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안은 돌아가는 사람으로 가득했다. 자기보다 덩치 큰 어른들 사이에 끼어 있던 하림은 가슴이 답답해졌다. 몸을 움직일 틈 하나 없이 끼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마고의 감시망이 사방에서 조여오는 느낌이었다. 하림은 멍하니 천장을 쳐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때 하림의 눈에 두 글자가 눈에 띄었다.
고. 장.
처음에는 무심하게 쳐다봤지만, 잠시 후 하림의 눈이 커졌다.
‘고장’이라는 글자가 쓰인 종이 한 장이 붙어 있는 건 바로 엘리베이터의 CCTV였다. 이 안에는 마고의 눈이 없다는 뜻이었다. 하림은 엘리베이터가 도착하려면 몇 분이나 남았는지 재빨리 확인했다. 시간은 충분했다.
하림은 가능한 어색하지 않은 태도로 모자를 꺼내 썼다. 안경도 쓰고 겉옷도 벗었다. 안에는 마고가 본 적이 없는 새 셔츠를 입고 있었다.
대충 준비를 마치자 마침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문이 열리며 사람들이 우르르 내렸다. 하림은 가장 덩치가 큰 사람을 눈여겨 보았다가 그 옆에 바싹 붙었다. 가능한 몸을 웅크리고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다가 화장실이 보이자 잽싸게 뛰어들어갔다. 그 안에서 분장도구로 얼굴을 다시 매만졌다.
‘이제 엄마가 말한 기차역에 가는 거야!’
기차역 중에서 가장 사람이 많은 중앙역까지 가는 동안은 마고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가능한 빨리 가서 엄마가 말한 수수께끼의 마지막을 알아내야 했다. 수수께끼에 들어있는 메시지는 33과 0124였다. 그런데 막상 기차역에 오니 무엇을 찾아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하림은 잠시 드넓고 복잡한 대합실에 서서 어정거렸다.
‘큰일났다. 마고가 날 찾아내기 전에 해결해야 하는데….’
사람들은 어디를 그렇게 바삐 가는지 하림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스쳐지나갔다. 개중에는 시계를 보며 헐레벌떡 뛰어가는 사람도 있었다.
‘아, 시계!’
하림은 시계를 찾아보았다. 한쪽 벽에 커다란 화면이 있어 현재 시각을 나타내고 있었다.
‘33시는 없으니까 33분에 뭐가 있으려나?’
잠시 생각해 봤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았다.
‘다른 숫자가 또 있나? 플랫폼? 그러면 뒤의 네 자리는 열차 번호일까?’
하림은 33번 플랫폼을 찾아 뛰어갔다. 플랫폼은 17번까지밖에 없었다. 플랫폼 번호는 아닌 것 같았다.
하림은 다시 계단을 올라 대합실로 돌아왔다.
‘그렇다면 뭘까? 기차역에 있을 만한 숫자가….’
시간이 가고 있었다. 아무리 변장을 했다지만 시간을 끌다 보면 마고에게 들킬 것 같았다.
‘빨리 찾아야 하는데….’
그때였다. 초조한 심정으로 사방을 둘러보던 하림의 눈에 저 멀리 있는 사람이 벽에 달린 상자에서 물건을 꺼내는 모습이 보였다.
‘저거다!’
그때 하림의 눈에 두 글자가 눈에 띄었다.
고. 장.
처음에는 무심하게 쳐다봤지만, 잠시 후 하림의 눈이 커졌다.
‘고장’이라는 글자가 쓰인 종이 한 장이 붙어 있는 건 바로 엘리베이터의 CCTV였다. 이 안에는 마고의 눈이 없다는 뜻이었다. 하림은 엘리베이터가 도착하려면 몇 분이나 남았는지 재빨리 확인했다. 시간은 충분했다.
하림은 가능한 어색하지 않은 태도로 모자를 꺼내 썼다. 안경도 쓰고 겉옷도 벗었다. 안에는 마고가 본 적이 없는 새 셔츠를 입고 있었다.
대충 준비를 마치자 마침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문이 열리며 사람들이 우르르 내렸다. 하림은 가장 덩치가 큰 사람을 눈여겨 보았다가 그 옆에 바싹 붙었다. 가능한 몸을 웅크리고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다가 화장실이 보이자 잽싸게 뛰어들어갔다. 그 안에서 분장도구로 얼굴을 다시 매만졌다.
