밝기는 ‘룩스’로 표현한다. 시리우스의 밝기는 0.00001룩스, 맑은 밤 보름달의 밝기는 0.27룩스에 해당한다. 밝기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해 줄어든다. 100와트짜리 전구에서 1m 떨어진 곳의 밝기는 약 100룩스인데 2m 지점에선 $\frac{1}{{2}^{2}}$ 즉, 25룩스가 된다. 태양보다 밝은 별이 많지만 지구에선 희미하게 보이는 것도 너무 멀리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밝기의 기준을 장소에 따라 다르게 정하고 있다. 어디서나 낮처럼 밝으면 좋겠지만 조명에 들어가는 비용이나 에너지를 고려해 표준 밝기를 정했다. 교실이나 사무실 책상은 400룩스가 적당하다. 이보다 어둡거나 너무 밝으면 눈이 쉽게 피곤해진다. 특히 밤거리의 과도한 조명은 암을 일으킬 확률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잠을 돕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생체리듬이 깨진 결과다.
그럼에도 거리의 번쩍이는 전광판은 늘어만 간다. 이미 도시에선 밤하늘을 수놓았던 별들이 자취를 감췄다. 대형 건물들이 바깥벽의 빛을 더 밝게 하고 세기도 높여 치장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나오는 빛의 세기는 기준값보다 서너 배나 높다. 밤에는 울지 않는 매미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우는 것도, 밤에 빛을 내 짝짓기를 하는 반딧불이를 찾아보기 힘든 것도 ‘빛공해’가 원인이다. 밤하늘의 별빛을 되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다.
자연 빛의 밝기와 장소별 표준 밝기 기준(룩스)
0.00001 지구에서 가장 밝은 별(시리우스)
0.01 초승달
40 주차장
100 호텔 로비
400 교실, 사무실
1000 방송국 조명
2000 귀금속 진열대
10000 낮 그늘
32000~130000 직사광선
하얀 소리가 귀를 편하게 한다
졸졸졸~ 시냇물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스트레스가 사라진다. 빗소리, 바람소리, 폭포소리 등 자연의 소리에는 높고 낮은 주파수대의 소리가 합쳐져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의 주파수는 20~20000Hz(헤르츠)로 이를 모두합친 소리를 ‘백색소음’이라고 부른다. 모든 종류의 빛을 합치면 백색광이 되는 것처럼 이러한 소음도 백색소음이 된다. 모든 소리를 합쳤다고 하지만 백색소음은 ‘졸졸졸, 쏴아아’ 하는 고음의 소리로 들린다. 모든 소리가 섞여 있지만 사람의 귀가 고음의 소리에 민감해 그 소리를 주로 듣기 때문이다.
백색소음은 아기에게도 편안함을 준다. 마구 칭얼대던 아기에게 수돗물 소리나 진공청소기, 드라이기 소리를 들려 주면 잠잠해 진다. 아기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엄마가 배를 쓰다듬는 소리가 백색소음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백색소음은 다른 소리를 막는 효과도 낸다. 진공청소기를 켜면 TV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것도 청소기의 소리가 TV 소리를 덮기 때문이다. 비오는 날 실내가 조용하게 느껴지는 것도 빗소리가 백색소음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마음을 편하게 하고 주변 소리를 막아 주는 백색소음을 학습에 이용하는 장치는 이미 많이 나와 있다. 백색소음 발생기는 자연의 소리를 기본으로 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주파수의 소리를 없애 집중력과 심리적인 안정을 주도록 만들었다.하지만 귀에 지속적인 자극을 주는 만큼 오랜 사용은 피하는 것이 좋다.
높고 낮은 소리에 숨겨진 비밀
9층 아이들의 발걸음 소리에 짜증이 난 8층 아주머니가 10층 주민을 찾아가 속 시원하게 뛰어 달라고 부탁했다는 우스개소리가 있다. 9층도 당해 보라는 8층 아주머니의 소심한 복수극이다. 아파트 위층에서 나는 소음을 뜻하는 ‘층간소음’은 좀처럼 줄지 않는 공해 중 하나다. 위층에서 일어난 충격음은 아래층 천장을 지나 공기를 통해 낮은 소리의 음으로 들린다. 바로 ‘저주파음’이라는 것이다. 소리는 주파수가 낮을수록 더 멀리 전파된다.
기차가 지나갈 때 웅~ 하는 소리도 100Hz의 저주파에 해당한다. 버스를 타고 있으면 들리는 낮은 엔진음 소리도 마찬가지다. 저주파음은 음높이는 낮지만 음의 세기가 록밴드가 연주할 때와 비슷한 95~110데시벨이나 된다. 잘 안 들릴 뿐이지 굉장히 큰 소리를 내는 셈이다. 200Hz 이하의저주파음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을 내게 만든다. 저주파음을 들은 쥐가 힘을 잃고 축 늘어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유럽이나 일본에서는 저주파음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공해에 해당하는 저주파음과 달리 고주파음은 특이한 곳에 쓰이고 있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귓속 달팽이관에 있는 신경세포가 파괴되면서 청력이 약해진다. 그 결과 50대 어른은 1만 2000Hz, 40대는 1만4000Hz, 30대는 1만 6000Hz가 넘는 고주파음을 거의 들을 수 없다. 이것을 이용해 영국의 발명가 하워드 스테이플턴은 10대에겐 들리지만 어른에게는 안 들리는 1만7000Hz의 고주파음을 내는 장치를 개발했다. 식당이나 쇼핑몰에서 시끌벅적한 10대를 쫓아 내는 데 쓰려는 것이다. 그는 공로를 인정받아 2006년 이그노벨상 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10대들의 역습은 만만찮았다. 10대에게만 들리는 고주파의 휴대전화음 ‘틴벨’을 만들어 교실에서 선생님 몰래 전화를 받는 데 쓴 것이다.
호랑이의 울음소리가 무서운 이유
미국 연구팀은 호랑이의 울음소리에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보다 낮은 18Hz의 초저주파가 섞여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몸이 얼어붙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도 큰 울음소리 뒤에 초저주파 음이 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