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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 기업 탐방] 수학 원리로 듣는 스피커, 리슨~

 

아이디어가 있는 제작자가 제품을 만들 자금을 모으는 크라우드 펀딩은 이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투자 방식이다. 대중은 제작자의 제품 가치를 보고 투자를 결정하는데, 대부분 앞으로 만들 제품이기 때문에 투자자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그래서 목표금액을 100% 채우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최근 한 크라우드 펀딩 회사에서 목표를 1500% 달성한 물건이 등장했다. 다양한 블루투스 스피커가 이미 시장을 점유하고 있고, 인공지능 스피커까지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흥행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아날로그 방식의 무전원스피커였다.

 

사소한 불편함이 만든 리슨
리슨은 작은 번거로움을 없애기 위해 탄생했다. 리슨 개발자인 플러스라인 우정석 대표는 요즘 편리하게 사용하는 블루투스 스피커조차 불편했다. 휴대폰에서 블루투스 연결 버튼을 찾아, 기계에 인식하는 과정조차 불필요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일본 여행에서 원목으로 만든 무전원스피커를 발견했다.

 

무전원스피커라 휴대하기 편했다. 공명의 원리를 이용해 만든 스피커라 크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점도 좋았다.

 

그러나 단점도 있었다. 휴대폰으로 음악을 들을 때보다 소리가 컸지만, 웅웅거리는 잡음까지 같이 커졌다. 공명을 이용한 장치라 원하는 음질이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공명은 진동계가 그 고유진동수와 같은 진동수를 가진 힘을 받아 진폭이 커지며, 소리가 커지는 현상이다. 모든 소리에는 고유한 주파수가 있는데 이것이 한꺼번에 크게 들리니 시끄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악기마다 갖고 있는 고유의 파장을 분리하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래야 소리는 커지면서 불필요한 잡음은 없고, 악기의 고유한 소리와 가수의 목소리만 선명하게 들리는 스피커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환상의 비율? 피보나치 수!
좋은 소리를 만드는 방법의 비법은 수학 개념이었다. 처음 두 행을 1과 1로 한 후, 다음 수는 바로 앞의 두 수의 합이 된다는 피보나치 수열이었다.

 

물론 처음부터 수학적 원리를 적용한 건 아니었다. 원하는 공간 안에서 소리가 잘 돌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공간을 나누는 환상의 비율, 최적의 법칙을 찾았다. 거기서 황금비라는 단어를 떠올렸고, 황금비에 관련된 개념을 찾다 보니 피보나치 수가 나왔다.

 

 

피보나치 수는 앵무조개와 관련이 있었다. 우 대표는 앵무조개를 보자 어렸을 적 소라껍데기를 귀에 댔을 때 평소 듣지 못하는 새로운 소리를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스피커 내부를 소라 모양으로 설계했다. 공간을 나누는 비율에 피보나치 수를 이용한 것이다. 적당히, 혹은 아무렇게나 공간을 나눴을 때는 원하는 소리가 나지 않았었다. 피보나치 수를 이용해 설계를 하자 좋은 소리가 났다.

 

소라 모양 그대로 만들자 소리는 확실히 커졌지만 불필요한 소리도 같이 커졌다. 그래서 소라구조를 따라하되, 중간에 한 번 방향을 틀어버리는 구조로 만들었다. 마침내 원하는 소리가 나왔다. 빈 공간을 따라 흘러가던 소리가 닫힌 공간에 소리가 부딪히면서 잡음이 없어진 것이었다.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3D프린터로 만들고 테스트했다. 같은 모양에 크기만 다르게 만들어 소리를 들어보고, 완전히 새로운 모양으로도 만들어 보았다. 그렇게 128번째 만에 리슨이 탄생했다.

 

사회문제에서 아이디어를 얻다
“사회문제나 일상의 불편함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려요. 제품을 개발할 땐 수학적 개념이 도움이 돼요.”

 

제품을 만드는 회사에서 대개 엔지니어의 일과 디자이너의 일은 분리돼 있다. 그러나 우 대표는 개발자이자 엔지니어이이고, 디자이너다. 그래서 우 대표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스스로 디자인을 하고 그에 맞게 설계를 해서 원하는 디자인대로 만들 수 있다. 설계에는 수학이나 과학개념을 이용한다면, 아이디어는 주로 사회문제에서 떠올린다.

 

예를들어 한참 미세먼지가 문제됐을 때가 있었다. 급기야 고등어를 구울 때 연기에서 미세먼지가 많이 나온다는 얘기가 나왔다. 처음에는 과민한 반응이라 여겼지만, 곧 실제로 가정주부들의 폐가 안 좋다는 연구가 나왔다.

 

 

우 대표는 요리할 때 연기를 줄일 수 있는 그릴 제품을 만들기로 했다. 이때 제품 내부 설계 핵심은 ‘열의 대류’였다. 열의 대류 현상에 따르면 차가운 공기는 아래로 가라앉고 뜨거운 공기는 위로 올라간다. 뜨거운 열기가 위로 바로 올라가지 않고 안에서 돌게 내부를 만들어 그릴은 계속 열기를 유지하게 만들었다. 연기는 위가 아닌 옆으로 나가도록 만들었다.

 

또 가습기 문제로 떠들썩할 때도 제품을 만들었다. 매번 갈아줘야 하는 물통을 주전자처럼 만들되, 완전히 분리되게 만들어 늘 깨끗하게 사용할 수 있는 가습기를 만들었다. 그 결과 가습기에 물을 채우기도 편했고, 청결 문제도 보완할 수 있었다.

 

현재 우 대표는 식당 테이블에 붙어있는 진동벨처럼 테이블에 붙어 있는 리슨 2세대를 계획 중이다. 생활을 편리하게 할 새로운 제품도 준비중이다. 제품을 개발할 때 지속가능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우 대표의 다음 아이디어 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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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호 수학동아 정보

  • 조혜인 기자(heynism@donga.com)
  • 도움

    우정석(플러스라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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