‘이제 엄마가 말한 기차역에 가는 거야!’
기차역 중에서 가장 사람이 많은 중앙역까지 가는 동안은 마고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가능한 빨리 가서 엄마가 말한 수수께끼의 마지막을 알아내야 했다. 수수께끼에 들어있는 메시지는 33과 0124였다. 그런데 막상 기차역에 오니 무엇을 찾아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하림은 잠시 드넓고 복잡한 대합실에 서서 어정거렸다.
‘큰일났다. 마고가 날 찾아내기 전에 해결해야 하는데….’
사람들은 어디를 그렇게 바삐 가는지 하림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스쳐지나갔다. 개중에는 시계를 보며 헐레벌떡 뛰어가는 사람도 있었다.
‘아, 시계!’
하림은 시계를 찾아보았다. 한쪽 벽에 커다란 화면이 있어 현재 시각을 나타내고 있었다.
‘33시는 없으니까 33분에 뭐가 있으려나?’
잠시 생각해 봤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았다.
‘다른 숫자가 또 있나? 플랫폼? 그러면 뒤의 네 자리는 열차 번호일까?’
하림은 33번 플랫폼을 찾아 뛰어갔다. 플랫폼은 17번까지밖에 없었다. 플랫폼 번호는 아닌 것 같았다.
하림은 다시 계단을 올라 대합실로 돌아왔다.
‘그렇다면 뭘까? 기차역에 있을 만한 숫자가….’
시간이 가고 있었다. 아무리 변장을 했다지만 시간을 끌다 보면 마고에게 들킬 것 같았다.
‘빨리 찾아야 하는데….’
그때였다. 초조한 심정으로 사방을 둘러보던 하림의 눈에 저 멀리 있는 사람이 벽에 달린 상자에서 물건을 꺼내는 모습이 보였다.
‘저거다!’
바로 돈을 넣고 물건을 넣어둘 수 있는 보관함이었다.
하림은 얼른 보관함으로 달려가 33번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있었다. 그리고 33번 함은 잠겨 있었고,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열 수 있었다. 비밀번호가 뭔지는 뻔했다.
0124를 입력하자 보관함은 소리 없이 열렸다. 그 안에는 작은 메모리스틱 하나와 편지로 보이는 종이 한 장이 들어 있었다. 편지는 여지껏 받았던 것 중에서 가장 길었다.
하림은 얼른 보관함으로 달려가 33번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있었다. 그리고 33번 함은 잠겨 있었고,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열 수 있었다. 비밀번호가 뭔지는 뻔했다.
0124를 입력하자 보관함은 소리 없이 열렸다. 그 안에는 작은 메모리스틱 하나와 편지로 보이는 종이 한 장이 들어 있었다. 편지는 여지껏 받았던 것 중에서 가장 길었다.
"하림아,
십오 년만에 처음 만났는데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되어서 정말 안타까워.
네가 제발 이 편지를 받았기를 바란다.
지금까지는 너를 보호하려고만 했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단다.
네가 엄마를 믿고 엄마 말에 잘 따라 주는 게 중요해."
하림은 넋이 나간 채로 엄마의 편지를 읽었다.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오히려 용기가 났다. 하림은 메모리스틱을 꼭 쥐었다. 이 안에는 아주 중요한 게 들어 있었다. 하림뿐만 아니라 우주선 전체를 구할 수도 있었다.
‘걱정 마요, 엄마. 내가 잘 할게요.’
"이번에는 네가 편지를 받고 엄마 말을 잘 알아들었는지 내게 알려줘야 해.
아래 번호로 연락을 하렴. 그럼 내가 알 수 있을 거야.
그럼 꼭 다시 건강하게 만나자.
엄마가."
그리고 편지 맨 아래에는 0과 1로 된 숫자가 쓰여 있었다.
01001100/10100101/00110010/10010100/110
‘이게 뭐지? 전화번호도 아니고….’
그러고 보니 엄마가 여태까지 하림에게 편지를 보낸 방법이 궁금했다. 저번에는 인희가 그랬을 거라고 추측했지만, 확실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하림은 인희가 엄마를 가둬 놓은 일당과 한 패라고 의심하고 있었다.
