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 이 기사에서 소개하는 확률 계산은 자의적 분석으로 실제와는 매우 다를 수 있습니다. 여러분도 나름대로 확률을 계산해 보세요.
2001년 3월 25일 미국 애리조나 주에 있는 투산 일렉트릭파크 야구장에서 폭발 사건이 일어났다. 폭발한 물체는 비둘기! 가해자(?)는 다름 아닌 미국의 전설적인 야구 선수 랜디 존슨이었다.
왼손잡이 투수는 적고, 좌완이면서 구속까지 빠른 선수는 더 적다. 랜디 존슨은 그 희박한 확률로 나온다는 일명 ‘공포의 좌완 파이어볼러’였다. 특히 그가 208cm 신장으로 내리꽂는 최대 속력 160km/h 직구는 가히 일품이었다.
확률은 200만분의 1?
그날, 하필 이 무시무시한 투수가 등판했다. 평소처럼 154km/h로 던진 공은 우연히 야구장을 지나가던 비둘기와 부딪쳤다. 그렇게 희대의 폭발 사건이 벌어졌다. 가여운 비둘기는 깃털을 휘날리며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말았다. 참고로 이 공은 ‘노 피치’, 무효로 처리됐다.
이후 이 사건을 재현해보거나 일어날 확률을 계산해 보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물리학 커뮤니티인 ‘피직스포럼’의 네티즌 quora는 분자가 자유운동할 때 다른 분자와 충돌하기까지의 평균 거리인 ‘평균 자유 거리’ 공식을 이용했다. 그리고 이 공식으로 사건이 벌어지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투구수를 구했다.
대략적인 수치를 이용해 구한 평균 자유 거리는 약 36,000km로, 이 값을 투구 거리인 18.44m로 나누자 2,000,000이라는 숫자가 나왔다. 다시 말해 대략 200만 번쯤 공을 던져야 때마침 그곳을 지나가는 새를 맞힐 사건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야구 경기에서 양팀이 던지는 공은 기껏해야 300번이다.
시력이 좋고 반응 시간이 빠른 동물인 새에게 벌어진 일이기에 더욱 기묘한 사건이었다. 그래서 이런 진귀한 장면은 두 번 다신 볼 수도, 이에 버금갈 희귀한 사건이 벌어질 일도 없을 것 같았다.
애슐리 영, 새똥 먹을 확률
2014년 8월 17일 잉글랜드 프로축구 개막전 경기가 열렸다.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포드 경기장에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스완지 시티의 경기가 진행 중이었다.
이날 전 세계에서 중계 화면으로 경기를 보고있던 사람들은 두 눈을 의심했다. 경기 중 동료들에게 말하는 애슐리 영 선수의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혔는데, 그때 마침 대각선 방향으로 새똥이 날아와 애슐리 영 선수 입으로 떨어지는 게 아닌가! 이후 영 선수는 새똥이 아니라 주장했지만, 누가 봐도 그건 새똥이었다.
그리고 3년 뒤 이 사건을 대대적으로 다룬 사람들이 나타난다. 축구와 관련된 영상을 만들어 소아함 환자를 돕는 ‘슛포러브’다. 이들의 설명은 꽤 정교하고 수학적이었다.
슛포러브팀은 애슐리 영 선수 입에 똥을 싼 새는 상공 11.27km까지 날 수 있는 루펠대머리수리라고 가정했다. 그리고 위의 그림처럼 루펠대머리수리가 지구에서 최대로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을 구했다.
또 새가 애슐리 영이 있던 위치에 똥을 쌀 확률을 구하고, 여기에 애슐리 영 선수 입의 면적과 올드 트래포트 경기장 면적에서 애슐리 영이 차지하는 비율까지 고려했다. 그 결과, 새가 똥을 쌌는데 애슐리 영 선수 입에 들어갈 확률은 3.831059467787×10-19이었다. 수치만 봐도 또 다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랜디 존슨의 비둘기 폭파 사건과 애슐리 영의 새똥 흡입 사건. 일어날 확률을 구한 방법이 달라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두 사건 모두 평생 또 보기 힘든 진귀한 장면이다. 독자들은 어떤 사건이 더 일어나기 힘든 일처럼 보이는가? 독자 나름의 논리로 확률을 구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