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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온 수학 놀이터 팀 매스 챌린지

참가 학생들은 제한 시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전략을 세운다.

 

 

“선생님, 2번 가로 문제 먼저 풀어보라고 해주세요!”


경기도 구리시의 교문중학교 강당. 수많은 학생이 팀을 이뤄 수학 문제를 풀고 있다. 그런데 문제 푸는 방식이 독특하다. 팀원에게 빨리 풀라고 재촉하는가 하면 답안지를 들고 뛰기도 한다. 재미있는 방식으로 수학 문제를 풀어 겨루는 영국의 ‘팀 매스 챌린지’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현장이었다.

 

 

‘팀 매스 챌린지’는 영국의 수학진흥재단(United Kingdom of Mathematics Trust)이 매년 여는 팀 단위 수학 퀴즈 대회로, 퀴즈 대회에 달리기 같은 활동을 곁들여 팀워크,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영국에서는 중등부와 고등부 두 대회로 나눠 매년 초 지역 예선을 치른 뒤, 6월에 전국 결선을 진행한다.

 

특이하게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도 상장이나 상금 같은 보상이 없다. 그저 놀고 싶은 아이들이 놀이터에 모이는 것처럼 수학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한데 모여 재미있는 퀴즈를 풀고 수학 실력을 확인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국내에서 흔히 열리는 수학경시대회와 다소 차이가 있는 팀 매스 챌린지는 어떻게 한국으로 건너오게 됐을까?

 

교사들이 발 벗고 나서다

 

이번 팀 매스 챌린지는 국내외 수학 교사가 활동하는 커뮤니티에서 시작됐다. 영국 애비스쿨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김은영 교사가 팀 매스 챌린지를 한국에 소개하고 싶다는 글을 올리자 몇몇 교사가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고, 함께 한국에서 팀 매스 챌린지를 열어보기로 했다. 별다른 지원 없이 문제, 장소 등을 직접 준비해야 했기 때문에 힘에 부쳤지만 여러 동료 교사와 학교의 도움을 받아 순조롭게 준비할 수 있었다.

 

준비는 마쳤지만 걱정스러웠다. 처음 열리는 대회인 데다 여름방학이 막 시작돼 학생이 많이 참여할지 의문이었다.

 

반응은 예상 외였다. 참가자를 모집하는 공문을 보낸 다음 날부터 여러 팀을 내보내고 싶다는 문의, 구경이라도 하고 싶다는 문의가 줄을 지었고 결국 대기 팀이 10개나 생겼다. 고등부 대회를 기획한 김영옥 죽전고등학교 교사는 “저뿐만 아니라 다른 수학 교사들도 수학을 즐길 수 있는 대회를 원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새로운 수학 문화로 거듭나라


학생들 반응은 어땠을까. 대회가 시작되자 떠들썩했던 강당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특히 팀워크를 발휘해야 높은 점수를 얻는 2~4라운드에서는 학생들이 서로 돕고 재촉하면서 대회에 흠뻑 빠져들기 시작했다. 후배와 함께 참가했다는 죽전고등학교 이다경 양은 “서로 힘을 합쳐 문제를 풀다 보니 어색했던 후배와 금방 친해졌다”고 전했고, 수학과 체육을 좋아한다는 수내중학교 라윤정 양은 자기에게 딱 맞는 대회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대회가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팀 매스 챌린지 같은 수학 대회를 지속하려면 수학 교사들이 관심을 두고 힘을 모아야 한다. 대회에 참가한 이천중학교 안형후 교사는 “학생들 반응도 좋고 교육 효과도 뛰어난 것 같다”며 “만약 교사의 도움이 필요하면 적극적으로 돕고 싶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에는 수학을 체험할 수 있는 무대가 부족하고, 지역에서 개최하는 수학경시대회도 사라지는 추세다. 첫 시도인 팀 매스 챌린지를 계기로 수학을 좋아하는 학생이 즐겁게 놀 수 있는 터전이 계속 생겨나길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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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9호 수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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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영(영국 애비스쿨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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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사진] 김우현 기자(mnch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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