하림은 편지와 메모리스틱을 바지 주머니에 깊숙이 집어넣었다. 알 수 없는 숫자열은 방에 가서 천천히 생각해 볼 작정이었다.
기차역을 나오자 번화한 시내였다. 친구가 별로 없는 하림은 시내에 나올 일이 거의 없었다.
또래 학생들이 삼삼오오 몰려 다니며 즐겁게 떠드는 모습을 보니 괜히 울적해졌다. 하림은 잠깐 멈춰서 한숨을 쉰 뒤 눈앞에 보이는 대형쇼핑몰로 들어갔다. 일단 화장실에 들러서 변장을 지웠다. 이러고 돌아다니다 보면 마고가 찾아올 터였다.
‘영화나 하나 볼까?’
하림은 매표소에 가서 시작 시각이 가장 가까운 영화를 골라 표를 사서 들어갔다. 영화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머릿속으로는 0과 1로 된 숫자열을 생각하고 있었다.
‘이진수일까?’
그러면 터무니없이 큰 수가 나왔다.
‘/로 구분한 게 각각 수 하나씩일까?’
그렇게 해서 10진수로 변환하면 76, 165, 50, 148, 6이 나왔다. 아무리 조합해도 어딘가에 연락할 만한 숫자가 나오지 않았다. 전화번호도 아니었다. 골똘히 암호를 생각하다 보니 어느덧 영화가 끝났다.
밖으로 나오자 당연하다는 듯이 마고가 기다리고 있었다.
“도대체 어디로 갔던 거야?”
마고의 기계음은 평소와 다름없이 차분했지만, 하림은 왠지 그 안에서 책망하는 듯한 분위기를 느꼈다.
“너야말로 어디 갔던 거야?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니까 없더만.”
하림은 일부러 적반하장으로 나왔다.
“좀 기다렸는데도 없길래 앗싸 잘 됐다 하고 시내에 놀러 왔지.”
“다같이 모여서 소풍을 끝내기로 했던 거 아니야?”
“맞아. 근데 지겨운데 어떻게 애들 다 모일 때까지 기다려? 그냥 튀었지. 아~, 간만에 시내 와서 노니까 좋네. 혼자 영화도 보고. 이렇게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했어.”
하림은 기지개를 켜듯 두 팔을 뻗으며 외쳤다. 마고는 잠시 말이 없었다.
“이제 학교로 가야겠다.”
하림이 걸음을 옮기자 마고가 쫓아오며 물었다.
“벌써?”
“벌써라니. 난 이미 시내에서 한참 놀았다고.”
하림은 때마침 온 버스에 재빨리 뛰어올랐다.
십오 년만에 처음 만났는데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되어서 정말 안타까워.
네가 제발 이 편지를 받았기를 바란다.
지금까지는 너를 보호하려고만 했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단다.
네가 엄마를 믿고 엄마 말에 잘 따라 주는 게 중요해."
하림은 넋이 나간 채로 엄마의 편지를 읽었다.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오히려 용기가 났다. 하림은 메모리스틱을 꼭 쥐었다. 이 안에는 아주 중요한 게 들어 있었다. 하림뿐만 아니라 우주선 전체를 구할 수도 있었다.
‘걱정 마요, 엄마. 내가 잘 할게요.’
"이번에는 네가 편지를 받고 엄마 말을 잘 알아들었는지 내게 알려줘야 해.
아래 번호로 연락을 하렴. 그럼 내가 알 수 있을 거야.
그럼 꼭 다시 건강하게 만나자.
엄마가."
그리고 편지 맨 아래에는 0과 1로 된 숫자가 쓰여 있었다.
01001100/10100101/00110010/10010100/110
‘이게 뭐지? 전화번호도 아니고….’
그러고 보니 엄마가 여태까지 하림에게 편지를 보낸 방법이 궁금했다. 저번에는 인희가 그랬을 거라고 추측했지만, 확실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하림은 인희가 엄마를 가둬 놓은 일당과 한 패라고 의심하고 있었다.
하림은 편지와 메모리스틱을 바지 주머니에 깊숙이 집어넣었다. 알 수 없는 숫자열은 방에 가서 천천히 생각해 볼 작정이었다.
기차역을 나오자 번화한 시내였다. 친구가 별로 없는 하림은 시내에 나올 일이 거의 없었다.
