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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공감] 수학, 놀이가 되다

수학공감➋

“안녕하세요!”

한경화 영성중 수학 교사의 명랑한 목소리가 ‘수학과 친해지는 Math부스’에 울려 퍼졌다. 새로운 방식으로 수학을 체험하기 위해 온 학생들에게 건네는 인사였다. 영성중에서는 학생들이 수학과 친해질 수 있도록 매주 수요일 점심시간에 이와 같은 수학 체험 행사를 열고 있다.

이날 학생들은 컷팅프린터를 활용해 ‘정다면체 무드등’을 만드는 체험을 했다. 정다면체 무드등은 원 모양의 종이를 접어 원에 내접하는 삼각형을 만든 뒤, 이런 종이 8장을 풀로 붙이고 LED초를 장착한 정팔면체 구조물이다. 수학자율동아리 학생들이 이를 어떻게 만드는지 미리 연구해 친구들에게 소개한다.

컷팅프린터★ 두꺼운 A4용지 같은 종이를 프로그램으로 설계한 대로 잘라주는 기계다.

독특하게 각 종이의 중심에 ∫, Σ, π, ∞, sin같은 다양한 수학 기호가 컷팅프린터로 잘려 있었다. 무드등을 완성하면 빛이 이 기호로 흘러 나온다. 학생들은 컷팅프린터의 원리와 입체도형의 원리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학 기호와 친숙해진다. 이외에도 학생들은 Math부스에서 다빈치코드, 할리갈리, 체스같은 보드게임을 즐기며 수학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다.

컷팅프린터를 활용해 수학 기호가 들어간 종이를 쉽게 만들 수 있다.

한 교사와 함께 Math부스를 운영하는 3학년 이동규 군은 “정다면체 무드등을 넘어서 컷팅프린터를 활용해 수학 피규어를 만들어 보려고 시도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역시 Math부스를 운영하는 2학년 김원일 군은 공학도구를 활용한 Math부스의 매력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평소에 접하기 힘든 컷팅프린터 같은 기계를 직접 사용해 보니 이런 공학도구에 관심이 많아 졌어요. 이런 활동은 수학을 공부가 아니라 놀이처럼 느끼게 해줘요. 이뿐만 아니라 Math부스에 참여한 친구들이 전보다 수학을 재미있게 생각하는 것 같아 보람을 느껴요.”

다양한 수학 수업을 이끌고 있는 한 교사는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수업 대신 새로운 방법을 활용했더니 수학에 대한 흥미도 커지고 수업의 질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함께 ‘노는’ 수학 수업

“수학은 항상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친구예요.”

응봉초 5학년 박준성 군은 수학이 실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느끼고 있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모든 방면에 수학이 숨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고, 이를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왜 이렇게 생각하게 된 걸까?

보통 수학 수업은 선생님이 개념과 간단한 예제 문제를 설명한 뒤 학생들이 문제를 풀어보고 질문하면서 진행된다. 항상 이런 식으로 수업하다 보면 지루해질 수밖에 없다. 김우정 응봉초 교사는 재미있게 수업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수학교구를 활용한 수업을 해 보기로 했다.

‘다각형의 넓이’ 단원을 주제로 한 수업이 대표적이다. 개념을 설명한 뒤 학생들에게 삼각형, 사각형, 마름모, 평행사변형, 육각형 모양의 수학교구를 나눠주고, 모둠을 구성해 직각으로 이뤄진 도형을 만들고 넓이를 구해보도록 한다.

어느 정도 교구에 익숙해진 뒤에는 각자 새로운 다각형을 만들어, 이 도형의 넓이를 구하는 문제를 다른 모둠 친구들이 풀게 한다. 이때 직각인지 아닌지 판단이 잘 되지 않으면 학생들은 종이나 교과서의 꼭짓점을 대 보는 등 다양하게 고민하며 사고를 넓힌다.

5학년 홍서현 양은 “책만 보면서 하는 수업보다 친구랑 얘기하면서 협동할 수 있어서 재미있었어요”라며, “수학교구로 모양을 다양하게 만들어 볼 수 있어서 다른 수업보다 기억에 남아요”라고 말했다. 박 군은 “교과서에서 그림으로만 보던 다각형을 눈으로 직접 보고 손으로 옮기면서 새로운 도형을 만들어 봐서 좋았어요”라며, “무조건 공식을 외우지 않고 교구로 만든 도형의 넓이를 구해 보니 기본 원리를 잊지 않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김 교사는 앞으로 수업에 교구를 꾸준히 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계산을 할 때 위축되는 경향이 있는데, 손으로 무언가를 만지작거리면서 하니까 놀이라고 생각하며 신나했어요. 수학에 자신이 없는 친구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었지요. 모든 단원에서 교구를 쓸 수는 없지만, 활용 가능한 단원의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해요.”


꼭꼭 숨은 풀이 찾기

김 교사는 ‘Aurasma’라는 앱을 활용한 수업도 계획하고 있다. Aurasma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같은 스마트 기기로 찍은 사진에 다른 사진이나 그림을 심어 증강현실로 보여주는 앱이다.

 Aurasma 앱을 활용하면 교과서 문제에 심어놓은 풀이를 증강현실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교과서 문제의 풀이를 종이에 적은 뒤 사진을 찍어 그 문제에 심어놓으면 학생들이 Aurasma앱으로 풀이를 확인할 수 있다. 문제 근처에 증강현실로 풀이가 보이는 것이다. 선생님이 심어놓은 풀이가 아니더라도, 학생이 스스로 풀이를 심어놓고 친구들과 공유할 수도 있다.

꼭 교과서에만 풀이를 심어놓을 필요도 없다. 교실 어딘가에 숨겨 놓을 수도 있다. 학생들은 숨은 그림 찾기나 숨바꼭질 같은 놀이처럼 풀이를 찾으며 자연스럽게 수학을 공부할 수 있다. 김 교사는 질문하기를 꺼리는 학생들에게 좋은 수업이라고 설명했다.

“수학에 자신 없는 학생들은 질문하는 걸 두려워해요. 이 앱을 쓰면 그런 친구들이 편하게 수학을 접하게 돼요. 또, 수학을 좋아하는 학생들은 자신이 만든 풀이를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어서 좋아요. 이런 수업을 통해서 학생들이 서로에게 지식을 배우고,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나가는 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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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8호 수학동아 정보

  • 기타

    [​글·사진] 김경환 기자 dalgudot@donga.com
  • 일러스트

    lema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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