또래 학생들이 삼삼오오 몰려 다니며 즐겁게 떠드는 모습을 보니 괜히 울적해졌다. 하림은 잠깐 멈춰서 한숨을 쉰 뒤 눈앞에 보이는 대형쇼핑몰로 들어갔다. 일단 화장실에 들러서 변장을 지웠다. 이러고 돌아다니다 보면 마고가 찾아올 터였다.
‘영화나 하나 볼까?’
하림은 매표소에 가서 시작 시각이 가장 가까운 영화를 골라 표를 사서 들어갔다. 영화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머릿속으로는 0과 1로 된 숫자열을 생각하고 있었다.
‘이진수일까?’
그러면 터무니없이 큰 수가 나왔다.
‘/로 구분한 게 각각 수 하나씩일까?’
그렇게 해서 10진수로 변환하면 76, 165, 50, 148, 6이 나왔다. 아무리 조합해도 어딘가에 연락할 만한 숫자가 나오지 않았다. 전화번호도 아니었다. 골똘히 암호를 생각하다 보니 어느덧 영화가 끝났다.
밖으로 나오자 당연하다는 듯이 마고가 기다리고 있었다.
“도대체 어디로 갔던 거야?”
마고의 기계음은 평소와 다름없이 차분했지만, 하림은 왠지 그 안에서 책망하는 듯한 분위기를 느꼈다.
“너야말로 어디 갔던 거야?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니까 없더만.”
하림은 일부러 적반하장으로 나왔다.
“좀 기다렸는데도 없길래 앗싸 잘 됐다 하고 시내에 놀러 왔지.”
“다같이 모여서 소풍을 끝내기로 했던 거 아니야?”
“맞아. 근데 지겨운데 어떻게 애들 다 모일 때까지 기다려? 그냥 튀었지. 아~, 간만에 시내 와서 노니까 좋네. 혼자 영화도 보고. 이렇게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했어.”
하림은 기지개를 켜듯 두 팔을 뻗으며 외쳤다. 마고는 잠시 말이 없었다.
“이제 학교로 가야겠다.”
하림이 걸음을 옮기자 마고가 쫓아오며 물었다.
“벌써?”
“벌써라니. 난 이미 시내에서 한참 놀았다고.”
하림은 때마침 온 버스에 재빨리 뛰어올랐다.
마고는 하림이 학교로 들어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하림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전에는 학교 밖으로 땡땡이치지 못해서 안달이었는데, 이제는 학교가 유일한 피난처였다.
‘자, 이제 암호를 풀어볼까?’
하림은 큰 종이에 숫자열을 써 놓고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0과 1로 되어 있는 8자리 숫자가 4개, 3자리 숫자가 1개 있었다. 숫자 8개마다 ‘/’로 나뉘어 있어 하림은 /의 위치에 맞춰 행을 내려 보았다.
‘자, 이제 암호를 풀어볼까?’
하림은 큰 종이에 숫자열을 써 놓고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0과 1로 되어 있는 8자리 숫자가 4개, 3자리 숫자가 1개 있었다. 숫자 8개마다 ‘/’로 나뉘어 있어 하림은 /의 위치에 맞춰 행을 내려 보았다.
01001100
10100101
00110010
10010100
110
‘이렇게 해도 모르겠는데. 그나저나 왜 맨 마지막은 8자리가 아니라 3자리인 거야?’
하림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평소 성격대로라면 진작에 집어치웠겠지만,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이번에는 그럴 수가 없었다. 마고에게 도와달라고 할 수도 없었다.
‘숫자는 총 35개네….’
그러자 자연스럽게 구구단이 떠올랐다. 35는 5곱하기 7 또는 7 곱하기 5.
‘그러고 보니 5하고 7은 소수네. 앗, 이렇게 하면 사각형 모양으로 행을 나눌 수 있겠군.’
두 가지 방법으로 행을 나눠 보니 그중 하나에서 마침내 의미 있는 숫자가 보였다!
‘이 번호는…?’
하림은 어두운 학교 교정에서 인희를 만났다. 엄마가 암호로 보낸 숫자는 인희의 학생 번호였다. 즉, 인희가 엄마의 연락책이라는 뜻이었다.
“편지를 읽었구나.”
하림을 본 인희가 담담하게 말했다.
“응.”
“그대로 할 거지? 그러면 그렇게 전할게.”
인희는 그렇게 말한 뒤 바로 등을 돌렸다.
“잠깐.”
“왜?”
“너, 넌 우리 엄마를 가둬둔 사람들하고 한패가 아니었어? 화학선생님하고?”
인희는 살짝 웃었다.
“비밀결사대 안에도 너희 엄마 편이 있어. 비밀리에 너희 엄마를 도와주고 있지. 우리 아빠도 그래. 화학선생님은 비밀결사대 소속이고 우리 아빠에 대해서도 알지만, 나와 아빠가 너희 엄마를 돕고 있다는 건 몰라.”
“그럼 여태까지 엄마의 편지를 전해준 게 너야? 왜 나한테 그냥 알려주지 않았어? 학교 안에는 마고도 없잖아.”
“그래도 조심하는 게 좋아. 우리 아빠도 내게 직접 전해주지 않아. 기차역 보관함에 편지를 넣어 놓으면 내가 찾아가는 식이었어. 이번에 네가 직접 찾아가게 만든 건 신뢰 때문이야. 네가 직접 엄마의 말을 듣고 그 장소에서 편지를 찾아야 확실히 믿을 테니까.”
“그러면 너도 이 계획에 참여하는 거야?”
“아니. 난 마고의 신뢰를 얻을 수 없어. 이건 너밖에 할 수 없는 일이야. 우리가 이렇게 이야기 하는 걸 화학선생님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의심을 살 거야. 앞으로도 평소처럼 나를 대해 줘.”
말을 마친 인희는 하림이 입을 열 틈도 주지 않고 그대로 기숙사로 돌아가 버렸다.
하림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평소 성격대로라면 진작에 집어치웠겠지만,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이번에는 그럴 수가 없었다. 마고에게 도와달라고 할 수도 없었다.
‘숫자는 총 35개네….’
그러자 자연스럽게 구구단이 떠올랐다. 35는 5곱하기 7 또는 7 곱하기 5.
‘그러고 보니 5하고 7은 소수네. 앗, 이렇게 하면 사각형 모양으로 행을 나눌 수 있겠군.’
두 가지 방법으로 행을 나눠 보니 그중 하나에서 마침내 의미 있는 숫자가 보였다!
‘이 번호는…?’
하림은 어두운 학교 교정에서 인희를 만났다. 엄마가 암호로 보낸 숫자는 인희의 학생 번호였다. 즉, 인희가 엄마의 연락책이라는 뜻이었다.
“편지를 읽었구나.”
하림을 본 인희가 담담하게 말했다.
“응.”
“그대로 할 거지? 그러면 그렇게 전할게.”
인희는 그렇게 말한 뒤 바로 등을 돌렸다.
“잠깐.”
“왜?”
“너, 넌 우리 엄마를 가둬둔 사람들하고 한패가 아니었어? 화학선생님하고?”
인희는 살짝 웃었다.
“비밀결사대 안에도 너희 엄마 편이 있어. 비밀리에 너희 엄마를 도와주고 있지. 우리 아빠도 그래. 화학선생님은 비밀결사대 소속이고 우리 아빠에 대해서도 알지만, 나와 아빠가 너희 엄마를 돕고 있다는 건 몰라.”
“그럼 여태까지 엄마의 편지를 전해준 게 너야? 왜 나한테 그냥 알려주지 않았어? 학교 안에는 마고도 없잖아.”
“그래도 조심하는 게 좋아. 우리 아빠도 내게 직접 전해주지 않아. 기차역 보관함에 편지를 넣어 놓으면 내가 찾아가는 식이었어. 이번에 네가 직접 찾아가게 만든 건 신뢰 때문이야. 네가 직접 엄마의 말을 듣고 그 장소에서 편지를 찾아야 확실히 믿을 테니까.”
“그러면 너도 이 계획에 참여하는 거야?”
“아니. 난 마고의 신뢰를 얻을 수 없어. 이건 너밖에 할 수 없는 일이야. 우리가 이렇게 이야기 하는 걸 화학선생님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의심을 살 거야. 앞으로도 평소처럼 나를 대해 줘.”
말을 마친 인희는 하림이 입을 열 틈도 주지 않고 그대로 기숙사로 돌아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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